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단·국과수, 송영환 일병 얼굴 복원
군복 입은 흑백 표준영정 제작해 전달
당시 3세 송재숙 씨 카네이션 처음 건네
호국영웅 명예 선양·유가족 아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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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을 덮은 태극기가 조심스레 걷히자 74년을 돌아 기다려 온 얼굴이 세상에 나왔다. 스물여섯, 청춘의 얼굴. 선한 눈매와 단정한 이마. 1951년 6·25전쟁 중 산화해 유해만 남은 고(故) 송영환 일병의 얼굴이 첨단 과학기술을 만나 흑백 표준영정으로 복원된 것이다. 사진 속 고인은 군복을 입고 의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요하고 굳센, 전장을 향해 나섰던 그날의 표정 그대로.
아버지가 전장으로 향했을 때 딸은 고작 세 살이었다. 딸은 흐릿한 흑백사진 한 장 없이 살아와 일흔여섯이 됐다. 송 일병의 외동딸 송재숙 씨는 어버이날인 8일 서울 동작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난생처음 마주했다.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아버지의 목소리, 쾌활한 성격…. 상상 속 흩어진 단서들이 얼굴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만나 완성된 순간이다.
아버지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송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사진 속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없이 울었다. 송씨는 떨리는 손으로 영정 앞에 ‘하얀색 카네이션’을 놓았다. 카네이션에는 ‘사랑과 감사’ ‘추모’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가 아버지에게 카네이션을 건넨 것도 처음이다.
1924년에 태어난 송 일병은 1950년 12월 입대해 국군 9사단 29연대 소속으로 여러 전투에 참전했다. 그러다 1951년 2월 정선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1951년 3월 전사했다. 정부는 송 일병의 공적을 기려 1954년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 그의 유해는 2013년 강원 동해시 망상동에서 발굴됐고, 지난해 10월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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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단은 이날 딸 송씨에게 완성된 영정과 고인의 헌신을 기리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아버지 영정사진을 품에 안은 송씨는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가슴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으면서도, 내 아버지가 조국을 위해 희생하셔서 나한테도 이런 영광이 오는 거라고 생각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 일병의 영정은 국유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추진해 온 6·25 전사자 유해 얼굴 복원사업의 첫 결실이다. 국과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최초 두개골 상태에서 근육을 하나하나 붙여 가며 얼굴을 만들어 냈다. 국유단은 수개월간 얼굴 복원작업을 진행한 국과수 관계자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이원준 국과수 수석법의관은 “국과수가 얼굴 복원 감정을 통해 국유단의 6·25 전사자 신원 확인과 그 넋을 기리는 데 협력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호국영웅의 얼굴을 복원하는 일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 낸 분의 명예를 선양하는 것은 물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글=김해령/사진=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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