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한국어·태권도 열풍…동명부대 ‘문화 전도사’ 역할 톡톡

입력 2025. 04. 20   14:51
업데이트 2025. 04. 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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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서 말하기 대회·승단 심사 주최
사회 진출·재정 자립 돕는 효과도

동명부대 30진 태권도 교관들이 태권도교실 수강생들의 승단 심사를 하고 있다. 부대 제공
동명부대 30진 태권도 교관들이 태권도교실 수강생들의 승단 심사를 하고 있다. 부대 제공



레바논평화유지단(동명부대)이 우리 언어와 무예를 현지에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단순한 문화 전파를 넘어 사회 진출 기회와 재정적 자립까지 돕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0일 “동명부대 30진이 전날 한국어교실 종강을 앞두고 수강생을 대상으로 ‘말하기 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동명부대는 2007년 첫 파병 이후 지금까지 누적 1500회 이상의 한국어 수업을 운영했다. 현재 활동 중인 30진의 한국어 교실은 다음 달 진 교대와 함께 종료될 예정이다.

이번 말하기 대회에는 9세부터 40세까지 다양한 나이의 수강생 19명이 참여해 ‘아름다운 한국의 도시’ ‘레바논과 한국 문화의 공통점’ 등을 주제로 그동안 배운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민서’라는 한국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한 모나(9) 양은 “처음에는 한국어가 어렵게 느껴졌지만 친절한 군인 선생님들 덕분에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며 “레바논의 분쟁이 끝나면 꼭 한국을 여행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태권도도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동명부대는 주 5회 작전지역 내 시청·학교 등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특히 30진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직접 승단 심사를 했다. 이전까지는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레바논 태권도협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했다. 부대는 이동 시간, 분쟁에 따른 위험 등을 고려해 협회와 협의 끝에 심사 권한을 위임받았다.

지난 17일에는 동명부대 교관에 의한 승단 심사가 최초로 이뤄졌다. 이날 현지 수련생 6명이 빨간 띠에서 검은 띠로 승단하며 1단 자격을 취득했다. 이들은 레바논 태권도협회의 공인을 받아 향후 국제대회 출전과 지도자 활동이 가능해졌다.

한국어와 태권도 교육은 상호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과거 한국어와 태권도를 함께 배운 현지인이 현재는 태권도 사범으로 채용돼 유소년 교육을 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어에 능통한 사범이 ‘언어의 장벽’을 허물면서 더 많은 현지인이 한국 무예를 배울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

올해 한국 방문을 앞둔 현지 사범 누르(25) 씨는 “한국 문화를 배우며 레바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졌다”며 “더 열심히 활동해 동명부대처럼 레바논과 한국을 잇는 문화 전도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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