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보는 KFN 페이스 北

입력 2025. 01. 05   14:06
업데이트 2025. 01. 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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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산처럼 쌓이는, 북한


KFN 페이스:北(북) 스틸컷. 사진=KFN
KFN 페이스:北(북) 스틸컷. 사진=KFN



이제껏 경험한 가장 추운 날의 기억이 있습니다. 한겨울 등산을 좋아하는 필자는 1월 초순 지리산 천왕봉 야간산행을 잊을 수 없습니다. 체감온도 영하 40도의 칼바람은 속눈썹마저 꽁꽁 얼어붙게 했습니다. 다시 떠올리면 끔찍한 추위가 북한에선 ‘보통수준’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가장 추운 지역인 양강도 북부 내륙은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30도입니다. 양강도 출신인 북한이탈주민 친구에게 물었더니 야외에서 소변을 볼라치면 소변줄기가 그대로 얼어버렸다고 하는데요. 농담인줄 알았는데, 정말 그렇답니다.

이런 일도 있습니다. 북한 시골에선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을 씁니다. ‘푸세식’이라고 하는 전통적이고 원시적인 화장실이죠. 하수도 시설 없이 배설물을 그대로 받는 통으로만 구성돼 있어 구덩이에 그대로 쌓이는 구조입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시골집에서 이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아, 10년 전에는 지리산 산장도 재래식이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변이 바닥에 적당히 스며들며 차곡차곡 쌓입니다. 액체와 고체 그 어디쯤이니까요. 하지만 겨울이 되면 고체로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영하 40도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변이 산처럼 쌓입니다. 피라미드형으로 쌓아 올라가다가 종국엔 재래식 변기 위로 솟아오릅니다. 추운 겨울엔 산처럼 솟아오른 변을 칼로 잘라야 다음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웃으시라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지합니다.

북한의 겨울이 혹독한 이유는 ‘똥산’뿐만이 아닙니다. 똥을 과제로 받아 당에 제출해야 합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인분 전투’라는 이름으로 집마다 과제를 받습니다. 농사에 필요한 비료로 쓰기 위함입니다. 경제제재로 비료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을 인분으로 채웁니다.

북한은 영농 기계화 수준이 낮아 화학비료 사용이 한 해 농사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9세부터 인분 할당량이 나오는데요, 가구당 거의 1톤에 가까운 인분을 내야 합니다. 새해 첫날 ‘인분 전투’ 의무를 다하기 위해 1년 내내 똥을 모아두고요. 할당량을 못 채우면 심지어 돈 주고 남의 똥을 사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해 첫날 시무식을 하는데, 북한에선 새해 명절이 지나고 첫 출근 때 똥을 넣은 바구니를 들고 갑니다.

혹독한 추위에 북한은 어떻게 겨울을 나고 있을까요.

페이스:北(북) 시즌2 67회는 6일 월요일 오후 8시 방송됩니다. 재방송과 국방홍보원 유튜브로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박새암 KFN ‘페이스:北’ MC·국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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