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6보병사단 유해발굴작전’ 초등학생 안보교육 현장에 가다 

입력 2025. 05. 01   17:07
업데이트 2025. 05. 02   08:02
0 댓글

동심을 깨우다 …  녹슨 유품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군심을 전하다 … 쓸어내고 다듬는 손길 마음이 담겼다 

“전쟁 믿기지 않아요” 
유해발굴 장병 함께 작전 현장 곳곳 찾아
“지켜보는 것만 해도 그 분들에게 큰 위로”
국가안보 중요성·호국보훈 가치 배워
“우리 모두의 책무입니다” 
선배 전우의 흔적 찾는 숭고한 작업 자부심
삽질·브러시질 한 번도 예를 다하며 ‘구슬땀’
‘교육·체험 접목’ 학생·주민 견학 확대 추진

앳된 초등학생들이 국가를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웅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해발굴작전 현장을 방문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자 전신에 땀이 흘렀고, 입술이 삐죽 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작전 현장에 도착했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전해진 걸까? 초등학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글=박상원/사진=이경원 기자

(왼쪽)육군36보병사단이 지난달 30일 강원 횡성군 송한리 일대에서 진행한 6·25전사자 유해발굴 현장 견학에서 안흥초등학교 학생들이 이광연(대위) 횡성대대 지원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36사단 예하 독수리여단 횡성대대 장병들이 유해발굴을 위해 흙 파기 작업을 하고 있다.
(왼쪽)육군36보병사단이 지난달 30일 강원 횡성군 송한리 일대에서 진행한 6·25전사자 유해발굴 현장 견학에서 안흥초등학교 학생들이 이광연(대위) 횡성대대 지원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36사단 예하 독수리여단 횡성대대 장병들이 유해발굴을 위해 흙 파기 작업을 하고 있다.

 

호국혼, 발굴 현장에서 되살아나다

지난달 30일 이른 아침. 육군36보병사단 독수리여단 횡성대대 장병들이 내뿜는 작업 열기로 강원 횡성군 송한리 일대가 후끈 달아올랐다. 땀으로 젖은 군복, 조심스레 움직이는 삽날.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남편이었고, 아들이었을 선배 전우의 흔적을 찾는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잠시 후, 장병들 곁으로 안흥초등학교 학생·교직원 20여 명이 다가왔다. 6·25전사자 유해발굴 현장 견학은 초등학생들에게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호국보훈의 가치를 알리고자 추진됐다. 학생들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 장병과 함께 작전 현장 곳곳을 둘러봤다.

이광연(대위) 횡성대대 지원과장은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유해발굴작전의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곳은 70년 전 실제 전투가 벌어진 곳입니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속에는 조국을 지키려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영웅들이 잠들어 계십니다. 유해발굴작전은 그분들을 조국과 가족 품으로 모시는 숭고한 작업입니다.”

초등학생들은 고요한 숲길 사이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희생한 영웅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숙였다. 일부는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유해발굴작전 현장에 도착한 안흥초등학교 학생들이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유해발굴작전 현장에 도착한 안흥초등학교 학생들이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현장에서 생생하게… 어린 눈으로 본 진짜 전쟁

초등학생들은 이 대위의 안내를 받아 유해발굴이 진행 중인 구역으로 이동했고, 처음 보는 장면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횡성대대가 유해발굴작전을 펼치는 송한리 일대는 1951년 2월 동부전선 라운드업 작전의 하나인 ‘홍천 포위 공격’과 ‘강림-안흥전투’가 벌어진 격전지다. 사단 유해발굴팀은 준비 단계부터 발굴지역 지형정찰, 위험성 평가, 전사 연구를 꼼꼼히 했다. 지난해에는 이 지역에서 6구의 유해와 536점의 유품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병들은 삽과 브러시로 흙을 걷어내며, 선배 전우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학생들은 숨죽인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렇게 가까운 데서 전쟁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6학년 이지우 학생은 녹슨 유품을 바라보며 놀란 듯 속삭였다.

장병들이 브러시로 흙을 조심스럽게 쓸어내고, 땅속을 더듬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과 감동을 받은 듯했다.

국유단 발굴병 김익찬 이병은 삽을 손에 든 채 아이들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여기, 바로 이 자리가 전쟁터였습니다. 수많은 청년이 이곳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어요. 그분들을 우리가 찾고 있는 겁니다.”

김건중(상사) 국유단 유해발굴팀장은 땀을 닦으며 “삽질 한 번, 브러시질 한 번에도 전우에 대한 예를 다한다”며 “오늘 여러분이 이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그분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유품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발견될 때마다 숨을 죽이고 장병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6학년 정신우 학생은 “책이나 TV로만 접했던 전쟁의 참혹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해발굴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대대 장병을 지켜보는 안흥초등학교 학생들.
유해발굴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대대 장병을 지켜보는 안흥초등학교 학생들.


살아 있는 역사 체험…안보주역으로 성장하길 

행사 말미, 학생들은 장병들에게 손을 흔들며 “군인 아저씨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장병들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화답했다.

견학을 준비한 이유현(대위) 독수리여단 정훈과장은 “이번 현장 견학은 전쟁의 아픔과 희생을 확인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숭고한 뜻을 온몸으로 느낀 살아 있는 역사 체험이 됐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단은 이번 현장 견학을 시작으로 지역 초·중·고 학생과 주민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교육과 체험을 접목해 미래 세대가 자연스럽게 안보 의식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

엄진식(대령) 독수리여단장은 “조국을 지킨 호국영웅을 기억하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라며 “학생들이 현장에서 체감한 경험이 평생 잊지 못할 울림으로 남아 미래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키는 안보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