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편승’ 국익 수호 동시에 글로벌 ‘균형’ 적절히 배합

입력 2025. 04. 11   15:11
업데이트 2025. 04. 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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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 인도의 대응전략 전망과 시사점

모디 총리, 트럼프 1기부터 두터운 친분
대미 관계 유리한 입지 다지기에 활용
관세 갈등 양보하되 국방 협력은 확대
인·태 주요 파트너 위상 견고히 할 듯
불안정·불확실성 리스크 상쇄 외교도
러시아와 제휴·대중 관계 회복 모색

 

인도는 트럼프 1기 시절부터 이어져 온 트럼프·모디의 두터운 친분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미 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져 나갈 방침이다. 2020년 2월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인도 뉴델리에서 공동성명 발표 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는 트럼프 1기 시절부터 이어져 온 트럼프·모디의 두터운 친분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미 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져 나갈 방침이다. 2020년 2월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인도 뉴델리에서 공동성명 발표 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국제정치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한 가운데 14억 세계 최대 인구를 바탕으로 인도·태평양 중추 국가로 자리 잡은 인도 역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도는 세계 많은 나라와 달리 그간 트럼프의 복귀를 조심스럽게 낙관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몰고 온 변화 폭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인도도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전체적으로 인도는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나름 ‘편승’해 왔다. 동시에 다자외교 강화,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 유지,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 여러 헤징 전략을 통해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먼저 ‘편승’이 두드러지는 대미 정책의 경우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트럼프의 눈높이에 맞추는 가운데 상호 이익의 틀 안에서 미국 측 요구를 선제적·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국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디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대중 견제라는 전략 목표와 인도·태평양 간 연계성을 강조하는 인식이 대인도 정책의 전제가 될 것으로 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인도·미국 간 전략적 협력 지평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트럼프 1기 시절부터 이어져 온 트럼프·모디 간 두터운 친분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대미 관계에 있어 유리한 입지를 다져 나갈 방침이다. 실제 트럼프와 모디 모두 ‘톱다운식 외교’를 선호하고 있어 이들의 ‘브로맨스’가 개인적 유대에 그치지 않고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아울러 인도는 모디 총리의 미국 방문을 조기에 성사함으로써 트럼프 2기에서도 두 정상의 우애를 바탕으로 인도·미국 관계가 한층 강화될 것임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춰 상호 이익의 틀 안에서 미국 측 요구를 선제적·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국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를 방문한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장이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춰 상호 이익의 틀 안에서 미국 측 요구를 선제적·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국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를 방문한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장이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정책적 측면에서 모디 정부는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대미 외교를 추진할 것이다.

첫째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초한 미국의 지속적인 관여와 더불어 인·태 주요 파트너로서 인도의 위상을 재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인도는 자국이 주축인 쿼드(Quad)가 인·태 협력의 중심임을 명확히 하고자 했으며, 쿼드 외무장관 회의 조기 개최 등을 통해 인도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둘째 인도·미국 관계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미국과의 무역역조 해소를 위해 그간의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관세 인하 등 미국의 인도 시장 접근을 높이기로 했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교역국으로 2024년 인도의 대미 무역 흑자는 457억 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이런 인도·미국 간 무역역조가 인도의 높은 관세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트럼프 대통령은 모디 총리를 ‘관세 왕’으로 지칭하며, 인도 측의 시정을 줄곧 요구해 왔다.

인도 역시 트럼프 측 요구를 받아들여 과거 양국 통상분쟁의 상징이었던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포함해 많은 품목의 관세를 인하했다. 23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는 무관세나 최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덧붙여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을 에너지 허브로 만들려는 트럼프 구상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그렇지만 인도 역시 양보만 한 것은 아니다. 2030년까지 양국 간 교역을 5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인도·미국의 전략적 협력 확대 필요성에 따른 미국 측 상호관세 하향 조정 여지를 둠으로써 트럼프의 관세 예봉을 꺾고자 했다.

셋째 인·태 파트너십 심화 차원에서 국방·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10년 단위의 신방위 협력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등 미래 군사 기술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더불어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정찰기·장갑차 등 미국산 무기 도입을 늘리기로 했다.

넷째 인적 교류와 관련해 모디 정부는 트럼프의 인도 출신 불법 체류자 추방에는 협조하는 대신 IT 계열 종사 인도인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H-1B 취업 비자 쿼터를 유지하고자 물밑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어 트럼프 2.0 시대 인도 대응 전략의 또 다른 축인 ‘균형’ 측면을 살펴보면 모디 정부는 글로벌 사우스 및 유럽연합(EU)과의 다자외교 확대,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전략 제휴 유지, 중국과의 관계 복원 등 여러 헤징 전략으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커진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상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우선 인도는 헤징 전략의 하나로 글로벌 사우스 및 EU와의 다자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외교는 인도가 오랫동안 공들인 역점 사안으로 모디 정부는 2025년 들어서도 과거 비동맹운동을 함께했던 인도네시아 등과 더불어 ‘남남협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덧붙여 인도는 10여 년 가까이 큰 진척을 보지 못했던 EU와의 FTA 협상을 연내 타결을 목표로 재개했다. 이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대미 의존도를 줄이려는 인도의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모디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도 큰 흔들림 없이 이어온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 역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는 2030년까지 양국 교역을 10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두 차례 있었던 모디 총리의 러시아 방문 답방 형태로 올해 푸틴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인도·러시아 간 오랜 전략적 파트너십은 더욱 공고해질 개연성이 짙다. 아울러 인도는 서방과 러시아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후 처리 과정에서 역할이 확대될 개연성도 있다.

무엇보다 인도·미국 간 밀착을 추동했던 인도·중국 간 갈등과 반목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와 중국은 양국 간 국경분쟁을 일단락짓고 ‘2020년 이전으로’ 양국 관계를 ‘복원’하기로 선언했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이 인도 입지를 강화한 측면은 있지만, 인도 통제 밖의 미·중 갈등이 인도·중국 관계까지 규정짓는 것은 인도 국익에 반한다는 인도의 전략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제정치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첨예해진 무역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가능성은 이전과는 다른 대외전략환경을 시사하고 있다. 인도는 ‘다자적 제휴’에 기초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대외정책 주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편승’과 ‘균형’을 적절히 배합한 맞춤형 외교로 이를 풀어나가려 한다. 후발주자로서 경제 고도화를 이뤄 나가야 하는 모디의 인도가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우리로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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