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악 소리 혹한에도 ‘슬슬’은 없다

입력 2025. 01. 17   17:10
업데이트 2025. 01. 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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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 혹한기 내한 훈련 

일병부터 중령…21세부터 45세까지
서로가 서로 격려하며 훈련 진행
수중 결삭, 파이프 분해·조립 등 실시
잠수기법·임무수행 능력 강화도

매서운 한파가 이어진 지난 17일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 해군특수전전단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들이 얼음장 같은 겨울 바다에 뛰어들었다.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는 물속에서 오히려 더 강해지는 SSU 대원들. 육체·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구조작전태세 확립에 전력투구하는 SSU의 혹한기 내한 훈련을 지켜봤다. 글=조수연/사진=양동욱 기자

 

지난 17일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에서 해군특수전전단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들이 혹한기 내한훈련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17일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에서 해군특수전전단 해난구조전대(SSU) 심해잠수사들이 혹한기 내한훈련을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한겨울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훈련 시작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추위가 옷깃을 파고들었다. 휘몰아치는 바닷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는 찰나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SSU 대원 70여 명이 생활관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이 입은 훈련복 등판에는 ‘Deep sea diver(심해잠수사)’라고 적혀 있었다.

계급은 일병부터 중령까지, 21세 막내부터 최연장자 45세까지, 병사·부사관·장교 등 연령과 계층도 다양했다. 최연장자인 박영남(중령) 구조작전대대장도 대원들을 격려하며 훈련을 현장 지휘했다.

대원들이 맨바닥에 털썩 눕더니 몸을 비틀며 특수체조로 몸을 풀었다. 팔굽혀펴기, 누워서 다리 들어올리기…. 군가와 함께 5.5㎞를 달리며 몸을 달궜다. 쩌렁쩌렁한 군가는 메아리가 돼 군항 여기저기를 울렸다.

 

입수한 채 군가를 부르는 심해잠수사들.
입수한 채 군가를 부르는 심해잠수사들.

 


심해잠수사 70여 명 ‘물 만난 고기’ 증명

심해잠수사들이 겨울 바다를 헤엄친 이날 진해군항 수온은 6도였다. 일반인은 잠수복을 착용하더라도 2시간 남짓밖에 생존할 수 없다. 아무 장비 없이 물에 들어간다면 5분도 버티기 어려운 온도다. 목욕탕의 냉탕 수온이 통상 20도 안팎인 걸 고려하면 가혹한 환경이다.

대원들은 잠수복과 오리발, 마스크를 착용한 뒤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박 대대장도 “조류가 거셀 땐 다이빙이 제한되지만 수온이 낮을 땐 충분히 수중훈련을 할 수 있다”며 입수했다.

심장이 멎을 듯 차가운 수온에 손발이 깨지는 고통이 밀려왔을 터. 하지만 SSU 대원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물속에서 체조를 이어갔다.

‘찬 물속에서 움츠러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대원들의 기세는 땅에서보다 강했다. 바다에선 SSU가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증명하듯 ‘물 만난 고기’가 됐다. ‘SSU 대원들은 아가미로 호흡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만큼 편안해 보였다. 일반인보다 월등한 지구력과 폐활량을 지닌 대원들은 똑바로 서서 헤엄치는 ‘입영’ 자세로 군가를 불렀다.

이어 대열을 맞춰 헤엄치기 시작했다. 파도가 센 바다에서 장거리를 수영하는 건 실내 수영장보다 몇 배는 힘들다. 대원들은 열을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1㎞를 순식간에 헤엄쳤다. 뭍으로 나온 이들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장비를 해체했다.

SSU 대원들은 고무보트 기동술과 물속에서 밧줄을 매는 수중 결삭, 파이프 분해·조립을 하는 것으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심해잠수사들이 단체 뜀걸음을 하고 있다.
심해잠수사들이 단체 뜀걸음을 하고 있다.

 

SSU 특수체조를 하는 모습.
SSU 특수체조를 하는 모습.



“어떤 상황에도 바다로 뛰어들어 임무 수행”

SSU 심해잠수사들은 지난 14일 내한훈련 1일 차 특수체조와 장거리 단체 달리기를, 2일 차에는 스쿠버 숙달 훈련을 했다. 모의 선체 내부 탐색, 가상의 익수자 구조를 하며 잠수기법과 임무 수행 능력을 함양했다.

1함대와 2함대 구조작전중대 심해잠수사들도 같은 기간 동·서해 군항에서 혹한기 내한훈련을 하며 구조작전태세를 끌어올렸다.

체조, 뜀걸음, 수영…. 쉴 새 없이 이어진 훈련. SSU의 훈련은 혹독한 체력단련의 연속이었다. 목숨을 건 훈련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는 이들을 보며 ‘세계 최고 심해잠수사’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950년 9월 해상공작대로 시작한 SSU는 해상 인명구조, 침몰 선박 수색·인양, 조난 수상함·잠수함 구조 등 국가적 차원의 해양 재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강한 조류와 차디찬 수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세계와 사투를 벌인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임상욱(하사) 심해잠수사는 “국민과 전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바다로 뛰어들어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SSU 심해잠수사들은 국민과 전우를 지키기 위해 얼음장 같은 바닷물 속에서 작전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든 명령이 떨어지면 망설임 없이 나아간다.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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