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人사이트] AI와 인간의 교감 연구, 미래 전장 리더에 꼭 필요한 승리 열쇠

입력 2025. 01. 10   17:10
업데이트 2025. 01. 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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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人사이트
윤여표 육군리더십센터장·군무이사관


핵심 무형 전투력 ‘전장리더십’ 중요
AI 탑재 ‘휴머노이드 전투원’ 등장
미래 전장 ‘리더십’ 영역 변화 예상
워리어 스피릿·디지털 윤리 등 역량 필요
준비 충분하면 대북 비대칭 전력될 것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이제 AI는 언어모델을 넘어 물리적 공간, 즉 로봇·자율주행차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4개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와 나란히 선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인간과 휴머노이드 전투원이 함께 싸울 미래전장에선 ‘리더십’ 영역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내 리더십 연구 권위자인 윤여표(군무이사관) 육군리더십센터장을 지난 9일 만나 ‘미래 전장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원준 기자/사진=부대 제공

윤여표 육군리더십센터장이 지난 9일 집무실에서 미래 전장리더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여표 육군리더십센터장이 지난 9일 집무실에서 미래 전장리더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미래 리더십, 특히 전장리더십이 중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미래는 예측하고 준비하는 자에 의해 창조됩니다. 그 미래의 중심에 AI가 있죠. 국방부와 각 군은 ‘국방혁신 4.0’을 청사진으로 AI와 연계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육군의 ‘아미타이거(Army TIGER)’가 대표적이죠. 미래 전쟁 연구 및 준비에 있어 구조, 무기체계 등 하드웨어 분야는 활발합니다. 하지만 리더십 등 인간영역의 무형 전투력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입니다. 특히 전시 전투현장에서 발휘되는 리더십을 의미하는 ‘전장리더십’ 관점의 연구가 시급합니다. 왜냐하면 전장리더십은 전투수행기능을 통합하고 촉진함으로써 전투 승리를 견인하는 핵심 무형 전투력이기 때문입니다.”


- 로봇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겠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미래의 모습을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특이점’이 될 것입니다. 특이점이란 AI가 인간의 지능과 같거나 뛰어넘는 기점을 의미합니다. 구현 시기는 2040~2050년, 늦어도 2075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룹니다. 멀지 않은 시점이죠. 특이점으로 인해 등장하는 ‘Strong AI’는 새로운 종(種)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많은 과학자는 Strong AI가 자의식과 감정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자의식이나 감정이 인간의 그것과 같을지, 다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인간이 ‘자의식과 감정을 갖춘 또 다른 독립된 주체’를 대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미래 전장리더십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윤 센터장.
미래 전장리더십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윤 센터장.

 


- 거기에 인간의 형상이니 정말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리더십 관점에서 특이점과 관련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특이점이 접목된 로봇, 즉 휴머노이드와 인간이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가?’입니다. 정서적 교감은 상호작용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십에서 매우 중요한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휴머노이드와 인간이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면 이는 리더십 발휘의 새로운 대상 등장을 의미합니다.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만 전제한 기존 리더십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분야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죠. 이미 현재의 AI 기술만으로도 인간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많습니다. 애완견 로봇 같은 소셜로봇은 독거노인과 소통하며 이들의 우울증을 달래주고, 가족 같은 유대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영화 ‘her’는 AI와 인간 사이 정서적 교감과 사랑을 그렸습니다. 휴머노이드가 인간과 다른 형태의 자의식이나 감정을 갖게 된다면 인간과 인간 중심이었던 기존 리더십과는 다른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게 됩니다. 휴머노이드가 자의식이나 감정이 없다 하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휴머노이드로부터 감정을 느끼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 국방·안보 분야에선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시선을 군으로 돌려보죠. 지상전을 대비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는 드론, 견마로봇 등 다양한 무인체계로 구성됩니다. 이 중 기술적 최고 수준은 특이점에 도달한 AI를 로봇에 탑재한 ‘휴머노이드 전투원’의 등장입니다. 휴머노이드 전투원은 아직 아미타이거가 전제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특이점이 도래할 경우 군에 최우선적으로 접목될 수 있는 무인체계라고 판단합니다. 휴머노이드 전투원은 인간과 달리 지치지 않는 체력, 정확한 상황 파악, 전천후 사격능력으로 인간 전투원에게 든든한 신뢰감과 안정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인간 전투원은 휴머노이드 전투원에게 많은 부분에서 의지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휴머노이드 전투원이 자의식과 감정까지 갖췄다면 인간 전투원, 지휘자와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될 것입니다. 즉 인간은 휴머노이드 전투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인간과 인간 간의 리더십’에 더해 ‘인간과 휴머노이드 간의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현실화하는 것입니다.”


