질문의 힘을 회복하라
많이 알기보다 더 많이 질문해야
AI에 휘둘리지 않는 창의적 관점 생겨
인간 고유의 능력 ‘사고·질문’ 되새겨야
AI 판단은 방향일 뿐, 결정은 인간의 몫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다. 이제는 의료, 금융, 교육, 법률 등 삶의 전 영역에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 판단은 인간처럼 고민하거나 맥락을 통합해 내린 건 아니다. AI는 확률적 연산으로 최적의 선택지를 고르지만, 그 선택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와 윤리적 무게는 판단하지 않는다. AI가 인간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국내 유일의 관점 디자이너로 불리길 원하는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최근 발간된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에서 이 같은 질문에 급변하는 시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사고’와 ‘질문’의 힘을 다시 회복하자고 강조한다.
“폴 부르제의 『한낮의 악마』라는 책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 생각대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사는 거에 맞춰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대부분의 답은 후자입니다. 뜻대로 살지 못하고 나를 둘러싼 조직이나 환경 때문에 생각이 영향을 받는다는, AI는 그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유튜브를 꼽았다. 원해서 본 게 아니라는 것. 처음이야 어떨지 몰라도 이후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것을 보게 되고, 다시 검색하면 그것에 맞춰 알고리즘이 바뀐다. 결국 한쪽 방향으로 편향성을 띠게 된다. 한마디로 보이지 않는 생각의 조종을 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여기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나의 좋은 질문은 수백 가지 정답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는 나아가 사고의 문을 여는 열쇠이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도구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정보를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느냐’ ‘그 질문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하느냐’에 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즉 사고력을 기르려면 3가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훈련은 사고를 깊이 있게 만들고, AI가 줄 수 없는 창의적 관점을 가능하게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 안에서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영화가 끝날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하죠. 이번 책은 그런 점에서 기존의 AI 관련 도서와 달리 ‘왜(WHY)’로 가득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각자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질문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그는 영향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5만여 명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 카카오톡 친구만 해도 3200여 명에 매일 수천 개의 메시지가 오는데, 하나도 빼지 않고 일일이 답해 준다. “많은 사람의 말을 듣고 있습니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거나 몰랐던 부분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느낄 수 있거든요. 그렇게 들은 목소리를 여태껏 쌓아 놨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드러내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꿔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AI가 정보를 쌓을 때 인간은 질문을 쌓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아는 게 아니라 다르게 바라보는 질문의 힘이다. 그 질문이야말로 생각의 주도권을 인간이 놓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무기다. AI의 판단은 방향일 뿐 결정은 인간의 몫이다. 글=이주형/사진=김병문 기자
* 사고력 키우는 3가지 훈련법
첫째, 의심하라. 당연하다고 여기는 전제를 깨뜨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상상하라. 비현실적이거나 생소한 발상을 의도적으로 떠올리고 수용해야 한다.
셋째, 연결하라. 서로 다른 맥락을 엮어 새로운 관점을 만드는 능력이야말로 AI와 인간의 본질적 차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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