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군사상식] 군인들이 팔 걷자, 피가 돌기 시작했다

입력 2025. 04. 08   17:10
업데이트 2025. 04. 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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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군사상식 - 군과 헌혈 

軍, 지난해 단체헌혈 1위
유사시 나와 전우 살리는 혈액 공급
6·25전쟁 계기로 관리 중요성 확산
생명나눔 의지 잇는 긍정적 역할도

지난 2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발표한 『2024년 혈액사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 군은 지난해 단체헌혈을 가장 많이 한 곳이다. 집단의 특수성도 있지만 입대 이후 생명나눔의 중요성을 깨닫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1년 발표된 『군 헌혈 정책이 국내 혈액 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군 헌혈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논문에서는 군 복무 중인 장병 331명을 대상으로 헌혈에 관한 인식을 조사했다. 눈에 띄는 결과로 응답자 중 44.8%가 입대 후 헌혈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역 후에도 헌혈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에 60.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군대에서의 헌혈이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청년들에게 생명나눔의 실천 의지를 키워주고 있다.

군인에게 헌혈은 이보다 더 중요한 관계가 있다. 유사시 혈액은 나와 전우를 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민족운동사연구에 게재된 『한국의 혈액관리체계 구축-대한적십자사를 중심-』을 살펴보면 우리 군과 혈액 관계가 자세히 나와 있다.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혈액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한 것은 6·25전쟁이 일어나면서부터라고 했다. 논문은 “1950년 7월 7일부터 8월 10일까지 2626병의 혈액이 한국에 공급됐는데, 대부분 미군 치료를 위해 사용됐다”며 “1951년 이후부터는 부상 병사들을 치료하기 위한 혈액 공급이 증가하면서 우리 군을 위해 육군병원 등에도 혈액 지원이 이뤄졌다”고 명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지원된 혈액을 어떻게 관리하고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한국군에서 이뤄졌다는 대목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군은 부상자 치료를 위한 혈액 관리에 힘을 쏟게 됐고 1952년 해군에 혈액고를, 이어 육군 관할 5개 병원에 수혈부를 창설했다.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혈액 공급·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전투부상자처치의 핵심이 바로 지혈과 수혈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민간 외상환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이지만, 전투 현장에서는 5~10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부상자의 경우 70%가 5분 이내에, 대부분이 10분 이내에 사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전투 부상으로 인한 대량 출혈이 발생해서다. 반대로 부상자의 대량 출혈만 막아도 90% 이상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중증 부상자에게 36분 내 신선한 전혈을 제공하면 생존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 우리 군이 전투부상자처치(TCCC·Tactical Combat Casualty Care)를 도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6·25전쟁 당시에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알 수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부상자 치료를 위해선 혈액이 필요했고, 중요성을 알게 됐다.

전시 군인에게 혈액은 그 어떤 의약품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헌혈은 전투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혈액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군인과 헌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임채무 기자


해군진해기지사령부 장병들이 8일 소중한 생명 나눔을 위해 헌혈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해군진해기지사령부 장병들이 8일 소중한 생명 나눔을 위해 헌혈을 하고 있다. 부대 제공


“수혈 필요한 국민에게 도움 드려 기쁩니다” 
해군진기사, 사랑의 헌혈 행사

해군진해기지사령부(진기사)와 경남혈액원은 8일 ‘사랑의 헌혈’ 행사를 열었다. 9일까지 진행하는 행사는 봄철 사고 증가로 혈액 수급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역 혈액 비축량 확보에 도움을 주고자 추진됐다.

진기사는 장병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투 휴무를 부여했다. 또 경남혈액원과 협조해 혈액형 검사, 간염 항체 검사, 간기능 검사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8일에만 200명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했다.

임경재 상병은 “평소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헌혈을 하며 생명의 씨앗을 나눠 왔다”며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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