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캠프 헨리에서 한국군지원단 4지원대대 주임원사로 근무했다. 한미 연합 최전선에 있는 카투사(KATUSA)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미군과 원활하게 협력해 카투사들이 맡은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게 임무였다. 군사외교관으로서 한미 연합훈련을 포함해 여러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에 큰 보람과 자긍심을 느꼈다. 마음을 깊이 울린 순간도 있었다.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카투사이셨던 고(故) 박태환 선배님과의 만남과 이별이 그랬다.
1950년 9월 카투사로 입대해 미 3사단 보병분대에 배속된 박 선배님은 한미동맹의 역사에 위대한 이정표를 세우셨다. 선배님은 3년 가까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셨다. 당시 4만3660명의 카투사가 유엔군과 함께 전투를 치렀다. 이 중 1만1365명이 전사하거나 실종 처리됐다.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은 선배님이 그 기억을 떠올릴 때 눈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들, 알지도 못한 나라를 위해 참전한 미군들과 전우이자 형제로서 목숨 걸고 전장을 누볐기 때문이다.
1년 전 함께 근무하는 카투사, 미군 전우들과 함께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소식을 들은 박 선배님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오셔서 장병들을 격려하고, 카투사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생생하게 전해 주셨다. 이때 카투사의 역사가 개인의 역사를 넘어 대한민국과 한미동맹을 수호하는 중요한 사명이며, 우리가 명예로운 전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선배님의 부고를 듣고 카투사의 명예와 자부심을 평생 마음에 새기고 사셨던 대한민국의 영웅이 마지막으로 남긴 아름다운 뒷모습을 직접 확인하고자 빈소를 찾아 거수경례를 올렸다. 유가족들은 선배님을 보내 드리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고 말씀해 주셨다. 선배님께서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후손들을 보며 선배님께서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한 희망을 남기셨음을 알 수 있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처럼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희생하신 분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번영은 박 선배님과 같은 영웅들의 피땀 위에 세워진 것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늘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카투사와 국군 장병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우리는 선배 용사들의 피로 값을 치렀고, 이를 지켜 낼 것이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