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성정기 디자이너 

입력 2025. 01. 15   16:40
업데이트 2025. 01. 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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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시간… 더디고 달라도 기회는 옵니다

다양한 타이틀 가진 세계적 디자이너
수많은 멘토에게서 배운 교훈 등 담아
“어려워도 포기 안 하면 해낼 수 있어”
자신과 비슷한 시간 겪는 이에게 도움되길

 

성정기 디자이너 
성정기 디자이너 

 

생각을 만드는 시간/ 성정기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생각을 만드는 시간/ 성정기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 기업 아이디오(IDEO)의 최초 한국인 디자이너. 미국 포르쉐 국제공모전 1등, 일본 오퍼스(OPUS) 국제공모전 금상,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 대한민국 21세기 우수인재상 디자인 부문 대통령상, 그리고 ‘디자이너의 디자이너’.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사 데이라이트의 성정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얘기다.

타이틀만으로 보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세계적 디자이너인 게 틀림없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니 오히려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에 어느새 좀처럼 터놓지 않던 고민까지 털어놓게 됐다.

“저처럼 남들보다 늦게 다른 길을 가더라도 다 의미가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고 입을 뗀 그. 산업디자이너이자 작가로 데뷔한 성정기 디렉터와 그의 첫 책 『생각을 만드는 시간』을 앞에 두고 만났다.

성 디렉터를 만난 곳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데이라이트 사무실.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사 데이라이트는 서울을 포함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독일 뮌헨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곳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 중인 그는 20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수많은 멘토에게서 배운 교훈과 앞으로 그를 멘토 삼아 뒤따를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책으로 펴냈다.

처음 아이디오에 입사해 영어로 의사소통도 하기 힘들었을 때, 성 디렉터는 그의 의견을 천천히 들어주고 자신이 이해한 게 맞는지 물어보고 확인하던 동료들의 모습에서 ‘멘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멘토가 되려면 엄청난 자기희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멘티가 어떤 변화를 겪고, 어떤 점에서 발전했고, 지금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계속 지켜봐야 해서다. 그러나 그만큼 엄청난 기쁨이 뒤따르고 끈끈한 유대감이 생긴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장점이다.

성 디렉터는 “돈을 받고 하는 게 아니지만, 도움을 구한 사람의 삶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줬다는 게 그렇게 기쁠 수 없다”며 “한 사람의 인생에 이런 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늘 성공의 길만 걸었을 것 같은 그에게도 어두운 시기가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을 향해 가는 걸음이 상대적으로 느렸고, 그로 인해 불안감과 부담감도 컸다. 성 디렉터는 자신과 비슷한 시간을 겪는 젊은이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탄탄대로로 가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만 더디게 갈 뿐이지 포기만 안 하면 해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시간이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면 기회는 옵니다. 내 차례가 조금 늦게 온다고 해도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암흑과 같은 시기를 통과하는,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이런 예시도 있다’는 걸 알고 희망을 품길 바랍니다.”

책에는 잊을 만하면 독자의 눈길을 끄는 ‘신스틸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여행사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은 성 디렉터의 디자인 발표 서막을 올리는 주요 매개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행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경험을 쌓는데도 꼭 필요한 시간이다.

저서의 외관도 주목할 만한 부분. 디자이너가 쓴 책답게 범상치 않다. 표지는 견고한 시멘트 벽돌색 종이에 저자가 디자인한 제품 실루엣을 눌러 표현했고, 책등을 노출하는 일명 ‘누드 사철’ 방식의 제본은 책을 읽는 동안 어떤 부분이든 활짝 펼쳐 놓고 볼 수 있게끔 했다. 심지어 독자에게 익숙한 쪽번호까지 없앴다.

성 디렉터는 “콘크리트처럼 기반이 된다는 느낌을 표지에서부터 주고 싶었고, 꿈을 펼치듯 책도 180도로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기본적으로 책의 친절한 요소를 빼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으셨을 텐데 반영해 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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