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18. 최승우 예비역 공군준위
33년 동안 전투기 정비사로 복무
강원도 귀촌 파프리카 농장 시작
전공분야 아닌 농사 처음엔 진땀
전역 3년 내 진학 학비 지원 활용
스마트팜 공부해 ‘자가육모’ 결실
작년 150톤 수확…연매출 5억 원
예비 귀농인 정착 돕는 전문가 돼
평생을 전투기 정비사로 살 줄 알았던 군인. 그러나 명예로웠던 군복을 벗고 군문을 나왔다. 제2의 인생을 고민하던 그를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의 색을 머금은 파프리카. 강원 원주에서 스마트팜 농업에 도전한 최승우(예비역 공군준위) 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정리=임채무 기자/자료=국가보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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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군 생활이 남긴 ‘BEST’
강원 평창군 용평면에서 3남 4녀 중 넷째로 태어난 최씨는 농사일에 헌신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도시로 나가서 편하게 살길 원했고, 그는 그 뜻을 따라 열심히 공부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항공기 정비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다행히 국가에서 학비에다 숙소까지 해결해 주는 대전의 공군기술고등학교(현 항공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며 꿈에 한 발 더 다가갔다.
1983년 졸업과 함께 부사관으로 임관한 그는 전투기 정비사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군 생활은 아버지 희망대로 손에 흙을 묻히지 않았지만, 흙 대신 기름을 묻히는 일이라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조종사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기에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는 ‘최고의 정비사가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기본적인 일부터 철저히 실천하는 BEST(Basic, Easy, Small, Today) 정신을 가슴에 새겼다. 그 결과 8전투비행단, 19전투비행단, 10전투비행단 등 33년간 군에서 누구보다 성실히 근무해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았고, 2015년 준위로 전역했다.
찾아온 기회, 중요한 건 사람
최씨는 전역 후 꿈꾸던 귀촌 생활을 위해 강원 원주시 신림면 황둔 근처에 집을 지었다. 설계는 운 좋게도 유명 연예인의 집을 건축한 친구가 맡았다. 그렇게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귀촌 생활이 시작됐다. 아내가 농장으로 출근하면 그는 이웃들과 소통하며 마을 경조사를 챙기고 자원봉사에 나섰다. 담배꽁초가 즐비한 골목을 아침마다 쓸었고, 솔선수범하는 그의 모습에 동장이 ‘클리닉 상’ 후보로 추천해 상도 받았다. 마을 행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평온한 귀촌 생활을 꿈꾸던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아내가 다니던 농장의 사장이 고령으로 운영을 축소하려 하자 아내가 “우리가 농장을 한 번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처음엔 반대했지만, 아내의 열정과 설득에 결국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3000평의 파프리카 농장을 인수했다. 하지만 농사의 현실은 혹독했다. 한겨울엔 영하 21도까지 떨어지지만 온실 내부 온도는 20도로 유지해야 하기에 그와 아내는 매시간 온도를 점검하며 밤을 지새웠다. 모터 고장으로 온도를 유지할 수 없을 때는 긴급 수리를 불러야 했다. 매출이 안정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도 컸다. 하지만 그는 군에서 배운 ‘BEST 정신’을 되새겼다. 수리를 전문가에게 배우며 직접 정비하게 됐고, 거래처와 신뢰를 쌓아 자금을 융통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깨달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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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정비사에서 사업가로
농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최씨는 공부를 결심했다. 아내가 먼저 다니던 강원대 스마트팜 농산업학과 후배로 입학해 졸업했다. 전역 후 3년 이내 대학에 가면 학비 50%가 지원되기에 부담은 덜었지만 늦은 나이에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때 그는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도 밤에 한자 공부를 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포기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스마트팜 기술을 익히며 자신의 공장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특히 작물의 뿌리가 튼튼해야 건강한 수확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게 되면서 ‘자가 육묘’에 주목했고, 마침내 이뤄냈다. 부부의 노력은 더 큰 결실로 이어졌다. 황둔농협을 시작으로 지역 농협, 학교 급식, 원주 로컬푸드센터, 군부대, 농협마트(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납품했고, 2016년부터 일본 수출도 했다. 2024년에는 온라인 판매를 개시하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강원더몰에 입점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연간 150톤을 수확, 연매출 5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원주를 대표하는 파프리카 농장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상을 받은 것은 물론 국내 굴지의 종묘 회사 성능시험장(테스트베드) 농장으로 선정돼 신품종을 심고 수확량을 파악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노력· 포기하지 않는 마음 중요
그는 지난해 강원서부보훈지청 ‘제대군인지원센터 멘토’로 위촉됐다. 스마트팜 전문가로서 예비 귀농인과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스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며, 6차 산업 인증 절차도 진행 중이다. 파프리카, 딸기, 토마토 수확 체험과 수확물을 이용해 주스·와플·피자 등을 만들어 보며 온 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포토존에서 인생샷까지 남길 수 있는 농장으로의 변모도 준비하고 있다.
파프리카 고춧가루를 개발해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그는 웃으며 말한다. “전투기를 정비하던 군인이 이제는 파프리카를 키우며 새로운 하늘을 그리고 있네요. 평생 배우려는 노력과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새로운 인생이 즐거울 겁니다. 여러분만의 인생을 찾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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