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 마인드셋/ 전투의 뇌과학을 들여다보다
① 현대전, 마음을 향한 전투가 시작됐다
② 인지전, 우리는 왜 뇌를 알아야 하는가?
③ 전장, 총알보다 무서운 정신적 압박
④ 군인 내면의 힘! 정신적 강인함
⑤ 인지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⑥ 내면의 힘을 끌어올리는 방법
⑦ 최강의 전사를 만드는 워리어 마인드셋
반복훈련으로 신경망 최적화…명령 떨어지면 자동반응
적에 대한 나의 의지를 관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전략…
뇌과학·심리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 새로운 차원의 전쟁이 등장했다
나토는 이를 ‘인지전’이라는 개념으로 공식화했다
뇌가 싸움 선택하면 몸은 전투태세로…출혈 최소화하고 통증도 감소시켜
도망 선택하는 순간 ‘전원 꺼짐’ 상태…에너지 아끼려 기능 축소 공황 유발
의지·정신력 무관한 생리적 반응…‘무형전력’도 과학적·체계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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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독일군의 포격이 쏟아지는 오마하 해변에서 한 미군 병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인간의 의지가 극한의 상황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이 발표한 공식 연구서 『미군의 군인들: 전투와 후유증』은 참전용사 4분의 1이 바지에 소변을, 8분의 1이 대변을 지렸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 준다.
성숙한 성인이 스스로 생리현상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도 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의 뇌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기능을 축소한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서 불필요한 화물을 버리듯이 말이다.
우리는 흔히 인간을 이성적 존재라고 믿지만, 전쟁은 이 믿음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 준다. 인간은 이성이 아닌 뇌의 지배를 받는 생물학적 존재이며, 극한의 상황에서 뇌는 의지와 무관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뇌’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전은 더 이상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니다. 인간의 뇌를 겨냥한 치밀한 전략전이다. 왜 뇌를 알아야 하는가? 바로 우리가 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적이 우리의 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인지전의 부각
인지전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적에 대한 나의 의지를 관철하는 정치의 연장”이라고 했으며 『손자병법』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했다. 이는 모두 인지전의 본질을 설명하는 말이다.
역사 속에서도 인지전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사자성어 역시 인지전의 대표적인 예다. 초한전쟁 당시, 한나라의 한신 장군은 초나라 군을 포위한 뒤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를 울려 퍼지게 했다. 초나라 병사들은 자신들이 완전히 고립됐다는 불안감에 휩싸였고, 전투의지보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감정이 앞섰다. 이 순간 전쟁은 끝난 것이다.
이처럼 인지전은 오랫동안 전쟁의 일부였지만, 현대에 들어 더욱 부각된다. 그 중심에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비약적 발전’이 있다. 인간의 뇌가 공포와 혼란 속에서 보이는 반응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차원의 전쟁이 등장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라는 개념을 공식화하며 새로운 용어가 대두된 것이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반응 보여
인간의 뇌는 위협적 상황에서 ‘싸우거나 도망치거나(Fight or Flight)’라는 기본적인 생존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뇌가 싸움을 선택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해 신체는 즉시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심박수가 증가하며, 뇌와 근육에 산소 공급이 늘어나고 동공이 확대된다. 혈관이 수축해 출혈을 최소화하며, 엔도르핀 분비로 통증이 감소된다.
뇌가 도망치는 것을 선택하면 방어기제로 인해 마치 ‘전원을 꺼 버린’ 듯한 상태가 된다. 뇌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고자 기능을 축소하는데, 그 결과 몸이 굳어 버리거나 극심한 혼란에 빠지는 ‘공황(Panic)’ 상태가 된다. 이는 개인의 의지나 정신력과는 무관한 생리적 반응으로, 뇌가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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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뇌의 변화
전장의 극심한 스트레스는 단순한 심리적 압박을 넘어 뇌의 구조와 기능 자체를 변화시킨다. 위협을 감지하고 즉각적 반응을 돕는 편도체(Amygdala)가 과도하게 활성화하면 병사들은 지나치게 예민해지거나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기능이 저하돼 충동적이고 단기적인 의사결정이 증가한다. 또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는 강한 스트레스로 기능이 억제돼 기억이 왜곡되거나 삭제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들이 겪는 기억의 손실과 왜곡이 바로 이러한 현상의 결과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뇌 사용방식
아마추어는 가끔 잘하지만, 프로는 일관된 성과를 보인다. 이는 두 집단이 뇌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근본적 차이를 보여서다.
골프를 예로 들어 보자.
아마추어는 백스윙, 체중 이동, 피니시 같은 동작을 의식적으로 조정하며 신체에 직접적 지시를 내린다. 호르몬도 긴장을 낮춰 줄 수 있는 코르티솔을 분비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반면 프로는 단순한 명령을 내리고 반복훈련으로 최적화한 신경망을 통해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스윙을 구사한다. 또한 전투적인 대응을 위해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순간적인 집중력과 반응속도를 극대화한다.
실제 전장으로 공간을 이동해 보자.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아마추어의 반응처럼 뇌의 명시적 지시에 따라 몸이 움직인다면 순간적으로 얼어 버릴지도 모르고, 뇌가 ‘도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투의 프로인 군인은 ‘준비된 뇌’를 가져야 한다. 반복된 훈련으로 신경망을 최적화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자동 반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군인의 뇌’와 준비된 마음 자세를 ‘워리어 마인드셋’이라고 부른다.
군인에게 확고한 신념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대전에서는 우리가 믿고 느끼는 모든 게 조작될 수 있다. 적은 두려움과 혼란을 조장해 공황 상태를 유발하고, 전투의지를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이제는 올바른 가치관을 넘어 군인의 뇌와 심리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공포와 이성의 균형을 유지하며, 편도체와 전전두엽이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첨단 과학이 전장을 변화시키는 시대, 무형전력 또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 전투 경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나
편도체 활성↑ 해마 기능↓
작은 위협에도 강한 공포
기억력·공간 인지 떨어져
전투는 군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데, 이는 뇌의 편도체와 해마 같은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 전투 경험으로 인한 뇌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편도체의 과활성화: 전투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치 경계 병력이 지나치게 긴장해 작은 소리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작은 위협에도 강한 공포반응을 보인다. 이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주요 증상이다.
해마의 기능 저하: 지속적인 전투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부대의 정보 저장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기억력과 공간 인식 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과거의 위험한 상황과 현재의 안전한 상황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전전두피질의 조절 능력 약화: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부대의 지휘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공포와 불안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뇌의 연결성 변화: 전투 경험이 뇌의 여러 부분 간 소통방식을 바꾸는 현상이다. 마치 부대 내 여러 팀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것과 같다.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과 이를 조절하는 부분 사이의 소통이 어려워져 감정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 반복된 전투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부대 전체에 비상경보가 지속적으로 울리는 것과 같다. 뇌의 여러 부분,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손상될 수 있으며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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