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히어로'를 자청한 육군과 해병대 장병들이 있다. 손익을 따지지 않고, 국민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희생정신을 보여준 장병들을 소개한다. 조수연·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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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뜨거운 불길도…두려움 없이 진압
최근 경기 이천시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한 장병이 용감하게 화마를 진압한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육군항공사령부 항공정비여단에서 근무 중인 남휘건 대위다.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밤 10시, 골목을 지나던 중 멀리서 일렁이는 빛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 세워진 손수레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남 대위는 침착한 초동조치로 화재를 진압했다.
초동조치 이후 시민들을 주변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안내하고, 이천소방서 대원들이 도착하자 후속조치를 인계했다. 당시 손수레는 배전함과 가까이 있어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했다. 이에 이천소방서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남 대위에게 표창장을 전달했다. 남 대위는 “매번 부대에서 실시하는 화재진압 야외기동훈련에서 진압 경험을 체득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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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고립·교통사고…언제 어디나 ‘출동’
육군32보병사단 독수리여단 부사관과 군무원의 선행도 온라인을 타고 훈훈함을 전파했다.
정하림 상사는 지난달 7일 이른 아침 출근길에 충남 보령시 무창포 인근 장승언덕에서 폭설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는 차량을 발견했다. 현장으로 이동한 정 상사는 차량 바퀴에 스노체인을 채웠다. 이어 차량이 언덕을 올라갈 수 있도록 뒤에서 밀었다. 그의 도움으로 10대의 차량이 안전하게 눈길을 빠져나왔다.
정 상사의 선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눈길 운전이 어려운 운전자들을 자신의 차량으로 마을까지 태워줬다. 이러한 정 상사의 선행은 국민신문고 칭찬 민원을 통해 알려졌다. 정 상사는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군인이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곤경에 처한 국민을 마주하면 망설이지 않고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명구 군무주무관도 지난해 11월 25일 출근 중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발생한 4중 추돌사고를 목격했다. 2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천 주무관은 차량을 세우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화재가 발생한 차량의 엔진을 소화기로 진화한 뒤 피를 흘리는 사고자를 응급처치했다. 천 주무관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추가 추돌사고는 발생하지 않았고, 부상자는 무사히 구급대원에게 인계될 수 있었다. 이러한 천 주무관의 선행은 ‘국방부 고마워요, 우리국군’ 홈페이지에 게시글이 올라와 알려졌다.
천 주무관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의 일원으로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라며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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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지켜준 ‘히어로’
신속한 응급조치와 심폐소생술(CPR)로 심정지 환자를 살린 사연도 있다(3). 육군35보병사단 감찰실에 근무하는 최상윤 중령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충남 부여군에 있는 운동장에서 지인들과 축구를 하던 중 함께 뛰던 남성이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발견했다. 최 중령이 다가가 일어서는 것을 도우려 했지만, 환자는 의식을 잃고 몸이 경직됐다.
환자의 호흡을 확인한 최 중령은 반응이 없자 지인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고, 곧바로 CPR을 했다. 동시에 영상통화로 119구급대와 상황을 공유하면서 지인들에겐 환자의 경직된 팔과 다리를 주무르라고 했다.
최 중령과 지인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환자는 호흡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후 119구급대원이 도착해 조치한 끝에 안정을 되찾았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수술 후 완쾌해 일상으로 돌아갔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쓰러진 순간 곁에 있던 사람들이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시행한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부여소방서는 최 중령과 지인 2명을 ‘하트 세이버’로 선정했다. 하트 세이버는 갑작스러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생명을 구한 구급대원·시민을 격려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최 중령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군인의 사명 중 하나다. 국민 곁에서 안전을 지키는 군을 향한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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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 지키는 든든한 군의관
해병대6여단 군의관이 의료 취약지역인 대청도 주민을 신속히 응급처치한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해병대6여단 65대대에서 군의관 임무를 수행 중인 강현준 해군대위다.
강 대위는 지난달 5일 상수도 수리 작업을 하다가 손을 다친 대청도 주민을 치료했다. 대청도에는 전문의가 없어 배를 타고 4시간 이상 육지로 이동하거나, 그나마 가까운 백령도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의료 취약 지역이다. 그러나 계속된 악기상으로 여객선이 통제된 상황. 게다가 일요일에 휴진하는 의료기관이 많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떤 조치도 못 하던 그때. 강 대위는 지역주민을 부대 의무실로 옮겨 응급조치와 봉합수술을 했다. 강 대위는 평소에도 대청도 요양원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는 등 ‘국민의 군대’를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강 대위에게 치료받은 주민은 국민신문고에 큰 감동을 느꼈다는 칭찬 민원을 남겼다. 그는 “악기상으로 배가 뜨지 않는 상황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치료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 대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지역 주민께 작은 도움을 드려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새해부터 ‘히어로’를 자청한 육군과 해병대 장병들이 있다. 손익을 따지지 않고, 국민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희생정신을 보여준 장병들을 소개한다. 조수연·박상원 기자
어려움에 부닥친 국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육군32보병사단 천명구(왼쪽) 군무주무관과 정하림 상사. 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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