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3단계 휴전안’ 이행 위한 미 중재력 주목

입력 2025. 05. 09   16:19
업데이트 2025. 05. 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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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돋보기
트럼프 2.0 시대의 중동 안보
① 역내 평화 창출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

미, 중동서 전쟁 종식·개입 축소 전략
2단계 휴전안 이행 협상 중 교착상태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철군 핵심 쟁점
트럼프 2기 '가자지구 관리·개발' 제시
아랍권 강한 반발·국제사회 비판 초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추진도 과제
상호방위조약급 사우디 요구 조건 부담

전방위적 협력으로 미국·사우디아라비아 양자 관계를 복원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접근법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 국방장관과 칼리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이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의장행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방위적 협력으로 미국·사우디아라비아 양자 관계를 복원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접근법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 국방장관과 칼리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이 지난 2월 미국 워싱턴에서 의장행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전면적 기습공격으로 안보적 충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통치 역량 파괴를 공언하면서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폭증하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휴전이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요구도 커져 갔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같은 해 11월 22일부로 일시적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휴전협정 위반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전투를 재개하면서 7일간의 임시휴전이 종료됐다. 이후 미국·카타르·이집트의 중재를 바탕으로 가자지구에서의 영구적 휴전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계속됐다. 특히 미국은 가자지구 휴전 중재안 상당 부분이 합의에 도달했다고 강조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수용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2024년 7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자신의 취임식이 열릴 2025년 1월 20일 이전까지 하마스와의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자지구 휴전을 완강히 거부해 온 이스라엘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휴전안을 수용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월 19일부로 미국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에 전격 합의했다.

첫째, 1단계인 6주간 교전 중단을 조건으로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33명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측 수감 인사 735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둘째, 휴전 2단계에선 1단계 합의사항 이행을 전제로 남은 이스라엘 인질 전원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셋째, 휴전 3단계에서는 유엔과 중재국 등이 참여하는 공여국 그룹을 구성해 가자지구 내 피해를 복구하고 평화로운 거주 지역으로 회생시키는 재건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휴전 1단계 마지막 날인 3월 1일까지 2단계 휴전 이행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휴전협상이 교착상태에 직면했다. 휴전 2단계 이행을 주장한 하마스를 상대로 이스라엘이 1단계 휴전안을 연장하자고 제안하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극우 연립정부 파트너들이 휴전 2단계 이행에 합의할 경우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가 2단계 휴전 이행에 합의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철군 문제 역시 핵심 쟁점이다. 휴전안 중재 과정에서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접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을 하마스의 무기·물자가 밀수되는 핵심 통로로 지목하면서 휴전 이후에도 이 지역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장관회담장에 나란히 놓인 양국 국기. 연합뉴스
지난 2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장관회담장에 나란히 놓인 양국 국기. 연합뉴스



반면 하마스는 휴전협상 타결과 함께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을 절충한 결과 휴전 1단계에서 가자지구 중부 ‘넷자림 회랑’ 철군을 이행하고, 필라델피 회랑에서는 일부 철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러한 합의 내용을 뒤집으면서 필라델피 회랑 철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략경쟁의 관점에서 미국의 대중동전략은 역내 평화를 창출하면서 점진적으로 개입을 축소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2차적 현안은 가자지구 교전과 역내 확전의 안정적 통제 및 평화적 종식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안보 우려와 상호불신을 해소하는 미국의 중재력 발휘로 3단계 휴전안의 안정적 이행을 담보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강력한 압박과 파격적 제안을 동시에 구상하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2단계 휴전협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중재력 발휘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중동 지역의 팔레스타인 문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미국은 이스라엘과 공동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에서 기존의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의 대안적 접근을 모색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건설해 온 유대인 정착촌 지역 주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지역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그 보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과 주변 아랍국들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를 팔레스타인 측이 즉시 거부하면서 동 구상의 추동력이 상실됐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적 시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제시됐다. 미국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주변국으로 강제이주시킨 다음 이 지역을 소유하면서 장기간 관리·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 역시 아랍권의 강력한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초래했다. 미국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응하는 아랍연맹 차원의 재건 구상도 채택됐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대안적 구상 추진을 통한 중동 평화 창출의 중장기적 로드맵이 실현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반면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의 역내 완결판 구축으로 중동 지역 평화를 창출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성은 커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미국의 중재로 체결된 동 협정으로, 이스라엘과 아랍 4개국 간 평화협정과 수교가 성사됐다.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체결한 ‘캠프 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에 비견되는 외교적 성과이자 트럼프 1기 행정부 중동정책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아브라함 협정을 중동 역내 평화 창출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바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특히 동 협정의 연장선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수립 중재에 주력했다. 양국 관계 정상화로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하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2023년 3월 국교 정상화 합의를 중재한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투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교 논의 중단을 결정했다. 중동 평화를 창출하려는 미국의 로드맵 추진에 차질이 초래된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평화적 종결 추진과 연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타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전방위적 협력으로 미국·사우디아라비아 양자 관계를 복원하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접근법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조건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요구한 상호방위조약에 비견되는 안보공약과 핵에너지 개발 지원은 부담이 되는 내용이다.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추진에 따라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 제기도 미국의 중동 평화 로드맵 추진에 도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2.0 시대 미국의 중동 평화 창출을 위한 노력이 직면한 기회와 제약요인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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