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 무기·탐지 자산 하나의 전투시스템으로 통합

입력 2025. 02. 05   15:53
업데이트 2025. 02. 0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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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무기의 세계 - 차세대 방공작전 지휘체계 ‘IBCS’

대공 미사일·비행기·레이다 연결
여러 국가 다양한 무기와 연동 가능 
한국서 시연…주한미군 연말부터 운용

‘지휘통제’를 의미하는 C2(command and control) 무기는 전차나 미사일같이 뉴스에서 주목하거나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휘통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작전을 통제하는지에 따라 작전 성패는 물론 전쟁의 승자가 결정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번 주 ‘최신 무기의 세계’에서 다룰 내용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방공작전(Air Defence Mission)용 지휘통제시스템인 노스롭그루먼의 IBCS(Integrated Battle Command System) 지휘체계다.

 

여러 동맹국 방공체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공작전용 지휘통제시스템인 IBCS. 출처=노스롭그루먼
여러 동맹국 방공체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공작전용 지휘통제시스템인 IBCS. 출처=노스롭그루먼

 

 

순간의 선택이 방공작전의 성공 결정

방공작전은 흔히 대공 미사일(Surface-to-Air Missile)이나 공군 전투기가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이는 매우 단편적인 생각이다. 대공 미사일은 담당 고도와 임무에 따라 여러 종의 체계가 있고, 공군 전투기뿐만 아니라 조기경보기와 전자전까지 통합돼야 하는 고도로 복잡한 작전이다. 

이 때문에 방공작전은 작전에 참여 중인 각 요소 간 작전 정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기기 쉽다. 아군을 적군으로 착각한 오발 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적 표적에 대한 요격 수단을 필요한 만큼 적절하게 선택하지 않는다면 적의 후속 공격을 막아내기도 어렵다.

게다가 방공작전을 방해하기 위해 공격자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점점 더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F-16 전투기 등으로 대공 방어 능력을 강화하자 자폭 드론, 아음속 순항 미사일, 극초음속 공대지 탄도탄을 일명 ‘섞어 쏘기’로 사용해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런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과거 지휘통제 시스템과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기능·개념으로 개발한 신형 지휘통제 시스템이 바로 IBCS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트기가 등장하자 대공 방어 지휘 시스템의 적 공습 위협 대응 시간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미사일 기술의 발달은 이 위협 대응 시간을 더욱 줄게 했다. 과거 지상군 지휘관이 병력을 배치하는 것과 비슷하게 지휘하는 방공 지휘체계로는 전혀 대응할 수 없었다.

 

최근 한국에서 이뤄진 방공작전용 지휘통제시스템(IBCS) 설명회. 출처=노스롭그루먼
최근 한국에서 이뤄진 방공작전용 지휘통제시스템(IBCS) 설명회. 출처=노스롭그루먼

 


자동화 방공체계 새 개념 제시

그래서 1950년대 후반부터 이미 사람이 아닌 컴퓨터와 데이터 통신으로 방공작전의 지휘통제를 자동화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고, 우리 군도 자동화된 방공 지휘체계를 운용 중이다. 흔히들 우리가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Master Control and Reporting Center)와 한반도를 위협하는 탄도탄에 대응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작전센터, 육군의 국지 방공자동화(ADC 2A)체계 등이 이에 속한다. 

자동화 방공체계는 대공 방어 포대의 대응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장점이 있다. 적 항공기가 어디로 침입하는지 음성·무전으로 전달받아 대공포 사격 여부를 무전으로 지휘부에 전달하면 최대 3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런 자동화 방공체계는 30초 수준으로 크게 단축된다.

우리 군의 자동화 방공지휘체계는 탐지 정보와 적 정보를 메시지 형태로 지휘소와 대공 미사일 포대, 공군기지가 통신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지상 및 공중의 자산들이 무엇을 보고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결과’를 공유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각 대공 자산이 보는 정보와 교전의 결과를 아는 것만으로도 지휘 시스템 효율이 크게 향상되지만, 미국은 통합대공미사일방어(IAMD·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라는 대공작전 개념을 만들어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고 있다.

IAMD의 기본 개념은 방공작전에 사용되는 모든 요격 무기와 탐지 자산이 하나의 전투시스템으로 완전히 통합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별 대공 방어 시스템이 아닌, 완전히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IAMD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여러 지휘소 장비, 네트워크 통신 장비, 지휘통제 시스템을 모두 포함하는 시스템이 IBCS다.


IBCS의 세 가지 통합이 미치는 영향

IBCS에 대해 제작사는 이를 ‘통합 전투 지휘 시스템’이라고 홍보한다. 이 통합은 세 가지 부분이 통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번째 통합은 ‘체계 통합(System Integration)’이다. 서로 다른 대공 미사일과 비행기, 레이다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두 번째 통합은 ‘상황 인식(Situation Awareness)의 통합’이다. IBCS에 있는 모든 무기는 같은 표적 정보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세 번째 통합은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의 통합’이다. 각각의 포대가 개별 지휘권을 지닌 것이 아니라 통합된 지휘소가 모든 교전을 통제할 수 있지만, 반대로 필요할 때는 통합 지휘소의 임무를 다른 곳에 이양할 수도 있다. 하나의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IBCS로 통합된 대공 무기체계는 효율성과 요격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가령 지상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적을 공격할 때 적이 전파방해(Jamming) 등의 수단으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사격통제 레이다를 무력화하면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발사할 수 없다. 하지만 IBCS로 통합된 패트리어트는 다른 레이다의 미사일이나 항공기가 포착한 표적 정보를 향해 교전이 가능하다.

IBCS가 중시하는 또 다른 특징은 ‘개방형’이다. 모듈체계접근(MOSA·Modular Open Systems Approach)이라는 개념이 적용된 IBCS는 여러 국가에서 제작한 다양한 기능의 무기와 통합되도록 만들어져 있어, 새로운 기능을 가진 미래의 미사일이나 미국제가 아닌 무기에도 통합될 수 있다. IBCS에 통합될 무기체계가 ‘A-kit’이라고 불리는 장비를 장착하면 IBCS의 ‘B-kit’ 장비에 정보가 전송되고, 이 정보가 IBCS에서 지휘를 담당하는 교전 작전센터 EOC(Engagement Operations Center)에 전달되는 것이다.


‘섞어 쏘기’ 대응 능력 갖춰

제작사인 노스롭그루먼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한국에서 IBCS 시연 행사를 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IBCS를 활용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공습 방법인 ‘섞어 쏘기’의 대응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극초음속 공대지 탄도미사일, 아음속 순항 미사일, 항공기, 자폭 드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할 때 대응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능력도 실증했다. 어떤 자산에 어떤 표적을 선정하고 대응을 언제 할 것인지, 미사일에 대한 발사 타이밍까지 머신러닝 기술과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선택적으로 자동 혹은 수동모드로 지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IBCS는 2015년부터 이미 탄도미사일과 순항 미사일을 동시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외 국가에서는 2018년 폴란드가 최초로 IBCS 구매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는 IBCS 초기작전 능력(IOC)을 달성했다. 한반도에서는 주한미군이 올 연말부터 IBCS를 사용해 방공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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