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는 불꽃되어…압도하고 장악하라!

입력 2025. 01. 20   16:59
업데이트 2025. 01. 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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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11전비, F-15K 전투기 출격 현장

출격 2시간 전 조종사 브리핑·격납고선 빈틈없는 정비 
도관 파열 등 위험 노출되는 겨울철 ‘고도의 집중력’ 발휘
활주로 끝단서 최종기회점검…마지막까지 꼼꼼히 챙겨
F-15K 우렁찬 굉음 내며 하늘로…영공수호 의지 굳건

 

칼바람이 몰아친 지난 16일 공군11전투비행단(11전비) 활주로. F-15K 전투기 출격을 앞두고 최종기회점검(LCI)이 한창이었다. LCI는 전투기 이륙 직전 이뤄지는 마지막 점검이다. 영하 10도에 가까운 체감온도에도 불구하고 정비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전투기 곳곳을 살폈다. LCI까지 마친 전투기는 위용만큼이나 우렁찬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한파가 몰아치는 혹한에도 빈틈없는 주야간 비행으로 영공을 굳건히 지키는 11전비의 임무 수행 현장을 찾았다. 글=송시연/사진=이경원 기자

칼바람이 몰아친 지난 16일 공군11전투비행단 활주로는 F-15K 전투기가 내뿜는 열기로 가득했다. 야간 비행에 투입된 F-15K가 위용만큼 우렁찬 굉음을 내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칼바람이 몰아친 지난 16일 공군11전투비행단 활주로는 F-15K 전투기가 내뿜는 열기로 가득했다. 야간 비행에 투입된 F-15K가 위용만큼 우렁찬 굉음을 내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다.

 

 

11전비는 102·110·122전투비행대대를 운영하고 있다. 1958년 창설된 이후 F-86, F-5, F-4, F-16, F-15K 등 전투기를 운용하며 영공방위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부대의 주기종은 F-15K다. F-15K는 최대 이륙중량이 37톤에 육박하며 최대 11톤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레이다, 전자전 장비 성능 개량과 각종 신무기가 더해져 공대공·공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다. 1800㎞의 전투반경과 3시간에 달하는 체공시간은 F-15K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자양분이다.

이날도 밤낮없는 비행은 계속됐다. 오전 첫 비행은 11시에 시작됐다. 비행 일정은 통상 작전적인 요소와 기상 상황에 맞춰 전날 정해진다. 비행시간이 확정되면 조종사에게 임무가 부여되고, 출격 2시간 전 임무 수행에 따른 조종사 브리핑이 열린다.

조종사 브리핑이 펼쳐지는 시간, ‘이글루’로 불리는 격납고에서는 전투기 점검이 이뤄졌다. 엔진 배기구, 연료탱크, 외부 장착 센서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정비사들의 손을 거친다. 

이후 조종사들이 전투기에 탑승하고 시동이 걸렸다. 전투기는 유도로를 따라 활주로 끝단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LCI가 진행된다. LCI는 ‘Last Chance Inspection’의 약자로, 전투기 이륙 직전 마지막 점검이다. LCI 정비사들은 엔진 흡입구와 배기구, 타이어를 다시 한번 샅샅이 살펴보고 무장 등의 장비가 제대로 결합했는지 확인했다. 항공기는 작은 결함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조종사들이 이륙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종사들이 이륙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F-15K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F-15K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F-15K가 출격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F-15K가 출격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최종기회점검을 마치고 대기 중인 F-15K.
최종기회점검을 마치고 대기 중인 F-15K.



김득래(준위) LCI반장은 “이륙 전 마지막 점검인 만큼 안전의 최후 보루”라며 “격납고에서는 보이지 않던 결함이 움직이면서 보이는 경우도 있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F-15K는 대형 기체여서 살펴봐야 할 곳과 주의할 점도 다른 기체에 비해 많은 편”이라면서도 “혹한의 날씨 따위는 영공수호에 장애가 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오후 3시30분. 102전투비행대대에서는 야간 비행 브리핑이 열렸다. 브리핑은 이착륙 지역과 임무 지역 기상을 확인하고,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그리며 조치사항을 숙지하는 절차다. 비행 임무 리더의 주도로 통상 1시간에서 1시간30분 동안 이뤄진다.

이날은 송화종 대위 주도로 브리핑을 했다. 송 대위는 기상과 임무 수행 시 주의사항 등을 전달했다. 무엇보다 ‘비행착각(SD)’에 철저히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비행착각은 비행 중 조종사가 항공기의 기울기 등 항공기 자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 비행 때 더 취약하다.

같은 편조로 브리핑에 참여한 이욱(중령) 102전투비행대대장은 “금일 임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취약 요소와 관련 절차를 다시 한번 숙지하길 바란다”며 “야간 비행은 시야 학보에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비슷한 시간, 격납고에서는 시설·장비 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겨울철에는 항공유·유압유 등이 오가는 도관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파열될 가능성이 커 세세히 살펴야 한다. 정비사들은 파열된 도관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배기구·타이어 등을 교차 검사했다.

이정우 정비감독관은 “도관 파열은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안전한 비행을 위해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며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 비행은 오후 9시까지 계속됐다. 밤사이 기온이 떨어진 데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 낮아졌다. 그러나 완벽한 영공수호를 위한 11전비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송화종 대위가 기체를 살피고 있다.
송화종 대위가 기체를 살피고 있다.


인터뷰  F-15K 조종사 송화종 대위 
“모든 비행·훈련이 실전…변함없는 대비태세 만전”

“혹한기든, 혹서기든 1년 내내 변함없는 대비태세와 압도적인 능력으로 영공을 완벽히 수호하겠습니다.”

송화종 대위는 이날 야간 비행 리더로서 편대를 이끌고 임무를 수행했다. 강추위와 칠흑 같은 어둠은 비행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에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송 대위는 “적들도 우리가 취약해지는 시기를 노릴 것이기 때문에 날씨가 춥거나 더운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야간 비행도 마찬가지다. 비행 착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평소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비행과 훈련을 실전이라는 가정하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조종사의 임무 중 하나다. 송 대위는 “안전을 위해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과욕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 비행에서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그 안에서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올해도 그의 다짐은 뜨겁다. 송 대위는 “F-15K와 맞이하는 8번째 해로, 이제는 친구처럼 느껴진다”며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함께한 전우들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대한민국과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영공수호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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