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80주년 다시 빛날, 그곳의 기억들
전국 독립운동기념관 탐방 ① 서울 강북 근현대사기념관
14人의 애국지사 그들이 꿈꾼 나라 되새기고 되살리다
대한민국 탄생 과정 소개하는 곳
앞마당 들어서면 백범 동상이 환영
14분의 묘역 순례길 따라 걸으며
삶과 업적·광복의 값진 의미 되새겨
전시실엔 동학운동~4·19혁명까지
피땀으로 일군 자유·평등·민주 알려
80여 년 전 우리 민족의 뜨거운 독립 열망이 전국 방방곡곡을 달궜다. 그 염원이 마침내 ‘광복’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치열했던 독립운동의 기록은 전국 각지의 독립운동기념관에 새겨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방일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국 팔도의 독립운동기념관을 탐방하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불굴의 의지를 되돌아보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선조들의 희생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토대가 됐음을 깨닫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순서로 서울 근현대사기념관을 소개한다. 글=임채무/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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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 숨결 깃든 기념관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10분쯤 갔을까. 번잡한 도시는 온데간데없고 한적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꽃망울을 터트린 나무들을 보며 봄이 무르익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선열들의 얼이 살아 숨 쉬는 근현대사기념관으로 향하는 길이다. 길목에는 4·19 카페거리가 조성돼 있어 잠시 쉬어 가기 좋다.
마을버스가 멈춰 선 곳에서 몇 걸음 더 걸어 올라가자 기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웅장하면서도 현대적인 외양의 기념관은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하고 있다.
기념관 앞마당에 우뚝 선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이 방문객을 맞아 줬다. 동상은 2015년 9월 14일부터 10월 22일까지 전개된 모금운동으로 마련됐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제작돼 더욱 의미가 있다. 동상 앞에 서니 백범의 굳은 의지와 애국심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고개를 돌려보면 성재 이시영 선생을 포함, 14명의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 동상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정렬해 있다.
정햇살 학예사는 “동상뿐만 아니라 기념관 주위로 14분의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의 묘역이 있다”며 “근현대사기념관이라고 하면 굉장히 포괄적인 느낌을 주지만 사실 14분의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를 기리고, 그분들이 염원했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탄생하는 과정을 소개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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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 돌아보며 광복의 의미 깨달아
정 학예사의 안내를 듣고 묘역을 차례로 돌아봤다. 묘역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국가보훈부가 강북구와 함께 ‘순국선열 묘역 순례길’을 조성해 놨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육군56보병사단과 애국선열 묘역 활성화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순례길은 수시로 정비되고 있다.
기념관 뒤편 사잇길로 보이는 단주 유림 선생의 묘역은 순례길의 중간쯤 되는 위치에 있다. 유림 선생의 묘역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이시영·김병로·이명룡·신익희·신하균 선생과 이준 열사의 묘역이, 오른쪽으로는 김창숙·양일동·서상일·신숙·김도연 선생이 잠들어 있다. 순례길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손병희·여운형 선생의 묘소도 가까이 있다.
묘역에는 그들의 삶과 업적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한 분 한 분의 묘역을 돌아보면서 광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 일대가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자유·평등·민주 망라
발걸음을 돌려 기념관 내부로 향했다. 입구에 새겨진 ‘선열들이 꿈꾼 나라’라는 글자가 가슴에 묵직하게 다가왔다. 기념관의 메인은 1층 상설전시실, 그중에서도 독립운동을 테마로 한 A구역이다.
동학농민운동부터 의병전쟁, 애국계몽운동, 국권 침탈,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내 민족운동, 의열투쟁, 국외 독립전쟁, 독립군 기지 건설, 국내 진공작전까지 독립운동의 모든 것을 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독립운동의 주체가 ‘민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광복이 거저 주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찾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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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의 특징 중 하나는 참신한 디자인과 자세한 도표다. 시대와 주제에 따라 독립운동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다 보니 지루할 틈 없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독립운동 주요 사건을 생생하게 전해 주는 유물들도 눈에 띈다. 기념관은 더 많은 시청각자료를 제공하고자 여러 복제 유물도 전시 중이다. 을사늑약문, 헤이그 특사 위임장, 2·8 독립선언서 등 역사적 기록은 독립운동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B·C구역에서는 독립 이후부터 4·19혁명까지를 다루며 ‘자유’ ‘평등’ ‘민주’의 이념이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소중한 가치임을 알린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다채로운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특히 오는 19일부터 ‘2025 독립민주시민학교’를 운영해 서울 강북구에 잠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조명한다. 앞서 지난해에는 ‘지도에 새긴 동학농민혁명과 청일전쟁’을 주제로 특별전이 개최돼 큰 관심을 받았다.
기념관은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성인층을 위해서는 특별전과 연계한 특강·학술토론회 등을, 청소년을 위해선 놀이 속 역사 배우기와 특별해설 등을 진행한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직접 참여형 활동도 이뤄진다.
기념관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 주는 곳이 아니다.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통찰을 제공하는 곳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희망과 발전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기념관은 서울 강북구 4.19로 114에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무료. 지하철 4호선 수유역 4번 출구 또는 우이신설선 가오리역 2번 출구에서 하차 후 강북 01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독립운동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체험하고 싶다면 근현대사기념관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뜻깊은 소장품들
을사늑약 체결 문서부터
3·1독립선언서 초판본
독립운동가 연설·담화도
1905년 강제 체결된 을사늑약 문서.
서울 근현대사기념관은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조선동포에게 고함』은 월추산인(月秋山人)이 광복 후 9일 만인 1945년 8월 24일 출간한 책이다. 포츠담선언, 카이로 공동선언 내용과 일본 정부의 반응, 독립운동가들의 연설·담화 등을 담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선전부가 1946년 내놓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관한 참고문건』은 독립운동과 광복군의 활동을 싣고 있다. 특히 이 문건은 해방공간에서 임시정부의 성격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하경의 『대한독립운동과 임시정부투쟁사』는 독립운동의 역사적 흐름을 조망해 대한민국임시헌장과 강령, 임시정부의 활약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서민호 전 광주시장이 1946년 재직 당시 출판한 『해방전후 회고』는 광복 1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책이다. 해방일지와 각 단체의 포고문·성명서·법령 등이 실렸다. 일반적인 수기류가 아닌 연표 자료집이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병합조서』는 한국병합조약 체결에 관한 일왕의 조서로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동양평화 유지와 제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미화한 논리의 실체를 읽을 수 있다.
1919년 『3·1독립선언서』는 보성사에서 인쇄한 초판본으로, 1919년 3월 말 함경도 지역 만세운동 현장에서 사용됐다. 뒷면에 ‘순사가 습득한 종이’라고 적혀 있는 글귀가 이채롭다.
『을사늑약 체결 문서』에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대부분의 통치권을 통감에게 양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약은 정식 제목이 없고, 날인한 박제순이 고종의 위임을 받지 않았으며. 조약 체결 절차인 황제의 비준을 거치지 않았기에 국제법상 효력을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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