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행복한家 든든하軍] 부부의 날, 군인 부부 2쌍을 소개합니다

입력 2025. 05. 20   17:04
업데이트 2025. 05. 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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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군인 부부 2쌍을 소개합니다

하늘에서… 일심동체

바다에서… 이심전심

‘전쟁통에도 사랑은 꽃핀다’고 했다. 군에도 ‘사내 커플’이 많다. 선후배에서 커플로, 커플에서 부부가 된 이들에겐 사랑과 전우애가 공존한다. 하늘과 바다를 함께 지키며, 하루하루 같이 늙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태평양 건너 해외 연합훈련을 함께하는 ‘부부 파일럿’과 해양주권 수호 핵심 전력인 이지스 구축함에 근무하는 ‘해군 부부’를 소개한다.

 

공군 부부 조종사 강명진(오른쪽)·윤해림 소령이 KF-16 전투기를 배경으로 손하트를 만들며 사진을 찍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부부 조종사 강명진(오른쪽)·윤해림 소령이 KF-16 전투기를 배경으로 손하트를 만들며 사진을 찍고 있다. 공군 제공


공군 부부 전투기 조종사 강명진 윤해림 소령

해외 연합훈련에 최초 동반 출격
여군 첫 페리 임무 수행 영예도
“좋은 동반자·동료로 함께 영공수호”

강명진 소령과 윤해림 소령은 공군 부부 조종사다. 각자 150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보유한 베테랑이다. 부부는 공군19전투비행단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다. 강 소령은 162전투비행대대 비행대장, 윤 소령은 161전투비행대대 편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같은 군복을 입고, 같은 부대에서 전투기 조종간을 잡는 부부. 이들은 올해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공군 최초로 해외 연합훈련에 부부가 함께 출격하는 것.

부부는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다국적 연합 공중전술훈련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 Alaska)’에 참가한다. 다음 달 16일부터 27일까지 미 알래스카주 아일슨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훈련에는 우리 공군의 KF-16 전투기와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등 항공기 11대, 장병 130여 명이 참여한다. 강 소령은 훈련 전체를 계획·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윤 소령은 전개/복귀팀 부팀장으로 비상상황 대응, 예비 기지 협조 등을 담당한다.

강 소령은 6월 초 동료들과 함께 KC-330으로 이동한다. 윤 소령은 페리(Ferry) 조종사로 선발돼 직접 KF-16 전투기를 조종해 태평양을 가로지른다. 여군 조종사가 해외 연합훈련 페리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윤 소령은 공중급유를 받으며 약 9시간 동안 무중단으로 비행해 아일슨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KF-16을 이끌고 태평양 상공을 비행하는 것은 윤 소령의 오랜 꿈이었기에, 해외훈련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고민 없이 지원했다.

하지만 윤 소령은 ‘여군 최초 페리 조종사’라는 타이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윤 소령은 “임무 조종사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그 조종사의 기량과 준비태세”라고 강조했다.

부부의 동반 해외훈련은 또 다른 의미에서 큰 도전이기도 하다. 두 살배기 아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 소령은 “조종사로서 준비는 언제나 자신 있지만, 문제는 5주간 홀로 남을 두 살 아들이다. 육아를 위해 양가 부모님과 조모부님, 아내의 이모까지 도움을 주실 예정이다. 온 가족이 힘을 보태준 덕분에 함께 훈련에 갈 수 있게 됐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부부의 인연은 사관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기수 선배인 강 소령은 윤 소령을 여러 차례 챙겨주며 호감을 표시했고, 교제에 성공했다. 임관 후에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며 ‘빨간마후라’를 목에 걸기 위한 고된 훈련을 이겨냈다. 충주기지에서 함께 근무하게 된 이들은 7년의 연애 끝에 2015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어느덧 결혼한 지 10년. 관사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지만, 이착륙할 때 우연히 활주로에서 마주치는 순간은 매번 새롭고 기쁘다고 한다. 비행을 앞둔 전날과 비행 직후에는 집안에서 ‘그들만의 브리핑’으로 동료애를 높이기도 한다.

부부는 ‘싸워야 할 때’도 있다. 각자 공중에서 아군(Blue Air)과 적군(Red Air)으로 만나는 순간은 둘도 없는 라이벌이 된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상대를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한다.

