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지상작전사령부 화력참모부 예하 전투협조실은 연합지상구성군사령부(연지구사)에서 요청하는 연합·합동전력 협조, 연합 및 합동화력 계획 등 여러 업무를 수행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임무는 한미 연합공조체계의 강화·유지다. 이를 위해 한미 전투협조실은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함으로써 유대관계를 다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20일 미군이 주최하고 한국군이 일부 지원한 ‘74주년 180고지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엔 ‘180고지’라는 이름이 낯설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행사 도중 180고지의 역사적 배경과 그곳에서 펼쳐진 치열한 전투에 관해 설명해 줬다.
180고지는 6·25전쟁 때인 1951년 2월 7일, 경기 연천군 근방에서 중공군과 미군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전략적 요충지다. 중공군이 한반도 중부전선을 돌파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했던 고지였다.
특히 미국 27보병연대 소속 레이먼드 G. 밀릿 대위는 부하들을 이끌고 총검 돌격을 감행했다. 당시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밀릿 대위는 물러서지 않고 선두에서 병사들을 독려하며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리더십과 용기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웠고, 결국 180고지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밀릿 대위의 돌격은 당시 미군이 수행한 마지막 공식 총검 돌격으로 기록됐으며, 그의 용맹한 행동은 미국 최고 영예인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계기가 됐다.
밀릿 대위는 자신의 조국이 아닌 이름 모를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와 함께 싸운 병사들의 희생은 오늘날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틀을 이뤘다.
기념행사에서 전사한 영웅들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될 때마다 가슴 한편이 먹먹해졌다.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와 희생, 우리가 결코 잊어선 안 될 고귀한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한미 양국이 함께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리며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측에서는 제러미 F. 리니(대령) 전투협조실장이, 한국 측에선 김경원(대령) 전투협조실장이 헌화했다. 이는 단순한 기념식이 아닌 한미 연합의 끈끈한 유대와 서로를 향한 존중과 감사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는 그저 주어진 게 아니다. 이름 모를 나라를 위해 피 흘린 영웅들 덕분에 가능했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억하고 경의를 표하는 것이야말로 한미 연합의 유대가 더 굳건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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