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입력 2025. 05. 09   16:03
업데이트 2025. 05. 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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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대위 육군21보병사단 수색대대
박상준 대위 육군21보병사단 수색대대



비무장지대(DMZ)의 공기는 남다르다. 여타 지역과는 다른 밀도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기다. 적의 진지와 철책이 그곳에 있고, 숨겨져 보이지는 않으나 남쪽을 향해 열린 대포·총안구가 우리를 겨누고 있다. 안개와 구름이 자욱해 DMZ 건너편이 전혀 보이지 않는 날에도 이 독특한 공기의 냄새와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각적으로는 평화롭고 아름답지만, 육감적으론 긴장되는 이 땅에는 하루하루 DMZ 작전에 임하는 우리 육군21보병사단 수색대대원들이 있다. 지뢰탐지기에 의지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길을 더듬고 수색로를 개척해 나간다. 언제 적들이 나타날지 모르는 바위 아래서 빛과 소리도 용납되지 않은 채 긴 밤을 밝힌다. 수색·매복작전에 임할 땐 극한의 추위에도 어느새 긴장감으로 땀범벅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게 병역의 의무다. 그 가운데 수색대대에 자원한 우리 중대원들은 매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부족한 수면시간, 낮과 밤이 수시로 바뀌는 불규칙한 일과, 겨울에는 매서운 한파를 친구 삼아 작전을 전개한다. 무엇이 이들을 DMZ로 나아가게 하는 걸까?

결국 자부심이다. 고됨을 알고 있지만 이겨 내 보고 싶은 마음, 한 번뿐인 군 생활을 더욱 뜻깊게 보내고자 하는 중대원들의 도전이 모여 있다. 여기에 사랑하는 가족과 주변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지난 3월 봄, DMZ에 폭설이 내렸다. 눈이 내린 DMZ에 들어가는 팀원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일반 수색로에서 진행하는 작전도 긴장감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허리보다 높이 쌓인 눈을 뚫으며 수행하는 수색로 확보는 평소보다 몇 배의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작전을 마치고 통문을 나온 이들의 모습은 빛이 났다. 호흡은 거칠고, 땀에 젖은 머리는 헝클어진 채 체온과 한기가 만나 몸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눈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전투복과 전투화가 모두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다리는 물먹은 솜처럼 쉽게 나아가지 못했고, 손마디 끝자락은 추위로 저릿저릿했다. 그럼에도 무탈하게 돌아왔다며 ‘씩’ 웃는 팀원들을 보니 괜히 울컥했다.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한 번뿐인 군 복무에 어떻게 임할 것인가? 좀 더 수월하고 편한 방법은 뒤로하고, 최전방 부대에 자원해 열정과 청춘을 쏟아부을 줄 아는 이들의 군 복무는 분명 남다르다. 그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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