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인학 일등중사 유해 신원확인
국유단, 올해 첫 호국 영웅 귀환 행사
“군에서 시료 채취하러 온다고 한 지난해 11월, 어머니가 꿈에 보였어요.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기 전날엔 아버지가 꿈에 나오셨죠. 아마도 오빠의 유해를 받으라고 나타나신 것 같아요.”
6·25전쟁에서 산화한 호국영웅 고(故) 정인학 일등중사(현 하사 계급)의 여동생 정병숙(69) 씨는 오빠의 유해를 맞이하며 이렇게 말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을 이틀 앞두고 전사한 스물의 청년이 72년 만에 동생 품으로 돌아온 순간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19일 “지난해 11월 강원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한 완전유해 신원을 국군 7사단 소속 고 정인학 일등중사로 확인했다”며 “고인의 동생 자택에서 올해 첫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열어 유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오빠의 얼굴을 머릿속으로만 그려 왔다. 오빠가 전사한 뒤 태어나 생존 당시 모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매년 현충일마다 전북 정읍시 충무공원에서 개최되는 추모행사에 데려갔기에 오빠의 모습을 자주 상상하곤 했다. 정 일등중사는 1932년 12월 정읍에서 4남 6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1951년 9월 열여덟의 나이에 입대했다. 7사단 소속으로 1953년 7월 ‘적근산-삼현지구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그는 올해 처음이자, 철원군 주파리에서 집단 발굴된 유해 19구(인식표 7개) 가운데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다.
신원확인의 결정적 단서는 함께 발굴된 ‘인식표’였다. 국유단은 인식표 이름을 근거로 병적부를 확인하고, 행정관서와 협력해 유가족 소재를 파악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유가족 찾기에 돌입한 지 이틀 만이었다. 이후 유해와 유가족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남매 관계임을 알아냈다.
국유단 관계자는 “6·25전쟁 전사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국민의 동참이 절실하다”며 “국유단 탐문관들은 각지에 계신 유가족을 먼저 찾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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