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극복을 위한 제언

입력 2025. 01. 03   17:20
업데이트 2025. 01. 0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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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프레인글로벌 상무
김윤경 프레인글로벌 상무



지난해 말 있어선 안 될 재난(Disaster)이 발생했다. 12월 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 착륙 중 이상으로 활주로 외벽에 충돌, 폭발했다.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였다. 

현대사회에서 이 같은 사고(Accident)를 비롯해 자연재해(Catastrophe) 등 온갖 인간과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재난 발생은 변수가 많고 복잡해진 만큼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불변의 법칙』의 저자 모건 하우절은 이런 큰 위험이 간과하기 더 쉽다고 본다. 작은 사건들의 연쇄 반응이 만들어내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1977년 테네리페공항 보잉 747기 충돌 사건도 그렇다. 두 여객기 충돌로 총 583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 이후 관계 당국은 이렇게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당국은 “11개의 개별적인 우연한 사건과 실수가 발생했고, 대부분 사소한 것이었다. 이것들이 충돌이 일어나도록 정확히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활주로에서 KLM 항공기가 이륙을 시도하던 중 서 있던 팬암 항공기가 활주로에 있는 상태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KLM 조종사가 관제탑의 명확한 이륙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이륙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노련한 조종사였지만 당시 회사가 근무시간 제한 규정을 엄격하게 고수하면서 평소보다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관제탑과 두 항공기 간 의사소통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다. 관제사의 영어 표현이 모호했고, 조종사들은 이 메시지를 각기 다르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모두 조금씩 엇나갔고, 조금씩 시간이 흐르며 쌓인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이 칼럼이 지면에 나갈 시점까지는 아마도 이번 제주항공 사고의 결정적 이유가 전부 밝혀지진 않았을 것이다. 미디어는 전문가 진단과 전망을 종합해 기사를 만들겠지만 아마도 사고를 일으킨 작고 많으면서 연쇄적 문제까지는 다 진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사고 연유를 밝히는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은 더 꼼꼼해져야 한다. 그리고 재난이 발생했을 때 최선의 커뮤니케이션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개인이 모두 미디어이자 발화자가 되는 요즘 더욱 그렇다. 분석보다는 현상과 공포감을 눈덩이처럼 불리기 쉽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훈련받은 기자들 역시 누구보다 앞서 보도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작용해 섣부른 기사를 쓴다거나, 고통에 빠져있을 유가족 인터뷰 등을 강행하며 트라우마를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 우리 모두는 자칫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지 않도록 자중해야 한다.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가 마련한 ‘디지털 시민을 위한 올바른 미디어 이용 가이드’에서 미디어 수용자이자 스스로가 미디어인 개인들이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세하게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눈에 띈다.

우선 △반복적으로 재난뉴스와 영상을 보는 것을 자제한다 △비극적인 장면을 함부로 촬영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충격적인 장면과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소문, 거짓 정보, 추측성 보도, 모욕적인 메시지를 생산, 공유하지 않는다 △특정 지역, 집단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는 혐오 표현이 있는지 점검한다 △댓글을 반복해 읽거나 다른 이용자와 불필요한 언쟁을 벌이지 않는다.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예측이 아니라 준비성에 투자하라”고 했다. 더 구체적이고 신중한 방향성을 지니란 의미로 해석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작은 변화가 사고를 만들 수도, 방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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