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하게 톡 터지는 ‘청춘의 진심’

입력 2025. 04. 28   16:26
업데이트 2025. 04. 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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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스타를 만나다 - 투어스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 

세 번째 EP로 돌아온 플레디스의 막내 
지난해 소년의 성장 서사로 인기몰이
이번엔 어른 세계로의 도움닫기 확장
‘젊은 에너지’ K팝 중요 서사 중 하나 
투어스만의 ‘청량’ 재해석 차별화
현실적 고민·우정 이야기로 공감 얻어
신곡서도 스무 살 일상 진실되게 담아

 

보이그룹 ‘투어스’ 콘셉트 사진. 사진=플레디스
보이그룹 ‘투어스’ 콘셉트 사진. 사진=플레디스



“어른이 되면 어떨 거 같아?”

갓 10대를 벗어난 소년에게 어른이라는 칭호는 아직 어색하다.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았던 새로운 학교에서의 첫날과 새로 사귄 친구들, 익숙한 동네 학원에서 뜻 맞는 아이들과 함께 마냥 행복하게 뛰어다녔던 나날들, 벌써 빛바랜 추억처럼 느껴지는 몇 달 전의 졸업식까지 평생을 갈 기억이 아직은 더 익숙하다.

그런데 이 두근거림은 뭘까? 제대로 메는 법도 모르면서 하는 넥타이 쇼핑도, 처음으로 꾸미고 찍어보는 증명사진도, 처음 집을 떠나 친구들과 구한 자취방을 꾸미는 시간도 즐겁다. 처음이라 낯설기에 더욱 소중하다. 낯선 도시의 밤거리를 함께 걷는 순간은 화려한 불꽃이 터지듯 화려하게 느껴진다. “진짜 재밌을 거 같아.” 길게 펼쳐진 성장과 성숙의 새로운 길에 수줍은 미소와 함께 첫발을 내딛는 청춘의 대답이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의 6인조 보이그룹 투어스(TWS)가 세 번째 EP ‘트라이 위드 어스(TRY WITH US)’와 함께 돌아왔다. 데뷔와 동시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의 주인공인 그들은 차근차근 밟아온 청춘의 성장 서사를 흥미진진한 어른 세계로의 도움닫기로 확장한다.

앨범은 두근거리는 신스 리프로부터 해맑은 비트 위 활기찬 비트와 합창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타이틀곡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를 필두로 서정적인 선율의 UK 개러지 곡 ‘럭키 투 비 러브드(Lucky to be loved)’와 ‘심야영화’, 자유로운 무드의 ‘랜덤 플레이(Random play)’와 ‘프리스타일(Freestyle)’ 등 탄탄한 곡으로 갓 맛본 어른의 세계 속 자유로운 청춘의 첫 페이지를 효과적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21일 컴백 이후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는 공개 6일 만에 조회수 2000만 회를 돌파했고,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투어스의 청량이 삭막한 현실에 다시 한 번 총천연색 젊음의 마법을 펼칠 때다.

‘청량’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청량의 뜻을 ‘맑고 서늘하다’고 설명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K팝에서의 청량 콘셉트는 일정 부분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티 없이 맑은 청춘들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고 내일을 낙관하는 노래들이다. 주로 ‘맑다’에 해당하는 결과물이다.

수많은 K팝 그룹이 데뷔 시기의 풋풋함을 강조하고 친근함을 쌓기 위해, 혹은 연차가 쌓이고 나서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콘셉트의 무게감을 덜기 위해 교복을 입고 귀여운 춤동작과 애교 섞인 노래를 불러왔다.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노래, 행복한 웃음을 짓게 되는 무대. K팝을 지탱하고 있는 아이돌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사랑받는 원인이기에 어떤 그룹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동시에 청량은 서늘하기도 하다. 30여 년이 넘는 K팝의 역사 가운데 청량은 빛나는 젊음을 전시하는 달콤한 감미료로 사용됐지만 우리 기억에 남아 있는 청량의 맛은 쌉싸름하다. 친구들과 헤어짐, 어른의 세계로 접어드는 두려움, 불확실한 내일을 가늠하지 못해 불안한 단편이 청량의 다른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사랑과 우정, 희망과 낙관의 태도로 극복하며 젊음의 활기찬 에너지를 응집해 뚫고 나아가는 것이 K팝의 중요한 서사다.

K팝이 가장 정치와 거리를 두는 음악이고 사회적 메시지를 내는 데 인색한데도 세계 팬들이 K팝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심지어 저항 가요로 사용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렇게 바라보면 청량은 요즘 K팝을 수식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이지 리스닝과도 구분된다. 사실 20세기 중반의 경음악을 통칭하던 단어를 ‘쉬운 음악’이란 뜻으로 오늘날 가요계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상황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살펴본 대로 K팝의 청량은 결코 쉬운 음악이 아니다.

투어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청량이라는 콘셉트에 입체적으로 접근해 구체적으로 재해석한 덕이다. 2020년대 보이그룹에서 청량 콘셉트를 선보인 팀은 투어스만이 아니다. 거대 순환 프로젝트의 막내 팀으로 출발해 멤버들의 우정이 주목받으며 고정 그룹으로 반향을 일으킨 NCT 드림, 옆집 소년들을 자처하며 가볍게 인사를 건넨 보이넥스트도어, 악기 소리를 노래 제목으로 삼아 감각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라이즈와 마법소년의 개념이 있음에도 접근 방식은 한결 가벼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투어스의 청량은 조금 다르다. 우선 기본에 충실하다. K팝 언어로 말하자면 ‘진심이다’. 젊음의 상징으로만 활용되던 학창 시절을 구체적으로 회고해 흔한 사랑 이야기 대신 현실의 10대들이 고민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풀어낸 곡이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였다. 회색빛 학원 강의실을 벗어나 푸르른 하늘 아래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 역시 같은 이유로 매력적이다. 청춘물에서 운동은 빠질 수 없는 클리셰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한 질투와 경쟁의 서사 대신 서툰 경기임에도 마음 놓고 응원하며 서로를 이끌어주는 우정 이야기가 있기에 투어스의 청량은 공감을 획득한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동명의 곡에서 영감을 얻은 ‘마지막 축제’도 마찬가지다. 뉴진스의 ‘디토(Ditto)’ 이후 수많은 K팝 그룹이 한국에는 존재하지도 않은 영미권 고등학교 말미 무도회인 프롬 파티(Prom Party)에서 춤을 추며 젊은 날을 회고했다. ‘마지막 축제’는 유행을 거부하지 않는다. 차별점은 현실성이다. 연극부 활동을 연상케 하는 열악한 무대와 치열한 연습, 무대가 끝나고 난 후에야 뒤늦게 전해보는 진심은 판타지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던 청춘의 한 페이지라는 기분 좋은 착시를 선사한다.

‘트라이 위드 어스’ 플레이리스트 영상은 스무 살을 맞이하는 투어스의 수더분한 일상을 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방을 꾸미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본다.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어도 시간은 모자라고, 실없는 이야기에도 웃음이 터진다. 이번 타이틀곡 무대에서도 투어스는 있는 힘껏 제자리에서 뛰어오른다. 청량은 복잡하고 청춘은 어렵다. 하지만 순간만큼은 진실하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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