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유해발굴작전을 펼치며

입력 2025. 04. 07   16:57
업데이트 2025. 04. 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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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연 대위 육군36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이광연 대위 육군36보병사단 독수리여단

 


유난히 더웠던 여름, 나는 강원 횡성군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3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육군36보병사단 횡성대대에서 지원과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돌이켜보니 어린 시절 나는 골목골목을 뛰어다니며 이따금 군인들을 보면서 자랐다. 그 시절 스쳐 지나갔던 선배님들의 땀방울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나에게도 이어진 것일까? 운명적이면서 영광스럽게도 나는 육군 장교로서 그 시절 그들의 모습으로 유해발굴작전에 함께하고 있다.

강원도의 칼바람과 눈보라가 끝나고 봄이 찾아온 지금, 우리 부대는 유해발굴작전을 펼치고 있다. 나의 조국이자, 내 고향 횡성에서 전투복을 입고 유해발굴작전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신선한 감정을 나누고자 한다.

이번 유해발굴작전은 나에게 있어서는 여느 임무보다 특별하게 와 닿는 것이 사실이다. 어린 시절 봐왔던 선배 군인들의 땀방울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해발굴작전을 준비하며 6·25전쟁과 지역 내 전사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이번 작전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졌다.

우리는 늘 현재와 미래에 비해 과거를 소홀히 대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선배 군인들과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분의 숭고한 정신은 아직도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에 잠들어 있다. 우리가 그 땅 위에 서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살아가는 뿌리는 그들에게서 나온 것이 분명함에도,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

그렇기에 지금 나에게 주어진 유해발굴작전 임무는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하나씩 기억해 나가는 과정임이 분명하다. 의미 없이 오고 가던 고향길의 곳곳에도 선배 전우들의 희생정신이 깃들어 있음이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 고향 횡성에서의 이번 유해발굴작전은 오늘과 내일의 내가 있음이 선배 영웅들의 피와 땀에 의한 결실임을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 대대는 지난달 28일 횡성 보훈공원에서 개토식을 시작으로 유해발굴작전을 벌이고 있다. 작전을 수행하는 송한리 일대는 1951년 2월 동부전선의 라운드 업 작전의 하나인 ‘홍천 포위공격’과 ‘강림-안흥전투’가 벌어진 격전지다. 지난해에는 이 지역에서 6구의 유해와 536점의 유품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호국영웅들이 잠들어 있는 이 땅 위에서 나는 감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과 군복을 입은 우리 모두를 대신해 다짐한다. 70여 년 전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선배 전우들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고. 그리고 가장 고귀하고 숭고한 마음으로 잠들어 계신 한 분 한 분의 얼을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기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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