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중 6번째 경험했던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이었지만, 중대 행정보급관으로선 처음이었던 이번 훈련에서 2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전장에서의 마찰은 상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격작전 1일 차, 야간에 예상치 못한 적 포격으로 중대장·소대장님 두 분을 포함한 중대원 절반이 사망했다. 전투근무지원대에서 지속지원 임무를 수행하다가 대대 지휘소로 이동, 피해 규모 파악 후 중대의 조직적 움직임이 가능하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집결지 일대에 도착하니 중대는 지휘체계상 많은 혼란을 겪고 있었다. 분대장들은 소대장 임무를 담당하기 위해 각자 위치에서 노력 중이었다. 규모를 알 수 없는 적의 사격 소리와 누군가 지휘하는 목소리, 피아가 혼재된 전장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모두가 처음 겪는 전장에서의 마찰은 극복하기 어려울 듯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아차리기도 전 긴급 보충된 중대장·소대장님을 비롯한 중대원들이 전장으로 복귀했다. 중대장님으로부터 선도정찰대 임무를 하달받아 목표로 기동했다. 이후 배치된 장애물과 함께 방어하던 적과 교전이 발생했다. 훈련해 왔던 것처럼 우회와 대응사격을 하면서 적을 격멸했고, 전장 마찰을 하나씩 극복해 나갔다. 훈련으로 다져진 조건반사적 행동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둘째, 명령을 이행하던 부하들의 사망·부상을 지켜보면서 쓰라린 고통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 시간이었다. 중대의 목표로 기동하던 중 주변을 보니 사망 처리당한 중대원, 넘어져 발목을 다친 용사, 손등뼈가 부러진 채 기동하는 전우들이 눈에 띄었다. ‘명령’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를 체감하며 계속 기동한 끝에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때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진지 강화 및 재편성 명령을 받은 이후 무거웠던 명령의 무게를 이미 중대원들이 나눠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고지의 이점을 활용해 진지를 재편성하며 적을 조우할 준비를 했다.
적은 끊임없이 공격해 왔다. 일부 진지에선 탄약이 없어 이미 사망한 전우의 탄약을 찾으러 이동하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결국 진내 사격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1시간가량 지났을 무렵 우리 중대는 모두 전사했고, 확보한 목표를 상실했다는 허탈함에 울분을 토했다.
사후 검토에서 우리 앞으로 밀려온 적은 약 230명이었다. 그중 개인화기로만 80여 명을 사살했고, 다수의 적을 고착시켜 적 전투력 전환을 방지함으로써 상급부대 작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알게 됐다. 경험하지 못한 ‘명령’의 책임감을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전우애’라는 단어로 모두 함께 나누며 임무를 완수했던 것이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