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행복한家 든든하軍
스승의 날, 하늘과 땅 잇는 '아름다운 동행'
태어날 때부터 군인인 사람은 없다. 군문(軍門)에 들어선 개인은 끊임없는 교육훈련을 거쳐 군인으로 성장한다. 스승은 이들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돕는다. 스승은 제자가 커가는 모습에 흐뭇해하며, 제자는 스승의 지도·격려를 자양분 삼아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로 발돋움한다. 스승의 날을 맞아 공군 고등비행교육과정 교관과 학생조종사, 10여 년 전 육군화생방학교에서 교관과 교육생으로 만났다가 ‘동료’로 재회한 이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글=최한영·송시연/ 사진=이경원 기자·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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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m 상공서 동고동락… 공군1전투비행단 박차오름(대위·진) 학생조종사와 이경한(대위) 담당관
전투조종사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 ‘고등비행과정’
신뢰와 책임, 진심 있기에 혹독한 훈련·고비 넘겨
“가르침 바탕으로 부끄럽지 않은 후배 될 것”
“자신 아끼며 소명의식 잃지 말기를”
‘빨간마후라’를 목에 두르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고등비행교육과정. 전투조종사가 되기 위한 종착점을 눈앞에 둔 스승과 제자. 이들은 교관과 교육생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관계다. 아무나 다다를 수 없는 고도 1만5000피트(약 4500m) 상공에서 신뢰와 책임, 그리고 진심을 나눈다.
박차오름(대위·진) 학생조종사와 이경한(대위) 담당관도 마찬가지다. 박 대위(진)는 지난해 12월부터 공군1전투비행단에서 T-50 고등훈련기를 조종하며 24-3차 고등비행교육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T-50이라는 제트훈련기를 조종한다는 것 자체가 변화이자 도전이었다. 외관부터 전투기에 가깝고, 기본훈련기인 KT-1보다 속력이 훨씬 빠르다”며 “이제야 비로소 진짜 전투조종사가 되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박 대위(진)의 비행을 곁에서 지켜보며 성장을 체감하고 있다. 이 담당관은 박 대위(진)를 전담 마크하는 교관이자 24-3차 교육을 총괄하는 담당관이다.
이 담당관은 “전투기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시스템 운용 능력은 기본이다. 공중상황을 판단하고, 비상상황을 처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박 대위(진)는 집중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의지와 끈기가 대단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8개월 동안 이어지는 혹독한 훈련은 날마다 고비의 연속이지만, 박 대위(진)가 성장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이끌어주는 이 담당관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위(진)는 “비행이 끝나면 디브리핑이 이뤄진다. 녹화된 영상을 같이 보면서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왜 그런 조작을 했는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깊이 있게 나눈다”며 “기본적인 절차가 갖춰져 있지 않거나, 연구 방향이 잘못됐다거나, 맹목적으로 절차만을 수행하는 등 정신없이 바쁜 비행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복기하는 시간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담당관은 그의 작은 진전에도 함께 기뻐한다. 비행 때마다 찾아오는 위기도 함께 넘기 위해 자신이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이 담당관은 “자신의 특성에 맞는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대위(진)가 본인에게 맞는 연구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개인 면담을 자주 하고 있다”며 “전투조종사로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위(진) 역시 그 진심을 알고 있다. 그는 이 담당관의 ‘지금 이 시기가 가장 힘든 시간이지만, 또 힘들어야 하는 게 맞다. 나도 정말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격려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힘이었다며 고마워했다.
박 대위(진)는 훈련을 넘어 이 담당관에게서 군인으로서 책임의 무게까지 배웠다. 그는 “전투조종사로서 갖춰야 할 명예심과 책임감을 항상 상기시켜줬기에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이 허용되지 않는 군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전투조종사가 되기 전에 군인으로서 자세, 태도,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바로잡았다”고 상기했다.
박 대위(진)가 스승의 가르침을 신뢰하는 것처럼, 이 담당관도 제자를 믿는다. 이 담당관은 “하늘 위에서는 서로를 의심할 틈이 없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겸손과 ‘상대가 나를 믿고 있다’는 확신이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고, 최상의 팀워크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박 대위(진)는 그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진심을 이 담당관에게 전했다.
“이경한 담당관님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전투조종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과 압박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행에서 잘 안된 것에 대해 ‘왜 안됐을까, 어떻게 고칠까’를 고민하고 그게 비로소 잘 됐을 때 얻는 성취감과 행복감은 세상 어떤 직업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전투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담당관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부끄럽지 않은 후배 조종사가 되겠습니다.”
