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군체육부대 기대주를 만나다
개인 첫 국제대회 3관왕 영예
근무지원대 도움 있었기에 가능
아시안게임·올림픽 목표로 물살 가른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 맞춤형 사격법 제시
좋은 기록 유지하도록 심리적 지원에 최선
다시 태극마크 달고 금빛 낭보 쏘겠다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시기다.
신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운동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의 영광은 뒤로한 채, 또 한 번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고 힘들게 준비한 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군인의 이름으로 국가와 국군의 이름을 드높이는 국군체육부대 선수들은 나라를 생각하는 책임감과 부담감까지 안고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2025년 또 한 번 비상을 꿈꾸는 국군체육부대 선수 장병들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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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군인수영선수권 3관왕 수영부 원영준 상병
멀리서 걸어오는 그의 가슴이 번쩍였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금메달이 하나가 아닌 세 개씩이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국군체육부대 수영부 원영준 상병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세계군인수영선수권에서 3관왕에 올랐다. 주종목인 배영 50·100·200m에서 우승했고, 전우들과 함께한 단체 계영에서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원 상병은 우선 부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저희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는 근무지원대를 포함한 부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모두가 국방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우리 선수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입대 전부터 한국 수영의 기대주였다. 2016 리우 올림픽에 18세 나이로 출전했고, 2017 대만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배영 50m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개인 첫 국제대회 3관왕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국군체육부대는 남다른 의미다.
원 상병은 “체력단련장에 들어서면 벽면에 ‘비록 죽는 한이 있어도 지지는 않겠다’는 의미의 ‘수사불패 정신’ 문구가 걸려 있는데, 처음에는 별생각 없다가도 운동하다 보면 마음속에서 의지가 끓어올라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대한민국의 대표이자 대한민국 군인 대표라고 생각하니 품위나 언행, 시합에 임하는 자세까지 신경 쓰게 됐고 집중력도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한국 수영은 최근 ‘황금세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고, 파리올림픽에서도 다수 부문에 준결승·결승 진출자를 배출하면서 전망을 밝히고 있다. 국군체육부대 수영선수들의 선전도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권순한(전문군무경력관 가군) 감독은 “우리 선수 병사들의 강한 정신력에 다른 나라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고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오겠다는 문의도 많아서 한국 수영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원 상병의 눈은 2026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2028년 LA 올림픽으로 향한다. 부대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낸 그는 올해 전역을 앞두고 있지만, 뒤를 이어 불사조 정신을 뽐낼 후임들에게 한 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본인 스스로 신체능력이 좋아지는 걸 느낍니다. 정신적으로는 선수이기 이전에 군인이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조금만 노력한다면, 이곳 국군체육부대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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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명사수’ 사격부 배소희 중사, 이상민·홍수현 상병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이 흐르는 고요함, 침묵을 깨는 단발의 총성에 환호와 탄식이 뒤섞인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승부가 갈리는 종목, 바로 사격이다. 사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군 특성상 국군체육부대 사격부에는 명사수가 즐비하다.
고참급에 속하는 배소희 중사는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군인 선수의 명성을 높인 바 있다.
배 중사는 2018년 창원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에서 여자 300m 소총복사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하사였던 그는 이제 중사 계급장을 달고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군인체육연맹(CISM)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치를 쌓고 기술 교류도 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사격은 특히 옷이나 총기 등의 지원이 필요한데, 국군체육부대에서는 걱정 없이 컨디션 관리에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선수에게는 최상의 환경입니다.”
25m 속사권총에서 국가대표 진입을 노리는 이상민 상병은 부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상병은 “이전에는 시합하다가 조언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는 길잡이가 되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기록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선임들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보고 자신의 목표를 세우거나 멘토로 삼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훌륭한 선수들에게는 훌륭한 지도자가 있기 마련. 아시안게임에서만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6개로 19개의 메달을 쓸어 담은 전설적인 선수 출신의 박병택 감독이 이들의 뒤에 버티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가 열정을 가지면 그만큼 사격술도 는다”며 “입대하면 개인에 맞는 사격법을 만들어주고, 단점을 잊고 장점만 기억하도록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쓴다”고 말했다.
올해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활동하게 될 홍수현 상병 역시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휘날릴 기대주다. 그도 군인이 된 이후 부대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선수로서 능력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홍 상병은 “입대하고도 좋은 기록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경기 운영 측면에서 정신적인 지도를 받은 게 크다”며 “외부에서는 일반 병사보다 편하게 군 생활하는 데 아니냐고 생각하시지만 마냥 그렇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지열 기자/사진=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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