그러나 더 힘든 ‘전투’는 2년 전 아들이 태어나면서 시작됐다. 육아는 부부의 힘만으로는 버거웠다. 야간비행과 비상대기 근무가 필수인 전투조종사로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비행 스케줄을 바꿔야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스케줄을 조정해 주는 동료 조종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한다.

부부는 영공방위 임무 완수에 대한 굳은 의지와 애틋한 부부애를 드러냈다.

강 소령은 “제가 한 기수 선배지만, 아내에게 배울 점이 많다. 아내와 함께 영공방위 최일선을 지킬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소령은 “전투조종사로서 저의 삶을 가까이서 응원해 주는 남편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좋은 동반자이자 동료 조종사로서 대한민국 영공을 함께 수호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시연 기자


율곡이이함 기관장 임재우(오른쪽) 중령(진)과 정조대왕함 주기실장 김보아 소령이 율곡이이함 함수갑판에서 부부애를 담은 ‘볼하트’를 만들고 있다. 해군 제공
율곡이이함 기관장 임재우(오른쪽) 중령(진)과 정조대왕함 주기실장 김보아 소령이 율곡이이함 함수갑판에서 부부애를 담은 ‘볼하트’를 만들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 이지스함 근무 임재우 중령(진) 김보아 소령

율곡이이·정조대왕함서 영해수호
대학·장교 선후배로 운명같은 만남
“부부애 원동력…일·가정 임무완수”

 

우리 해군의 핵심 전력인 이지스 구축함 두 척에는 ‘연상연하’ 부부 군인이 근무하며 영해 수호에 일조하고 있다.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DDG-I) 율곡이이함 기관장 임재우 중령(진)과 8200톤급 이지스 구축함(DDG-II) 정조대왕함 주기실장 김보아 소령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목포해양대학교 기관학부 동문이다. 아내인 김 소령은 03학번, 남편 임 중령(진)은 04학번으로 같은 학부 1년 선후배로 만났다. 졸업 후 두 사람은 해군 장교의 길을 걷기로 했다. 2008년 임 중령(진)이 김 소령보다 2년 먼저 임관하면서 선후배 관계가 바뀌었다.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마치 영화처럼 시작됐다. 2011년 3월 당시 임 중위와 김 소위는 나란히 계류 중이던 4400톤급 구축함(DDH-Ⅱ) 충무공이순신함과 왕건함의 정박 당직사관으로 각각 근무 중이었다. 일몰 무렵 국기 하강식을 집행하기 위해 갑판에 나온 임 중위는 옆 함정의 김 소위를 보고 왠지 낯이 익어 대화를 나눴고, 그때 대학 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그해 12월부터 연인이 됐다. 대학 선후배이자 해군 함정 기관병과 선후배로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불타는 사랑에 끈끈한 전우애까지 더해져 2년여의 연애를 마치고 2014년 4월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11년 차에 접어든 임 중령(진)과 김 소령은 어느덧 10·7·5세 딸 셋을 둔 다둥이 부부다. 각자 다른 함정에서 근무하다 보니 일정이 엇갈려 함께하지 못할 때도 많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든든한 가족을 유지하고 있다고. 또 군인 아빠·엄마를 자랑스러워 하는 세 딸의 애교와 응원에 힘입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 전공을 바탕으로 이지스 구축함의 ‘심장’인 추진·발전 계통 장비를 관리·감독하고, 소화·방수·화생방 등 손상통제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 직무 공통성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나누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부부는 2023년 해군군수사령부가 발간한 『함정기술지』에 ‘민관군 협업을 통한 통합정비지원체계 발전 방향’이라는 제목의 공동 연구 성과를 게재하기도 했다.


김 소령은 “남편과 함께 정비 사례나 개선 방안 등의 경험·노하우를 공유하다 보면, 금세 업무의 실마리를 찾는 ‘윈윈’ 효과를 얻는다”면서 “둘이 같이 함정 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종종 곤란할 때도 있지만 일터나 가정에서 모두 배려받고, 무엇보다 서로 긴밀히 ‘협업’하며 해결해 나간다”고 말했다.


임 중령(진)은 “해군이 된 것도, 부부가 된 것도 우리가 선택한 특별한 길”이라며 “이지스 구축함에 근무하는 자부심과 부부애를 원동력 삼아 일·가정에서 모두 책임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해군은 임 중령(진)·김 소령 부부처럼 부부군인이 같은 지역에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 배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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