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주간정책] 고령 근로자 고용 유지하면 청년 일자리 줄어드니… “정년 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 도입 필요”

입력 2025. 04. 14   16:55
업데이트 2025. 04.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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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 

현실로 다가온 인구절벽 현상으로 고용시장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고령층이 더 오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려면 단순한 법정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은 최근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함께한 연구에 따르면 저출생·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이 20% 이상)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성·연령별 고용률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앞으로 10년간 노동 공급 규모는 141만 명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향후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을 3.3%(연 0.33%)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고령층의 높은 계속근로 의지, 은퇴 후 소득 공백 등을 고려할 때 고령층이 더 오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며 “이에 따라 고령층 계속근로를 위한 정책 방향은 법정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 서울시 4050 중장년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광고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5 서울시 4050 중장년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광고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년 연장에 조기퇴직 늘고, 청년 고용 줄고

한은은 2016년 임금체계 조정 없이 시행된 정년 연장으로 고령층 고용이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그 혜택이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돼 오히려 조기퇴직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이 연장됨에 따라 2016~2024년 55~59세 임금근로자 고용은 약 9만 명(1.8%포인트), 상용근로자 고용은 약 10만 명(2.3%포인트) 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는 점차 감소했다. 한은은 기업이 법정 정년 연장으로 인한 추가 부담을 조기퇴직 유도 등 인사·노무정책으로 상쇄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6~2024년 23~27세 임금근로자는 약 11만 명(6.9%), 상용근로자 고용은 약 4만 명(3.3%) 줄었다. 청년 고용 감소는 임금체계 변화 없이 정년을 연장하면서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자 기업이 비용 부담을 덜고자 상대적으로 조정이 쉬운 신규 채용을 줄였을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한은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10년 전처럼 청년 고용 위축, 조기퇴직 증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금체계·근로조건 개선해 기업 부담 줄여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은은 고령층 계속근로를 위한 정책 방향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제시했다.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와 근로관계를 종료한 뒤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해 다시 고용하는 제도를 강화·개선하며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고령층의 계속근로를 장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고령층의 계속근로 효과를 내면서 청년층과 기업 부담은 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기업의 약 38%가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용 중인데, 임금 연공성이 낮고 직무·직능급을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재고용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한은은 “임금체계만 유연하다면 기업들이 숙련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려는 경향이 충분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임금체계를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 고령층 계속근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메커니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재고용을 단기간에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초기엔 유인체계로 자율적으로 재고용 제도 확산을 유도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의 단계적 접근을 제언했다.

한은은 이런 제언의 이유로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60세 정년→65세 고용 확보→70세 취업 기회 확보’로 이어지는 계속근로 로드맵을 약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했다. 또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등 기업 특성에 맞는 계속근로 형태를 노사가 합의해 유연하게 채택하도록 유도했다.


계속근로 정착 땐 10년 뒤 경제성장률 1.4%p ↑

한은은 계속근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고령층 근로자는 그동안 근무한 주된 일자리에서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보고서에도 65세까지 계속근로하는 근로자 비율이 10년에 걸쳐 50~70%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했다고 가정할 때 향후 10년간 성장률을 0.9~1.4%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10년 동안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3.3%)의 3분의 1 정도를 계속근로로 막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은은 풀이했다.

한은은 또 근로자 개인도 65세까지 일하면 기존 소득 공백기간(60~64세)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보다 월 소득이 약 179만 원 증가하고, 65세 이후 연금 수령액도 월 14만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임금을 정년퇴직 전 60% 수준을 받는 것으로 설정하고 65세까지 계속근로를 하며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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