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책하는 산촌에는 유독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자태를 자랑하며 꼿꼿하게 서 있다. 겨울나무를 볼 때마다 나는 전역한 예비역 군인이 떠오른다. 꽃피던 봄날과 짙푸른 청춘의 여름날, 그리고 단풍오색으로 채색된 화려한 가을날같이 영광스러운 현역 시절을 뒤로한 채 이제는 묵묵히 후배들을 지켜보면서 때로는 자랑스러워하며 걱정하는 모습에서 추운 겨울 마을 수호신으로 자리한 믿음직한 겨울나무 같지 아니한가?
하지만 인간이 겨울나무같이 품위 있게 늙어가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현재의 노인 세대는 위로는 부모님을 모셨고, 아래로는 자식을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가진 걸 다 써버린 ‘샌드위치’ 세대여서 절대 빈곤층이 과반수에 달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만으로 존경받던 시대는 지나갔다. 인구의 3분의 1이 노인인 고령화 시대에는 노인도 직장에서 일하며 사회적 역할을 해야만 한다. 또 집안에서나 사회에서 젊은이들에게 존경받기 위해서는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모범이 되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봄이 왔다고 모든 겨울나무에 꽃이 피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고목나무에는 화려한 가지와 잎, 꽃보다는 오히려 은은한 이끼가 제격일 수도 있다.
새해를 맞아 날씨가 좋은 날을 택해 산촌을 답사하며 겨울나무들을 만나 보자. 이 나무에서는 겸손을, 저 나무에서는 절제를, 큰 나무에서는 어머니의 사랑 같은 포근함과 아량을, 그리고 작은 나무에서는 희망을 만나 보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정상에 오르면 어쩐지 겨울나무에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는 국가이익을 최우선하는 우군도 적군도 국경도 없는 안보외교, 경제정책과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역사학자인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법칙으로 설명하면서 “도전에 대한 응전의 저력을 갖추지 못한 국가나 민족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의 국가안보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비해야만 할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병력을 파병하고 핵과 미사일 등의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면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
추운 겨울과 혹독한 역경을 이겨내고 마을의 수호신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처럼 군과 국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역전의 용사인 예비역은 전 국민이 국가안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낼 수 있도록 솔선수범의 자세로 국가안보 지킴이로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국가안보의 믿음직한 겨울나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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