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1함대 참수리 고속정 해상사격 훈련…나를 버린다, 창끝을 벼린다

입력 2025. 02. 16   11:05
업데이트 2025. 02. 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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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1함대 참수리 고속정 해상사격 훈련

적 경비정 북방한계선 침범 상황
긴급출동…330여 발 함포 표적 명중
좁은 선상서 목숨 바치겠다는 각오
24시간 해상 도발 억제·어민 보호

 지난 14일 동해 군항에 정박 중이던 해군1함대 참수리 고속정(PKM·150톤)에 비상이 걸렸다. 수십㎞ 밖 해상에서 적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상황이 주어진 것. 긴급출항 명령이 떨어지자 참수리 고속정 2척으로 구성된 138고속정편대가 훈련 구역을 향해 전속 기동했다. 글=조수연/사진=김병문 기자

지난 14일 해상사격훈련에 투입된 해군1함대 참수리 고속정편대 승조원들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4일 해상사격훈련에 투입된 해군1함대 참수리 고속정편대 승조원들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한 발의 실수 없이 실전 같은 대함사격 

순식간에 군항을 이탈한 고속정은 동해를 시속 50㎞ 이상으로 질주했다. 높은 파고에 선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진하게 풍겨오는 매연과 기름 냄새가 코를 찔러 속이 뒤집힐 듯 울렁거려왔다.

고속정 정장 명령에 따라 승조원 30여 명이 임무 위치로 몸을 날렸다. 부력방탄복을 입고 헬멧을 쓴 승조원들 표정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였다. 해상 생활을 숱하게 이어온 터라 좁고 흔들리는 선체에서도 균형을 잡으며 사격 준비에 몰두했다. 

“조준 좋아!” “조준 좋으면 쏘기 시작!” 사통장의 보고를 받은 고속정 정장이 명령을 내렸다. 편대를 이룬 고속정 2척이 함께 기동하며 가상의 적 경비정을 조준했다. 파도를 가르며 빠르게 기동하는 고속정의 움직임을 고려해 최적의 순간을 기다렸다. 

적 경비정이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사통장이 발사 버튼을 눌렀다. 330여 발의 함포는 한 치 오차도 없이 표적에 명중했고, 가상의 적 경비정들은 동해에 수장됐다. 제압사격이 끝나고, ‘명중’ 보고가 올라오는 것으로 훈련은 마무리됐다.

 

 

사격훈련을 위해 탄을 옮기는 장병들.
사격훈련을 위해 탄을 옮기는 장병들.

 

사격훈련을 알리는 브라보기가 올려지고 있다.
사격훈련을 알리는 브라보기가 올려지고 있다.



동해 수호하는 창끝 고속정편대 

고속정 대원들은 한 번 임무에 투입되면 해상과 전진기지를 오가며 고된 생활을 해야 한다. 외부와 단절된 좁은 배 위 생활이 쉽지 않지만, 목숨을 바치겠다는 비장한 자세로 바다를 지키고 있었다. 

1함대 고속정편대는 동해 최전방 접적해역에서 적 동향을 감시한다. 유사시에는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으로 적의 도발을 차단한다. 날쌘 기동성을 바탕으로 적의 해상 도발을 억제하며 언제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24시간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속정은 동해안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의 안전도 보호한다. 매년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저도어장은 어로한계선 북쪽에 있어 안전 확보가 필수다. 어장 개방 시기가 되면 고속정 승조원들은 초긴장 상태로 경계태세를 끌어올린다. 해양경찰과도 협력해 조업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해군1함대 양언수(소령) 편대장.
해군1함대 양언수(소령) 편대장.


인터뷰 / 전탐장에서 편대장까지…양언수 소령


“좋아하는 해군에 돌아와서 매일매일 행복하고,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아깝습니다. 최선봉부대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훈련을 지휘한 양언수(소령) 편대장은 부사관 전역 후 장교로 재임관하면서 여러 차례 고속정에 근무한 베테랑이다. 중사 전탐장, 중위 부장, 대위 정장을 거쳤다.

그는 1999년 부사관 177기로 해군에 첫발을 내디뎠다. 광개토대왕함(DDH-Ⅰ) 전탐사와 1함대 참수리 321호정 전탐장으로 근무한 뒤 2003년 전역했다.

전역 후 종합병원 재활센터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동안 ‘바다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에서 하는 일도 좋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해군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힘들지만 밖에선 누릴 수 없는 전우애와 보람을 느끼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양 소령은 2009년 학사사관 107기로 재임관해 다시 ‘바다 사나이’가 됐다. 29세의 다소 늦은 나이였지만 지난해 편대장 부임이라는 꿈도 이뤘다.

“고속정 전탐장으로 근무했던 1함대에서 고속정 편대장으로 지휘봉을 잡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고속정 임무 자체가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전선에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승조원들이 단단한 전투력과 전문성을 갖고 창끝부대 역할을 완수하도록 교육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양 소령은 국민에게 고된 환경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해군 장병들을 관심과 애정으로 보듬어 주기를 당부했다.

“어렵고 힘든 환경입니다. 추운 바다에서 해수를 맞아가며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고생하고 있다’는 격려를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승조원들도 불평보다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고속정 전사다’란 자부심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부대를 운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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