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 깨우는 첫 담금질

입력 2025. 01. 05   15:14
업데이트 2025. 01. 0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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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새해 첫 전 해역 해상기동훈련

잠들지 않는다…24시간 
집요히 좇는다…365일

2500톤급 호위함 충북함
홋줄 걷고 힘차게 출항
대잠·대함사격·전술기동 등
눈 부릅뜬 승조원들 임무 집중
촘촘한 팀워크로 정보 총동원
적 잠수함 추적·격멸 반복 숙달
“전투대비태세로 해양수호 만전”

 

을사년 새해의 시작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여파 등으로 어수선했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동요하지 않았다. 소란을 틈타 적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더 강한 훈련으로 억제력을 기를 뿐이었다. 해군은 지난 3일 한반도 전 해역에서 해상훈련을 전개하며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다. 훈련을 위해 전날 평택 군항을 출항한 해군2함대 2500톤급 호위함 충북함(FFG-Ⅰ)에 올라 우리 해군의 해양수호의지를 확인했다. 글=조수연/사진=이경원 기자

 

지난 3일 서해상에서 실시한 올해 첫 번째 해상훈련에서 해군2함대 2500톤급 호위함 충북함(FFG-Ⅰ)이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기동하고 있다.
지난 3일 서해상에서 실시한 올해 첫 번째 해상훈련에서 해군2함대 2500톤급 호위함 충북함(FFG-Ⅰ)이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기동하고 있다.



함정은 잠들지 않는다

해군은 실전적인 훈련으로 차분히 기본과 본질을 다지며 새해를 시작했다.

2일 오전 충북함이 해군2함대 부두에서 홋줄을 걷고 힘차게 출항했다. 그 뒤로 3100톤급 호위함 천안함(FFG-Ⅱ), 450톤급 유도탄고속함 조천형함, 고속정 등 함정 3척이 따랐다. 와일드캣(AW-159) 해상작전헬기도 동참했다.

충북함에 들어서자 김길준(중령) 함장이 취재진을 맞았다. 김 함장은 “이번 훈련은 2025년 새해를 맞이해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국가방위와 번영을 뒷받침해온 ‘필승해군’ 전통을 이어 나간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며 “새해 첫 훈련인 만큼 승조원 100여 명 총원의 역량을 총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충북함은 대잠훈련, 대함사격훈련, 전술기동훈련 등 줄줄이 훈련을 계획해 놓은 상태였다. 승조원들은 다음 날 있을 실사격 훈련 준비를 위해 가파른 함 내 사다리를 쉴 틈 없이 오르내렸다.

온 세상이 고요한 시간에도 함정은 잠들지 않는다. 승조원의 하루는 당직-휴식-일과 3교대로 24시간 내내 이어진다. 방문한 격실마다 눈을 부릅뜨고 임무 수행에 집중하는 승조원이 있었다. 함정 조리병들도 하루 네 차례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충북함 승조원들이 대함사격 훈련을 마친 뒤 함포를 정비하고 있다.
충북함 승조원들이 대함사격 훈련을 마친 뒤 함포를 정비하고 있다.

 


적 잠수함 집요하게 좇는다

밤 9시. 전투정보실(CCC)에서 3시간에 걸친 대잠훈련이 시작됐다. 이 훈련은 수중위협에 대한 탐지, 추적, 격멸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으로, 입력값대로 수중 기동하는 무인표적(EMATT)을 바다에 던져 추적하는 절차다. 침선, 암반, 해양생물 등이 무수히 존재하는 바닷속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찾는 것은 ‘모래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다. 음파탐지기에 너무나 많은 표적이 뜨기 때문에 한 번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 찰나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요한 집중력과 탐지력이 필요하다.

사실 대잠훈련은 해군 장병들에게 천안함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승조원들은 복수의 칼날을 가는 심정으로 집중했다.

사방이 컴컴한 망망대해지만, 첨단기술 집합체인 함정을 탄 승조원들은 두려울 게 없었다. ‘적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믿지 말고, 적이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잘 갖춰진 내 방비의 튼튼함만을 믿어라.’ CCC 출입문 앞에 있는 ‘손자병법’의 한 구절이 이들의 자신감을 대변하는 듯했다.

“알림 현 해역 적 잠수함 2척 미식별 중. 승조원 총원은 대잠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

얼마 되지 않아 적 잠수함 기지에서 사라졌던 표적이 탐지됐다. 비디오, 오디오, 해저지형도 등도 종합 분석한 결과 적이 확실했다. 그 순간 적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가 우리 레이다에 탐지됐다.

“총원 전투배치, 대잠 전투준비, 소나 컨택.” 충북함이 속력을 거세게 올리며 회피기동을 시작했다. 거칠게 물살을 가르며 어뢰를 회피한 우리 함정은 적 잠수함을 향해 반격을 위한 어뢰를 발사했다. 승조원들은 일련의 훈련 절차를 3시간 동안 반복 숙달했다. 촘촘한 팀워크로 모든 정보를 총동원해 적 잠수함을 추적하고 격멸하는 과정은 마라톤 같은 ‘지구력 싸움’이다.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훈련에 집중하는 승조원의 자세는 누구에게나 귀감이 될 만했다.

 

 

대함사격을 앞두고 훈련 준비를 하고 있는 승조원들.
대함사격을 앞두고 훈련 준비를 하고 있는 승조원들.

 

대함사격을 앞두고 훈련 준비를 하고 있는 승조원들.
대함사격을 앞두고 훈련 준비를 하고 있는 승조원들.

 

충북함과 함께 훈련에 나선 천안함(맨 앞), 조천형함(가운데), 고속정이 해상기동을 하고 있다.
충북함과 함께 훈련에 나선 천안함(맨 앞), 조천형함(가운데), 고속정이 해상기동을 하고 있다.

 

충북함 함교에서 전투배치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충북함 함교에서 전투배치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함박눈 속 대함사격 문제없다

훈련의 하이라이트인 함포 실사격을 앞둔 3일 아침. 먼바다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해무가 짙게 깔려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밀고 당기기’ 함포사격을 위한 전투배치가 완료되자 굵은 눈발이 흩날렸다.

아랑곳없이 시작된 실사격. 충북함을 필두로 일렬로 뒤따르던 천안함, 조천형함, 고속정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같은 시간 양용모 참모총장은 P-8A 해상초계기에 탑승해 훈련 상공에서 현장 지도를 했다. 사격이 끝난 충북함 CCC에 양 총장의 교신이 걸려 왔다. 양 총장은 훈련지휘관인 박재홍(대령) 22전대장과 승조원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며 실전적 훈련과 확고한 대비태세 확립을 당부했다. 박 전대장 역시 “적이 감히 도발하지 못하도록 실전적 교육 훈련으로 전투대비태세를 갖추겠다”는 확고한 결의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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