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80주년 다시 빛날 기억들
독립운동 핫플이 궁금해?! ⑤ 서울 남산
‘천황제 이데올로기’ 주입 목표로
조선신궁 세워 민족 정기 훼손 시도했지만
일제 패망 이후 시설물 모두 해체
곳곳에 남은 흔적은 역사 교과서로…
남산.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서울의 상징이다. 해발 270m로, 본래 이름은 인경산이었다. 조선 태조가 도읍지를 개성에서 서울로 옮긴 뒤 ‘남쪽에 있는 산’이란 의미로 새 이름이 붙여졌다. 남산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구한말 일제는 남산 북쪽에 통감부 청사와 관저를 세웠고, 국권을 침탈한 이후에는 조선총독부 관사로 활용했다. 1920년대엔 ‘천황제 이데올로기’ 주입을 목표로 조선신궁을 세우며 남산의 정기를 크게 훼손했다. 일제 패망 이후 이들 시설물은 모두 철거됐지만, 아픈 흔적은 현재까지 남아 있다. 남산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그 상처를 보듬어 보자. 글·사진=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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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남산은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시민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자연 휴식처다. N서울타워, 남산케이블카, 사랑의 자물쇠 등은 서울 관광 필수코스로 꼽힌다. 1991년부터 8년간 ‘남산 제 모습 가꾸기’ 사업을 진행해 부정적 시설을 이전하고, 공원을 현재 모습으로 복원·정비했다. N서울타워까지 가려면 명동·충무로에서 순환버스를 타거나 남산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된다. 산책을 겸해 도보로 오르는 방법도 있다.
남산 서측면에는 과거 조선신궁이 있었다. 일제 조선총독부는 관립신사 설립계획의 하나로 1912년부터 신사 설립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준비했다. 수년간에 걸친 기초조사와 준비 끝에 1920년 5월 27일 기공식을 했다. 약 43만㎡의 부지에 신사 건축양식에 따라 15개 건물을 배치하고, 돌계단으로 이뤄진 긴 참배로를 조성했다. 1925년 완공된 조선신궁은 일제 심사 참배 강요정책의 상징적인 구심점이 됐다. 그러다 일제 패망 이튿날인 1945년 8월 16일 오후 폐쇄행사를 하고 해체됐다.
일제가 남산에 남긴 상처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2013년 남산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조선신궁 배전 터가 그곳이다. 배전은 일반인이 기도하며 참배하던 공간으로 가로 18.9m, 세로 14.9m 크기 콘크리트 기초 위에 세워졌다. 한성도성유적전시관과 맞닿아 있다.
백범광장공원
서울역·회현역과 가까운 백범광장공원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를 기리기 위해 조선신궁이 있던 자리에 1968년 조성한 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김구 선생 동상, 성재 이시영 선생 동상 등이 있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는 김구 선생의 항일구국운동과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1969년 8월 백범광장 안에 동상을 세웠다. 국내외 각계에서 보내온 찬조금으로 10m 높이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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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사기념관
조선신궁이 있던 자리에 1970년 개관한 안중근의사기념관은 안중근 의사의 삶과 사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10년에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하얼빈 의거 101주년을 맞아 단지동맹을 맺은 12명을 형상화한 건물로 새롭게 재개관했다. 기념관에는 안중근 의사의 일생이 소개돼 있고, 업적과 사상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전시돼 있다. 안중근 의사가 생전에 남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를 뜻하는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유묵(보물 제569-23호)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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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북측순환로
백범광장공원·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충무로 방향으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남산 북측순환로 입구로 이어진다. 남산 북면을 따라 조성된 북측순환로는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노약자도 편하게 산책할 수 있다. 차량이 통행하지 않고 보행자 전용이어서 안전하다. 도로를 따라 그늘이 우거져 요즘 같은 무더위에도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다. 여름에는 푸른 수목으로, 가을엔 빨간 단풍으로, 겨울에는 흰 눈으로 물든다. 최근에는 러닝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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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장공원
2021년 새로 조성된 남산예장공원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군사독재 시절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군사훈련장인 남산예장자락이 있었고,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따라 일제가 대한제국을 보호국으로 삼으면서 이곳에 통감부 청사 및 관저가 들어섰다. 통감부 청사는 1910년 경술국치 직후 조선총독부로 사용됐다. 남산예장공원에는 조선총독부 관사 터를 그대로 보존한 ‘유구 터’를 만나 볼 수 있다. 이 밖에 중앙정보부의 고문실을 재현한 ‘기억6’, 남산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남산이야기’ 등 시설이 있다.
장충단비·유관순 동상·독립운동기념탑
남산 산책로와 이어지는 장충단공원에는 장충단비가 외롭게 서 있다. 장충단은 1895년 을미사변 당시 일본인을 물리치다가 죽은 홍계훈, 이경직 등 신하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고종이 마련한 제단이다. 장충단을 지을 때 비도 함께 세워 놨다. 하지만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에 의해 장충단이 폐지되고 비석도 뽑혔다. 1920년대 후반부터 일제는 이곳에 벚나무를 심어 공원을 조성했다. 광복 후 일제가 세웠던 건물을 모두 헐면서 비도 다시 찾아 세웠다. 비석 앞면에 새겨진 장충단(奬忠壇)은 순종이 황태자 시절 쓴 글씨다. 공원 옆 장춘단로를 따라 국립극장 방면으로 오르다 보면 유관순 동상과 3·1독립운동기념탑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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