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20. 정석진 예비역 육군중사
군 복무 중 쉬지 않고 이어온 자기계발
더 큰 세상에 도전하기 위해 전역 선택
커피에 관심 생겨 바리스타 자격 획득
제대군인센터 든든한 지원 디딤돌 돼
식음료 부서 일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메뉴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문성 키워
“후배들, 도전 두려워 말고 과정 즐기길”
14년간의 군 생활과 전역. 안정적인 생활을 택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여러 도전 끝에 식음료(F&B) 회사 지점장이 됐다. 한때는 일반전초(GOP) 철책선 위를 걷던 정석진 예비역 육군중사의 얘기다. 정씨는 “고객의 일상에 작은 행복을 채워 주고 있다”며 지금의 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군에서 배운 끈기와 책임감,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정리=임채무 기자/자료=국가보훈부 제공
|
정씨의 어린 시절은 다사다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그의 집안 형편은 점점 어려워졌다.
정씨는 좌절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남들이 포기할 때 한 발 더 내디뎠고, 남들이 눈 감을 때 오히려 꿈을 키웠다.
“형편이 어렵다고 주저앉을 순 없었습니다. 항상 밝게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중학교 시절부터 피나는 노력을 이어갔죠. 공부는 저에게 생존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스스로를 다독이며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배운 융화력, 어머니로부터 배운 배려심은 어느새 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신념이 됐다.
무엇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성을 잃지 않는 자세는 그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철책 위에서 배운 끈기와 동료애
2005년 병사로 입대한 정씨는 군이라는 조직에 묘한 친근감을 느꼈다. 질서, 책임, 팀워크. 정씨에게 군대는 낯설지 않은 세계였다. 그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가능성을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그는 파주 GOP, 북녘을 마주하는 근무지에서 6년을 보냈다. 영하 20도의 겨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동료들과 등을 맞대고 철책을 지켰다.
“함께했던 소대원들은 지금도 가족 같습니다. 그때 배운 ‘함께 가는 힘’은 어디서든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그는 늘 앞장섰다. 지친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해서였을까. 인사 교류로 이동한 부대에서 그에게 사단 감사실 원격감사관이란 직책을 부여했다. 부사관이 원격감사관이라는 직책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 그곳에서 정씨는 조직을 ‘살피는 눈’을 키웠다. 단순한 감시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방법을 고민하고 조언해 주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정씨는 “이런 경험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때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 새로운 인생
정씨는 군에 있으면서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특히 군 위탁교육 제도를 이용해 웅지세무대에서 전문학사, 안양대에서 학사, 한양대에서 석사까지 취득했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여기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더 큰 세상에 도전할 것인가’. 저는 후자를 선택했죠. 사실 군사학과 교수라는 길을 선택하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그보다 도전을 택했죠.”
정씨를 움직인 건 ‘커피’라는 작은 관심사였다. 그는 곧장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커피 공부를 했다. 커피 한 잔에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국가보훈부 제대군인지원센터의 지원 프로그램과 컨설팅은 든든한 디딤돌이 돼 줬어요.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꿈을 꾸는 방법을 알게 됐죠. 불안하기도 했지만, 매일 저 자신에게 말했죠. ‘두려워하지 말자. 과정을 즐기자’. 그 다짐 하나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푸른 필드 위 사람을 품은 식탁
전역 후 그는 제주도로 향했다.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은 제주신라호텔 F&B 부서였다. 고급 호텔의 정제된 서비스 시스템 안에서 그는 다시 초심자로 돌아가 겸손히 배우고 치열하게 적응했다. 이후 카페 ‘바다다(VADADA)’ 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보다 자유롭고 트렌디한 외식문화의 흐름을 체험했다. 젊은 감각, 빠른 의사결정, 유연한 사고. 그는 외식업에도 다양한 얼굴이 존재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그리고 제주 최초의 비치클럽인 ‘누바비치 복합문화공간’에서 오픈총괄디렉터라는 중책을 맡아 건물 설계 단계부터 전 과정에 참여하고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메뉴 기획, 고객 동선 설계, 매출 및 세무회계 관리, 마케팅 등 매장의 숨결 하나까지 꿰뚫어야 했다.
정씨는 “외식업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일이 아니다. 고객의 기억 속에 따뜻한 순간을 남기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회상했다.
2023년 12월 그는 또 한 번 새로운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본푸드서비스㈜ FS컨세션본부 골프존카운티 F&B 순천지점장으로 새출발을 한 것. 이번에는 호텔도, 카페도 아닌 ‘골프장’이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레스토랑, 스타트하우스, 그늘집, 직원 식당까지 총괄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평균 700여 명의 손님이 찾아오시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죠. 그러나 꼭 지키는 철칙이 있습니다. ‘고객이 편안할까, 직원이 즐겁게 일하고 있나’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결국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브랜드의 얼굴을 결정짓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멈추지 않는 꿈, “포기하지 마라”
그의 눈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외식업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비즈니스 전체를 설계하고 이끄는 리더가 그의 다음 목표다.
“사람과 가치를 잇는 비즈니스 개발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이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후배 제대군인들에게 조언해 주자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과정을 즐기세요. 그러면 분명히 당신만의 길이 열릴 겁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