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구하려 목숨 바친 ‘창공의 별’ 당신을 기억합니다
민간 피해 막으려 비상탈출 포기한
전투기 조종사 고 심정민 소령 기려
가족·동료 사연, 추모메시지 등 담아
한 인간이 지닌 의로움·용기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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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8일 방영된 채널A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코끼리 사진관’. 이날 배우 한가인은 젊은 영웅의 마지막 목소리에 오열했다. 고작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순직한 전투기 조종사의 마지막 육성을 듣다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 조종사가 남긴 음성은 사고 열흘 전 동기에게 말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는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였다.
조종사는 심정민 소령. 그는 2022년 1월 11일 평상시와 같이 훈련을 위해 공군 F-5E 전투기에 탑승했다가 기체 결함으로 인해 경기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야산에 추락해 산화했다. 사고 당시 10초 남짓의 충분한 ‘비상탈출’ 시간이 있었지만, 심 소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민가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서다. 결국 전투기는 주택이 있는 마을과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 공군 사고조사단은 블랙박스 기록을 분석한 결과 조종사가 탈출했다면 전투기는 민가에 “거의 확실하게 떨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를 추모하는 책 『별이 된 보라매』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1월 11일 심 소령의 모교인 대구 능인고에서 순직 3주기 추모식과 함께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선을 보였다. 심 소령의 작은누나 심은정 씨는 “더 늦기 전에 정민이를 온전하게 기억하고 싶었다”며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평범한 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의로움과 용기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기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별이 된 보라매』에는 장교 11명을 배출한 ‘병역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나 전투기 조종사라는 자부심이 남달랐다는 심 소령을 추억하며 가족·동료·지인들이 엮은 다양한 사연이 담겼다. 심 소령을 기리는 부모님, 가족, 은사, 선후배, 친구들의 인터뷰도 들어 있다. 고인의 사관학교·전투비행단 시절 사진, 쓰던 물건과 비행 연구노트 등도 수록했다.
특히 순직 직후 주한미군사령관과 주한미국대사, 태평양공군사령관, 미국·영국·이탈리아·호주·인도 공군참모총장 등 10여 개국 공군 장성과 외교 관계자들이 한국 공군참모총장에게 보낸 추모 메시지를 공개해 이채롭다.
책은 점점 개인주의로 치닫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경종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되기를, 영웅의 숭고한 용기가 우리의 마음속에 ‘이해와 배려’라는 잔상으로 남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글=이주형/사진=양동욱 기자
인터뷰 / 김현호 보스토크프레스 대표
“비현실적 영웅의 모습 아닌 현실적 인간의 모습 담았죠”
“단순히 고인의 위대함을 칭송하기보다 그의 소중한 기억과 의미 있는 삶의 여정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현호 보스토크프레스 대표는 고(故) 심정민 소령의 작은누나 심은정 씨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인연으로 이번 책의 제작을 맡았다. 사실 김 대표는 책을 만들기 위해 관계자를 만나고 자료를 찾으면서 심 소령의 모습에 감동했다. 10초 정도의 시간이면 최소한 두 번 이상 탈출할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자신이 탈출하면 민간인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하는 여타의 조건을 떠나 다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는 위인이고 영웅이라며 경의를 표해야 하는, 그런 대상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간 사람을 많이 만났다. 물론 책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사관학교 동기들이 기억난다고 했다. 대학 동창, 군대 동기, 직장 동료가 함께 혼합된 그들이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자기 일처럼 나서 줘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당부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영웅이라고 하면 대개 비현실적인 모습이 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영웅이나 애국심 같은 것이 너무 강조되면 평범하고 개인적인 모습은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심 소령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이자 동생이며 남편으로서, 또 사명감 깊은 군인으로서 다양한 모습이 있었음을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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