이 담당관도 박 대위(진)를 응원했다. “자신을 가장 먼저 아끼면서도, 전투조종사로서의 소명의식만큼은 절대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끊임없는 발전을 통해 가정과 공군, 국가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공군인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 번 사제는 영원한 사제… 육군화생방학교 현동준 대령과 4명의 제자이자 동료 교관
교관과 교육생으로 만나 대령과 소령으로 인연 이어가
늦은 밤까지 개인별 지도 열공 야식·응원 생생
“군 생활 방향 잡아준 나침반이자 등대 같은 존재”
“군대 문 나서는 날까지 AS할 것 약속”
육군화생방학교 현동준(대령) 교무처장은 같은 학교 교관 김성용·박종근·이효진·전영민 소령을 볼 때마다 10여 년 전이 떠오른다. 2013~2015년 소령이었던 현 처장은 네 명 소령의 고군반(현 대위 지휘참모과정) 시절 담임교관이었다. 현 처장은 “대위로 진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교해 앳된 모습이었다”며 “교육과정 내내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소령의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박 소령과 이 소령의 씩씩함·당당함, 큰 덩치에도 묵묵히 교육받는 전 소령이 머릿속에 선명하다.
제자들도 현 처장과의 첫 만남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김 소령은 스승을 “교육생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하는 ‘스마트’한 군사전문가이자 교관의 정석이었다”고, 박 소령은 “처음 뵀을 때 환하게 웃고 계신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이 소령은 “고군반 교육생들과 동기라는 오해를 살 정도로 동안이셨다”며 환하게 웃었다.
교관과 교육생으로 만난 이들은 열심히 가르치고 배웠다. 현 처장은 “당시 ‘상황 위주 토의식 교육’이 활성화돼 교육생들이 매일 과제를 부여받고 ‘개인 안’을 작성해야 했다”며 “늦은 밤까지 교육생들을 지도하며 개인별 학습 수준을 파악하고 친밀감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김 소령은 “전술학 개인평가 때 방독면을 착용하고 브리핑하면 숨이 차올랐다”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응원해주시던 교관님(현 처장)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박 소령은 “새벽까지 공부하는 교육생들에게 사주신 야식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제자들은 고군반 교육을 마치고 스승의 품을 떠났다. 몸은 멀어졌지만, 인연은 계속됐다. 이 소령은 “교육받던 2014년 개설한 단체채팅방이 아직도 유지될 만큼 스승과 제자들의 애착이 강하다”며 “지금도 교관님께 질문하면 편하게 답을 주시는 ‘평생 AS’가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간이 흘러 스승은 대령으로, 제자들은 소령으로 진급해 재회했다. 현 처장은 “전·후방 각지에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던 제자들이 이제는 교관으로서 병과 간부 육성에 이바지하는 게 대견하다”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제자들은 현 처장을 보며 교관으로서 마음가짐을 바로 한다. 전 소령은 “예전처럼 미소 지으며 반겨주시는 교관님을 뵙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과 품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저도 교육생들에게 그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 소령도 “고군반 때는 교관님께 장난을 많이 쳤다. 내가 교관이 되어 보니 스승님이 정말 힘드셨겠다는 걸 알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현 처장은 제자들이 훌륭한 교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는 “야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적용해야 교육생들이 몰입해서 고민하고, 창의적인 안을 구상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에 응답해 교육생들에게 진심을 다한다. 박 소령은 “교리를 다시 확인하고 최신화된 자료로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먼저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소령도 “교육생들이 야전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도록 ‘정확한 용어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스승과 제자들은 평소 숨겨왔던 마음을 표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승과 제자가 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매년 스승의 날을 기념해줘 고맙다. ‘한 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라는 신념으로 군문을 나서는 날까지 AS할 것을 약속한다.”(현 처장)
“고군반 13-2기로 수료하고 한참 지나 11기동사단 근무 때 교관님이 갑자기 ‘잘 지내냐?’고 연락주셔서 놀랐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짧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비롯한 제자들에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김 소령)
“교관님은 군 생활의 방향을 잡아준 나침반이자 등대 같은 존재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배울 점이 많은, 변함없는 기준이 되어 주셨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교관님은 어떻게 하셨을까’를 떠올리며 해결하고 있습니다.”(박 소령)
“교관님을 응원하는 수많은 제자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교관님이 승승장구하시도록 기운을 모아주고 있다는 점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친근하게 오랫동안 함께하시길 바랍니다.”(이 소령)
“저희를 나무라기보다 ‘힘든 것 없냐?’며 먼저 다가와 주시고, 따뜻한 관심과 애정으로 품어주셨던 마음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겠습니다.”(전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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