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꿔 놓을 미국과 중국의 미래 전쟁

입력 2025. 02. 10   15:48
업데이트 2025. 02. 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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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국제정치학 박사
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국제정치학 박사



“미국인은 아직 인공지능(AI) 혁명이 경제와 국가안보,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10년 안에 미국을 앞질러 세계 AI 리더로 올라서려는 야망을 갖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 민주주의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중국은 인간을 감시하는 데 AI를 사용 중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세계인에게 섬뜩한 징조입니다.” 

2020년 구성된 미 백악관 AI 위원회는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의장을 맡고 오라클의 새프라 캐츠, 마이크로소프트의 에릭 호로비츠, 아마존의 앤디 재시, 구글의 앤드루 무어 등 15명의 민간인과 관리가 참여했다. 이 위원회는 2023년 1월 ‘NSCAI 파이널 리포트’라는 이름의 최종보고서를 만들어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750쪽이나 되는 이 파이널 리포트에서 섬뜩한 대목은 제3장 ‘AI와 전쟁’이다. 국내에서 번역돼 책으로 출판된 이 보고서에서 이 부분은 빼놓았다. NSCAI의 최종보고서 ‘AI와 전쟁’ 부분을 정리해 보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전쟁 양상은 크게 변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전쟁의 주 무기는 칼과 활, 창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전쟁에 동력을 공급하고, 기계가 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정도를 장악하고 있던 청나라는 산업혁명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아 1840년 영국과 벌인 아편전쟁에서 참패당했다. 이전에는 바람의 힘(돛)과 사람의 힘(노)으로 전함이 움직였으나 산업혁명으로 발명된 증기기관을 장착한 영국 해군은 청나라 해안수비대가 방어할 수 없는 함포를 갖고 있었다. 청나라 해안수비대가 쏘는 대포는 영국 군함에 닿지도 못했지만, 영국 해군이 쏘는 함포는 청나라 해안 포대를 모조리 박살 냈다.

진시황제의 천하통일 이후 2000여 년간 강력한 무력을 보유한 왕조를 이어오던 중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넓은 땅의 절반 이상이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양의 반(半)식민지가 됐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2023년 1월 백악관에 전달한 NSCAI 리포트의 ‘AI와 전쟁’은 “앞으로 미래 전쟁에서는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와 비교가 안 될 혁명적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무기 자동화와 정확도, 작전개념 등에서 AI를 활용한 국가의 전쟁 능력과 그렇지 못한 나라의 전쟁 능력은 아편전쟁 때 영국 함대와 청나라 해안수비대 이상으로 큰 차이가 날 것이란 경고였다. 이전까지 전투개념과 작전 내용은 사람의 머리가 만들어 낸 것이었으나 미래 전쟁에서는 AI를 적용한 쪽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AI를 전쟁에 적용할 경우 더 큰 문제는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작전개념에서 벌어지는 결과와 AI가 만들어 낸 작전개념어로 치러지는 전쟁은 인명 손실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구나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AI가 통제하는 핵전쟁을 벌일 경우 인간이 통제하는 핵전쟁과는 달리 인명 손실에 관한 비인간적 판단으로, 말 그대로 ‘세계 역사의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NSCAI 최종보고서는 “그래서 미국이 어떻든 AI 기술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비민주국가들을 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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