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에서 형제의 안부를 묻다

입력 2025. 03. 13   15:09
업데이트 2025. 03. 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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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현 중사(진) 해군 청해부대 44진 강감찬함
조용현 중사(진) 해군 청해부대 44진 강감찬함



“여기는 청해부대 44진 강감찬함입니다. 긴 항해에 고생이 많으십니다. 항해 중 특이사항이 있으십니까?” 

청해부대는 아덴만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의 안전을 책임지며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국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하루에도 수십 척의 선박과 교신하며 안부를 묻는 것은 청해부대의 일상이자 책임이다. 그러나 그날은 평소와 다른 특별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VL브릴리언트호는 해적의 위협이 예상되는 해역을 지나고 있었다. 청해부대가 안전항해를 지원하는 여러 선박 중 하나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선박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던 중 평소와 다른 무전이 들어왔다.

“혹시 청해부대에 근무하는 조용현 하사를 알고 계십니까?”

아덴만 한가운데서 나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친형이 떠올랐다. “예, 청해부대 44진 강감찬함 조용현 하사입니다.” “야! 너는 형 목소리도 몰라보냐?” 반가운 목소리의 가족이었다.

지난해 11월 청해부대 출항 이후 형과 나는 각기 다른 바다에서 각자 담당한 역할을 하느라 서로의 소식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그런데 형이 근무하는 선박이 청해부대 관할 해역에 진입하면서 뜻밖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우리 형제가 있는 이 바다는 언제든 해적이 출몰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에 걱정스러웠다. 특히 군함에 있는 나보다 상선에서 근무하는 형이 더 긴장됐을 터. 청해부대는 지난 15년간 4만3000여 척의 선박을 안전하게 호송하며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선박과 선원을 지켜 왔기에 형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형은 안심한 듯 전화통화를 마무리했다.

형과의 우연한 만남은 청해부대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특별한 순간이었다. 평소엔 우리의 역할을 실감하기 어려웠지만, 형과 연락하면서 청해부대가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지키면서 그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청해부대 44진이 임무를 수행한 지도 넉 달이 지났다. 우리의 역할은 선박의 안전을 지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해양안보작전과 대해적작전을 펼치며 국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다국적 해군과 협력하면서 해양안보를 강화하며 바다의 평화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청해부대의 이러한 노력은 아덴만을 넘어 전 세계 바다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우리 형제는 바다에서 각자 역할을 다하고 그리운 고향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서로 다른 바다에서 임무를 이행하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을 항해하는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기원한다. 청해부대는 언제 어디서나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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