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23경비여단, 신개념 해안경계작전 체계
병력, 한곳에… 감시, 한눈에… 결심, 한번에
과학화카메라·열영상감시장비 운용하는 감시상황실
레이다 통합운용 R/D상황실·지휘통제실 한데 모아
지휘관 실시간 정보 확인…신속한 작전 조치 가능해
해안감시중대·기동타격중대 신설 ‘임무 집중도 향상’
상황 발생 시 기존 4배 기동타격팀 출동해 조기 종결
소초 통폐합해 격오지 부대 줄고 안정적 관리 가능
육군23경비여단이 새롭게 시도 중인 해안경계작전 체계는 소대(소초)→중대→대대로 이어지는 기존 작전체계를 180도 뒤집는 ‘혁신’이다. 오랜 시간 유지해온 습관을 바꾸려는 과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임상진(준장) 여단장을 비롯한 부대원들은 ‘새로운 작전환경에 맞는 해안경계작전 체계 적립’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미래 육군 해안경계작전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현장을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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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상황실서 ‘감시·결심’ 한 번에
지난 10일 여단 해안경비대대 통합상황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 맞은편은 감시반장·영상감시병·레이다운용병·상황병 등 작전 요원으로 빼곡했다. 장병들은 이곳에서 감시장비가 송출하는 정보를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었다.
통합상황실은 과학화카메라·열영상감시장비(TOD)를 운용하는 감시상황실, 레이다를 통합운용하는 R/D상황실, 결심이 이뤄지는 지휘통제실 등으로 구성됐다. 한 사무실에 있지만 공간은 유리벽으로 나뉜 형태다. 상황이 발생하면 각 상황실은 탐지·식별된 내용을 지휘통제실에 보고하고, 지휘관은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며 작전 조치를 한다.
통합상황실 근무는 3교대다. 한 조에 50명 남짓한 인원이 투입돼 30분씩 근무한다. 대대급 상황실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인력과 장비 면에서 큰 규모다.
여단은 기존에 소초 및 레이다기지 단위로 운용하던 과학화카메라·TOD 등 감시장비를 해안경비대대 지휘소로 통합했다. 이렇게 탄생한 통합상황실에서 대대장은 모든 감시자산을 통제하며 탐지·식별 단계부터 전장을 가시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소초에서 탐지한 정보를 공유 받기까지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대대장은 현장 정보를 소초와 레이다기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니 부족한 정보로 상황 평가가 어려웠고, 정확한 결심도 제한되는 등 상황을 주도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강오성(중령) 해안경비대대장은 신개념 해안경계작전 체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작전 효율성이 증대됐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통합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중점 감시와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신속한 결심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통합상황실이 구축될 수 있던 배경에는 차기 국방광대역통합망(M-BcN) 구축이 결정적이었다. 여단은 신개념 해안경계작전 체계를 가속하기 위해 육군본부·국군지휘통신사령부 등과 협조해 뒷순위로 밀려있던 작전지역 내 M-BcN을 지난해 12월 조기 구축했다.
M-BcN은 수많은 영상정보를 통합상황실로 끊김 없이 전송하고, 반대로 감시장비를 원격 운용하도록 하는 신경망 역할을 하고 있다. 여단은 수차례에 걸친 전투실험으로 M-BcN 전송체계와 감시장비 연동을 꼼꼼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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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갖춘 중대 개편
해안경비대대가 출범하면서 부대 편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설된 해안감시중대와 기동타격중대다.
먼저 해안감시중대는 통합상황실에서 과학화카메라·TOD·레이다를 직접 운용하는 대대의 ‘눈’이다. 가장 달라진 점은 감시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원화(대위) 감시중대장은 “소초에선 부대가 작다 보니 장병들이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았는데, 지금은 감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부담은 경감되고 감시장비 운용 능력은 향상됐다”고 말했다.
기동타격중대는 소초에 나뉘어 있던 기동타격대가 통합된 형태다. 다수의 기동타격팀을 작전지역 중앙에 배치해 동시에 작전을 펼치도록 했다. 특히 타격 임무를 전담하면서 교육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임충한(대위) 기동타격중대장은 “상황 발생 시 전문성을 갖춘 기동타격팀이 기존 대비 최대 4배 규모로 동시 출동함으로써 상황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대 관리 부담은 덜고
해안경비대대 출범에 따라 소초별로 운용하던 감시장비와 병력이 대대 본부로 통합됐다. 해안 곳곳에 분산됐던 주둔지가 통합되면서 대대 필수 인원을 약 20% 감축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대 관리 부담은 크게 덜었다. 소초를 통폐합하면서 격오지 부대가 줄었기 때문이다. 신설된 기동타격팀도 소초장이 아닌 중대장(대위)이 직접 지휘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부대 관리가 가능해졌다.
병사들은 주둔지에서 군마트(PX)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소초에서 생활할 때는 가끔 오는 황금마차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대대본부에 신설된 생활관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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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육군23경비여단장 임상진 (준장)
“해안경비대대로 전환은 시대적 요구, 인구절벽 시대 새로운 방향 제시할 것”
“해안경비대대로 전환은 선택이 아닌,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입니다. 인구절벽 시대, 부족한 병력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경계부대 ‘통합’이 답입니다.”
임상진(준장) 육군23경비여단장은 새로운 해안경계작전 체계를 구상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입대 자원이 급감하는 미래 환경에서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해안경계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 그의 말처럼 육군은 2018년부터 2작전사령부 예하부대를 대상으로 해안경계작전 체계를 재편하는 중이다. 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는 기존 해안경계작전 체계를 유지해왔다.
여단이 출범시킨 해안경비대대는 지작사 예하부대에선 최초 사례다.
임 여단장은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기술 덕분에 사업을 가속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합이란 대전환을 꿈꾸고 도전할 수 있던 배경에는 과학화 감시장비의 발전, M-BcN 구축 등이 있었다”며 “이를 통해 우리 여단은 단기간 내 지작사 최초 신개념 해안경계작전 체계를 적용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임 여단장은 지난해 처음 작전개념을 설정할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회고했다. 특히 소초장을 비롯한 소부대 지휘자, 오랫동안 근무해온 중견간부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통합 이후 작전 수행 능력 저하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대대장 주도의 작전체계가 확립되면서 작전 반응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임 여단장은 “부대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온 중견간부들도 ‘이렇게 바꿔도 되나’ 걱정과 의구심을 가졌다”며 “그러나 대토론회를 거쳐 현행작전체계 변화의 필요성을 수차례에 걸쳐 설명하고, 추진 단계부터 수시로 과정을 공유하고 계획을 함께 보완하며 부대원의 마음을 모았다”고 부연했다.
해안경비대대 통합상황실엔 최근 방문자가 몰리고 있다. 신개념 해안경계작전 체계를 견학하기 위해 인접부대는 물론 상급부대에서도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임 여단장은 해안경비대대가 신개념 해안경계작전 체계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여단장은 “해안경비대대가 해안경계 임무를 담당하는 모든 부대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새로운 경계작전체계가 GOP부대까지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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