- 그런데 미래에도 인간의 리더십이 중요할까요? 

“과거에도 한 시대를 풍미한 과학기술이 있었습니다. 화약과 화포, 거북선, 전차, 핵무기, 인공위성 등 획기적인 과학기술은 당대의 군사혁신을 견인하고 전쟁의 판도를 좌우한 게임체인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획기적 과학기술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전장의 중심’이라는 불변의 공식을 깨트리지 못했습니다. 특이점이 접목된 휴머노이드 전투원의 등장은 지금까지 등장했던 수많은 과학기술과 무기체계 중 하나에 불과할지,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그 파급효과가 전혀 다를지. 설명한 것처럼 특이점이 출현하면 기존의 과학기술과 무기체계와는 그 양상이 전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장의 주체는 여전히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휴머노이드 간의 감정이 교류하는 한 전투현장에서 발휘되는 전장리더십 역시 작동할 것입니다. 전장리더십은 전투의 승리를 결정짓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특이점 출현 이후에도 인간과 휴머노이드 전투원을 포함하는 전장리더십은 여전히 중요할 것입니다.”


- 전장리더십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휴머노이드 전투원과 인간 전투원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인간 리더’ 입장으로 시선을 좁혀 보죠. 특이점이 출현한 미래 전투현장에서 인간 리더에게 새로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이고, 어떤 역량이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해지거나 그 중요성이 반감될지 살펴봐야 합니다. 먼저 새로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역량은 △워리어 스피릿(Warrior Spirit) △디지털 윤리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등입니다. 워리어 스피릿은 인간 전투원과 휴머노이드 전투원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전사(戰士) 정신입니다. 또한 무분별한 살인 증대에 따라 인간 존엄성 보장대책이 필요한데, 특히 휴머노이드 전투원을 통제하는 방안으로서 디지털 윤리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AI와 협업을 위해 디지털 정보를 이해·평가하고 조합하는 능력, 즉 디지털 리터러시가 인간 리더에게 새로이 요구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 밖에 필요한 역량은 주도성, 혁신, 공감과 소통, 신뢰 구축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역량은 겸손, 부하 개발, 솔선수범, 원활한 대인관계입니다.”


- 앞으로 무엇을 연구하고 준비해야 할까요? 

“첫째, 인간 전투원과 휴머노이드 전투원 간의 관계, 교감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용어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적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미래에도 우리가 마주해야 할 적을 잘 아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셋째, AI의 발전이 전략·조직적 수준의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리더십 연구 대상의 수준과 범위를 높이고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넷째,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아래 인간의 심리 변화와 리더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비대면 환경에서 효과적인 리더십 발휘 방안, 자주성을 갖춘 인간 전투원 육성을 위한 평시 개발방안, 그리고 인간 리더와 휴머노이드 전투원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유·무인 관련 민간 기술과 선진 외국군의 발전사항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협업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AI와 인간의 교감’에 대한 연구와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AI 분야는 민간 대학과 연구기관으로부터 배우고 받아들여야 할 분야가 많습니다. 또한 유·무인 복합무인체계의 기본적인 특성은 각 군이 다르지 않기에, 미래를 대비하는 합동군의 개념 구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협업해야 할 시점입니다. 또한 미래에 리더에게 새로 추가되거나 상대적 중요성이 증대될 것으로 제언한 역량에 대해 연구하고, 그 함양 방안을 교육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군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시범부대가 제대로 구현되고 진화되도록 군 수뇌부의 관심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들 부대의 전투실험 현장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 AI 시대에도 변하면 안 될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I가 부각되면 상대적으로 경시될 수 있는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는 더 깊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한 인문학적 소양 교육이 강화돼야 합니다. 또한 기술 자체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의 변화는 기술이 선도하겠지만 AI를 능가하는 인간 고유의 주체적인 판단력과 통찰력이 요구됨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AI 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윤리적인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살인이 ‘게임을 하듯’ 죄의식 없이 행해질 수 있는 현장의 조치에서 인간 중심적 사고와 가치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준비가 충분하다면 미래 전장리더십은 대북 비대칭 전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미래 전장리더십에 대한 준비는 미래전의 승리를 보장하는 또 다른 열쇠입니다.”

윤여표 센터장은?

군 리더십 대표기관인 육군리더십센터에서 전문교관, 리더십교육과장, 연구개발과장 등을 거쳐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현역 때부터 시작해 40년 군 생활 대부분을 리더십 연구·발전에 매진해왔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산학협동 부회장, 대한리더십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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