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래전 이야기 아냐… 한반도 맞춤 AI 전략 세울 때”
군 분야 인공지능 활용 실질적 지침서 필요해
실용적 AI 적용 모델 개발 기여하려 번역 결심
기술 핵심 개념·경쟁국 군사 프로그램 등 다뤄
“야전 경험 바탕 전략적 대화 장 넓히는 역할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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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여름 김진우 해군대령과 김성훈 해군중령은 인터넷 서점에서 『AI AT WAR』라는 책을 우연히 접했다. 당시 해군 연구개발(R&D) 기술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그들은 군사 분야 인공지능(AI) 활용에 관한 실질적인 지침서를 찾던 중이었다.
“우리 군이 AI 기반 전력으로 도약하기 위해 AI 기술의 구체적인 군사 적용 방향성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아직 이를 위한 지침서가 없었죠. 책을 본 순간 눈이 번쩍 트였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번역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이들이 『AI AT WAR』를 번역하면서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AI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이 아니라 전장 기능 전체를 지능화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체계라는 점이었다. 특히 ‘관찰(Observe)-상황 판단(Orient)-결심(Decide)-행동(Act)’에서 전장의 속도를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우리 군의 의사결정 속도 개선의 실질적 방향성을 제시해 줬다.
“미군은 ‘센서-지휘통제-타격’을 하나의 알고리즘 전투체계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AI가 지휘관의 결심을 보완하도록 AI 체계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군의 AI 기술은 아직 개념 정립과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고 실전 적용을 위한 통합적 접근이 다소 부족한 상황입니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AI를 임무형 지휘와 연계하고 다영역 작전환경에 맞는 판단 중심의 무기체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AI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실제 전장에서 작동 중인 현실이다. 2023년 우크라이나가 6대의 무인수상정으로 구성된 군집 무인수상정을 투입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해군기지의 러시아 상륙함을 공격한 게 좋은 사례다. AI 기반 자율항해 기능과 군집 제어기술을 탑재한 이들 무인수상정은 러시아 해군의 방어망을 뚫고 목표물에 도달해 자폭 공격을 감행했다.
이처럼 AI를 무기체계에 적용하기 위해선 현장 운용이 가능한 약(弱) AI(좁은 AI),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정제되고 유의미한 ‘군사 빅데이터 확보’가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AI를 기술이 아닌 지휘철학과 작전사고에 녹여 내는 전략적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노고로 나온 책은 AI의 군사적 활용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과 실용적 접근을 담았다. 전반부는 AI 기술의 개념과 군사 적용의 큰 그림을 제시한다.
AI·기계학습(ML)·빅데이터 등 핵심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단순 AI부터 일반 AI까지 각각의 특성을 분석했다. 특히 자율무기체계(AWS)와 AI의 관계를 명료하게 정립하고, 미국의 제3차 상쇄전략에서 AI의 역할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의 군사 AI 프로그램도 상세히 평가한다.
중반부는 정보·감시·정찰(ISR)에서의 AI 활용부터 통신체계 혁신, 지휘통제(C2), 통합화력 운용까지 해군 작전 분야별 AI 적용방안을 다뤘다. 후반부에는 사이버전에서의 AI 활용과 기만대응, 자율성과 인간 의사결정의 균형, 해군 전략·전술에 미치는 영향 등 전략적·정책적 고려사항을 수록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AI의 작전적 가능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함께 질문하고 고민했으면 한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AI 전환은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우리 군 전체가 윤리와 실전, 전략과 기술을 같이 고민하며 그려 가야 할 긴 여정의 출발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앞으로 군 내 다양한 분야에서 AI와 미래 전력 창출교육, 전략적 대화의 장을 넓혀 가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야전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과 연구, 정책이 연결되는 실용적인 AI 적용모델 개발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단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전투 수행개념과 지휘방식 자체를 혁신할 수 있는 인간 중심의 AI 전환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연구와 강연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군사 AI는 미래 전쟁의 게임체인저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 분야다. 저자들의 이야기처럼 맹목적인 기술 도입이 아닌 우리 군의 실정과 한반도의 전략환경에 맞는 단계적이고 선택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주형 기자
김진우(오른쪽) 해군대령과 김성훈 해군중령이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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