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기함(旗艦) 정조대왕함 편승기
제주 향해 출항 3시간반 만에 가상 상황 부여
적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에 대잠·대공 경계태세로
스파이 레이다로 포착, 순식간에 적 SLBM 명중
가상의 P-3 해상초계기와 교신 대잠탐색 실시
장거리 대잠유도무기 홍상어 교전까지 완벽 마무리
해군은 기동함대사령부(기동함대) 창설을 계기로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1박2일간 기동함대 소속기함(旗艦·Flagship)인 정조대왕함(DDG-Ⅱ·8200톤급)을 국방부 기자단에 공개하면서 ‘탄도미사일 방어작전’과 ‘대잠수함작전’ 등 가상훈련을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훈련은 전력화 훈련 중인 정조대왕함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 위협에 대응해 탄도미사일 방어 태세를 점검하고, 입체 전력을 활용한 대잠작전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조대왕함은 전력화를 거친 뒤 올해 말 실전배치되면 ‘해상기반 한국형 3축체계’의 핵심전력으로 역할을 시작한다. 부산·제주 인근 해역에서 글=조아미/사진=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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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 방어작전 훈련
“출항!”
지난달 31일, 오후 3시30분 부산 작전기지 부두. 기자단이 편승한 정조대왕함이 폭이 좁은 수로를 통과하며 제주를 향해 함수를 돌렸다.
“(방송) 알림! 정보에 의하면 현 시각 적(敵) SLBM 탑재 잠수함을 비롯한 잠수함 수척이 미식별 중임. 함 총원은 대공·대잠경계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
오후 7시. 정조대왕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지휘실(CCC)에 가상 상황이 부여됐다. CCC는 밤낮 관계없이 내외부를 오갈 때 처음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보이는 ‘암순응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약한 파란색 조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실제 상황 발생 시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어 정조대왕함에 가상의 적 SLBM 탑재 잠수함 활동 정보가 시달됐다. 적 잠수함이 ○○해역에서 활동 중이며, 잠수함 탑재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다는 것. 정조대왕함은 곧바로 대잠·대공 경계 태세를 상향하고, 무장통제상태를 적으로 식별된 표적에 한해 교전이 가능한 상태로 조정했다. 전술집행관은 함장에게 총원 전투배치를 건의했고, 이어 총원 전투배치 구령이 떨어졌다.
정조대왕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작전구역 내 스파이 레이다의 집중 탐색 구역을 설정하고, 탄도미사일 탐지를 시작했다. 탄도미사일 방어작전 조정관은 전술집행관에게 발사 예상 지역, 방어지역, 교전 계획 등을 임무 계획 수립지원 도구를 활용해 탄도미사일 방어작전 임무 수행 계획을 보고했다.
아울러 조종관은 다기능 위상배열 스파이(SPY)-1 레이다와 수직발사체계 등 관련 장비 작동상태 이상 유무도 확인했다. 잠시 후 정조대왕함 CCC 레이다 작동수가 전투체계 화면에서 적 SLBM을 포착했다.
“(방송) 알림! 현 시각 적 SLBM 추정 발사체 접촉, 대 유도탄방어 태세 1단계 설정. 전 무장 즉각 사용 준비!”
정조대왕함은 적 SLBM 추적을 유지하며, 포착 제원을 공군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작전센터에 전술데이터링크(Link-K) 등을 활용해 전송했다. 이어 적 SLBM의 비행 방향을 고려해 탑재된 요격미사일을 이용한 요격 지시 명령을 받았다.
“요격미사일 발사 10초 전. 5, 4, 3, 2, 1, 발사!”
스파이 레이다를 이용해 발사된 정조대왕함 미사일이 순식간에 날아가 적 SLBM을 명중했다. 이어 적 SLBM이 레이다상에서 소실된 것을 확인하면서 훈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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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잠수함작전 훈련
다음 날인 1일 오전, 정조대왕함 CCC. 이번에는 해상 경계작전 구역 내 대잠수함작전 훈련도 전개했다.
정조대왕함은 작전 해역 내 적 잠수함 다수 미식별 상황을 고려해 인근 해역에서 비행 중이던 가상의 P-3 해상초계기와 교신을 주고받으며, 대잠탐색 임무를 지시했다.
P-3는 전술통제관 지시에 따라 고도를 낮추고 능동 소노부이(Sonobuoy)를 투하했다. 능동 소노부이는 수중에서 음파를 발생시켜 수중 접촉물을 탐지하는 음파탐지 체계(소나·Sonar)다.
“소노부이 장착!” “스탠바이(Stand-by), 드롭(Drop), 나우(Now), 나우, 나우!”
