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 경계선에서…우린 전우다 강인한 생명줄 되는…간호, 장교다

입력 2025. 06. 11   17:14
업데이트 2025. 06. 11   17:20
0 댓글

국군간호사관학교 집중군사훈련

“여기는 병원 밖 야전 병상 
살아남기 위해 전장 이해하고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
전우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간다”

단 한번의 실수도 허락 않는다
국간사 3학년 생도 88명
횡단 이동·급속 헬기로프 하강 등
전투병과 장교와 같은 강도의 유격훈련
상처 치료 넘어 마음 치유하다
야전 부상자 구조·하천 건너며 응급처치
체력·생존력·판단력 그리고 지휘력 체득
“극한 상황에서도 두려움 극복
전장에서 완벽한 임무 수행”

‘의료인은 전투를 배우지 않아도 될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선 전장을 이해해야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형이 복잡하고 기상이 급변하는 한반도의 작전환경에서 간호장교는 후방의 보조자가 아닌, 전투현장에서 장병과 생사를 함께하는 전우다. 국군간호사관학교(국간사) 생도들이 동복유격장으로 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중군사훈련의 하나로 펼쳐진 국간사 3학년 생도들의 유격훈련 여정을 따라가 봤다. 글=박상원 기자· 김세은 인턴기자 / 사진=김병문 기자

 

국군간호사관학교 3학년 생도가 10일 전남 화순군 동복유격장에서 집중군사훈련의 하나로 실시된 유격훈련 중 횡단 이동을 하고 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3학년 생도가 10일 전남 화순군 동복유격장에서 집중군사훈련의 하나로 실시된 유격훈련 중 횡단 이동을 하고 있다.

 


끈을 잡은 손끝, 생명줄이 되다

국간사 3학년 생도 88명은 지난 9일 전남 화순군 육군보병학교 동복유격장에서 유격훈련에 돌입했다. 이들의 우렁찬 기합은 유격장 곳곳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절벽과 계곡, 험준한 암석 지형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은 평소 육군 보병장교들이 훈련받는 장소다. 국간사는 올해 처음으로 이곳에서 유격훈련을 하고 있다. 생도들은 전투병과 장교와 같은 강도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10일 오후, 생도들은 ‘횡단 이동’ 훈련 중이었다. 외줄·두 줄·세 줄 로프를 이용해 골짜기를 건너는 훈련이다. 균형 감각과 체력·집중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고난도 과정이다. 하네스, 헬멧, 장갑 등 안전장비를 갖춘 생도들은 교관 통제에 따라 절벽 가장자리로 향했다.

외줄 다리에서는 줄 하나에 의지한 채 양팔의 힘만으로 이동해야 한다. 일부 생도는 첫발을 떼는 것조차 망설였지만, 끝내 중심을 잡고 전진했다. 한 생도는 도중에 흔들려 위태로웠지만, 곧 자세를 바로잡고 무사히 완주했다. 이를 지켜본 동기들은 환호로 격려했다.

생도들은 팀 단위로 임무를 수행하며 동작을 반복 숙달했다. 현장에서는 최선영(중령) 생도대대장이 생도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최 대대장은 “생도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동료와 협력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후배들이 국가에 헌신하는 간호장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적극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강을 건너는 법, 생존의 선택지 


11일 오전에는 유격훈련의 핵심 과정인 ‘급속 헬기로프 하강’이 진행됐다. 헬기 착륙이 불가능한 지형에서 모형탑에 설치된 로프를 타고 지상으로 신속하게 하강하는 훈련이다.

생도들은 11m 높이의 모형탑에서 지면을 바라본 뒤 로프에 의지해 순식간에 내려왔다. 이다연 생도는 “무섭지 않았고, 자세를 신경 쓰며 하강했다. 남은 유격훈련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수상에서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무보트(IBS) 운용 훈련도 병행됐다. 생도들은 노를 젓고 방향을 전환하며, 수상 이동 능력을 체득했다.

오후에는 ‘하천 장애물 극복’이 이어졌다. 이 훈련은 하향 횡단과 수직 낙하로 구성됐다. ‘하향 횡단’에서는 로프를 타고 80m 거리를 활강하며, 빠르게 적진을 철수하는 상황을 체험했다. 생도들은 본격적인 훈련 시작 전 지상에서 철봉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연습을 했다. 조교들은 발끝을 앞으로 내밀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도들은 팀 단위로 하강 요령을 익히고, 성공적으로 횡단을 마쳤다.

쉴 틈은 없었다. 생도들은 8m 높이 탑에서 수상으로 뛰어내리는 ‘수직 낙하’에 몰두했다. 생도들은 양 발꿈치를 모아 일자로 떨어졌고, 물속에서 잠시나마 더위를 식혔다. 이어 다시 자세를 잡아 올라오며 ‘체력은 임무의 기초’라는 교훈을 온몸으로 터득했다.

이날 진행한 훈련들은 체력 증진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야전에서 부상자를 구조하거나, 하천을 건너며 응급처치를 수행해야 하는 간호장교에게 생존기술과 판단력을 체득하는 게 중점이었다.

유소영 중대장 생도는 “로프에 의지해 물속으로 하강하는 순간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두려움은 결국 내가 만든 환상이었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외줄 다리 건너기를 하는 생도.
외줄 다리 건너기를 하는 생도.

 

하향 횡단 훈련 중 80m 구간을 활강하는 모습.
하향 횡단 훈련 중 80m 구간을 활강하는 모습.

 

수상 공포 극복을 위해 고무보트 운용 훈련을 하는 생도들.
수상 공포 극복을 위해 고무보트 운용 훈련을 하는 생도들.

 

생도들이 훈련 중 유격체조를 하고 있다.
생도들이 훈련 중 유격체조를 하고 있다.



간호장교로서 정체성·역할 체득

이번 유격훈련은 간호장교로서의 정체성과 역할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생도들은 체력뿐만 아니라 판단력, 전술 감각, 지휘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정현우 생도는 “군인의 길을 택한 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상처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장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훈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생도들은 13일 완전군장을 하고 무박 전술훈련에 돌입한다. 침투·정찰, 은거지 활동, 30㎞ 행군을 포함한 도피·탈출 훈련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과정을 통해 간호장교로 성장하는 담금질을 한다.

김현지(소령) 훈육관은 “간호장교는 포탄이 터지고, 총탄이 날아드는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번 훈련은 생도들이 책임과 사명을 체감하고, 전장에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