이어 조완희(대령) 정조대왕함장은 가상의 링스(Lynx) 해상작전헬기의 긴급출격을 지시했다. 링스는 정조대왕함과 함께 대잠탐색 임무를 수행했다. 링스 조종사는 정조대왕함과 정보 사항을 공유하며, 적 잠수함의 예상위치로 전속 기동, 가변심도소나(디핑소나·Dipping Sonar)를 이용, 대잠탐색을 위해 소나 탐색을 시작했다.
정조대왕함은 대잠능력이 향상된 통합소나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잠탐색을 펼쳤다. 수중정보실에서 수중 미식별 접촉물을 탐지하자 대잠전조정관은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 동시에 상급 부대로부터 인근 해역에 아군과 우군 잠수함 활동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식별 수중 접촉물에는 ‘즉각 수면 위로 부상하라’고 전파했고, 응답이 없자 정조대왕함은 장거리 대잠유도무기 홍상어 교전을 결정한 뒤 발사했다. 잠시 후, 수십 미터에 달하는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고, 수중정보실에서는 수중 폭발음을 청취했다.
이후 정조대왕함은 어뢰 추진기로 판단되는 수중 소음도 포착했다. 적 어뢰로 판단한 정조대왕함은 어뢰음향대항체계를 발사하면서 회피침로로 전속 기동했다. 동시에 적 잠수함을 향해 함 탑재 경어뢰 청상어로 긴급 공격을 했다.
“청상어 우현 1번 TUBE 발사 완료!”
긴박했던 대잠훈련은 정조대왕함과 링스 헬기, P-3가 협동으로 가상의 적 잠수함을 수장시키는 것으로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훈련을 주관한 조 함장은 “정조대왕함은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를 대표하는 첨단 이지스 구축함으로 적의 해상도발 위협에 대비해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통해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이 도발하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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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함 돋보기
해군의 첫 번째 8200톤급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은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를 적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탄도미사일 탐지·추적만 가능했던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 달리 ‘탐지·추적·요격’ 능력을 모두 갖춰 적 항공기·순항미사일은 물론 탄도미사일 요격까지 가능하다.
정조대왕함에는 SM-3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과 SM-6 장거리 함대공유도탄이 탑재될 예정이다. SM-6 미사일은 종말 단계의 탄도미사일을, SM-3는 이보다 높은 고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요격하는 용도다.
정조대왕함은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해상 기반 한국형 3축체계’ 핵심 전력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킬체인(Kill Chain)·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을 일컫는 해상 기반 3축체계는 △기동성 △은밀성 △해상에서 응징·보복하는 ‘제2격 능력’을 특징으로 한다.
정조대왕함은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VLS) Ⅱ가 최초로 적용된 함정이기도 하다. 함교·함미 갑판에 있는 수직발사대를 활용해 대함·대지·대잠 유도무기 등 각종 무기체계를 운용한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통합소나체계를 적용해 적 잠수함을 비롯한 수중 위협 탐지력을 높였고, 어뢰를 활용한 적시 공격이 가능하다.
정조대왕함은 기존 세종대왕함급보다 덩치가 커져 승조원의 생활 여건도 좀 더 개선됐다.
기자는 3명의 여기자와 여군 승조원 구역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침실에는 3층 침대 2개가 마주 보고 있었다. 샤워실과 화장실도 생각보다 좁지 않고 넓어 편리했다. 다만 성인 1명이 편하게 누워 지내기는 여전히 좁은 공간이다.
저녁 식사 이후, 승조원 안내에 따라 함내 견학이 진행됐다. 함교, 기동부대지휘소, 함미 등을 눈으로 직접 보며 정조대왕함의 지휘 능력 및 주요 무기체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함내에는 함정무선네트워크체계가 적용돼 승조원끼리 스마트기기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했다. 서로의 위치 확인은 물론 통화, 문자·영상 전송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함정 내 화재, 침수 등 긴급상황 시 현장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하며 신속한 초동 조치가 가능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 외과수술이 가능한 수술방 등을 갖춘 의무실과 일과 후 러닝머신을 뛰며 체력을 다지는 승조원들로 붐비는 체력단련장을 볼 수 있었다. 격납고는 해군의 차기 해상작전헬기로 도입될 ‘MH-60R 시호크’의 격납이 가능한 규모를 갖췄다.
늦은 밤, 함교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몸을 가누며 서 있기도 힘든 그곳엔 견시병들이 까마득히 먼 바다를 바라보며 임무 수행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4시간 임무를 교대로 수행한다.
견학을 마친 뒤 기자들은 각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함이 흔들려 약간의 멀미 증상도 나타났다. 다음 날 오전, 정조대왕함은 강풍특보와 풍랑주의보가 발효됐지만 모항인 제주기지에 안전하게 첫 번째 입항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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