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개월간 미국 화학전 교육을 수료하고 귀국했다. 교육 중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가 수료한 미 화학전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우리 군의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과 같다. 교육 초반에는 기본 소양을 중점으로 성인지, 리더십, 9-Line(환자보고법) 등의 교육과 사격, 독도법 등 병 기본 평가를 받는다. 이후 제독, 정찰, 방사능 등 병과와 관련된 군사지식·교리를 교육받고 마지막으로 실제 화학작용제 살포하 훈련(CDTF), 종합야외훈련을 한다.
수많은 훈련 중 CDTF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신경작용제인 GB와 VX가 살포된 양압시설에 방독면·보호의를 착용하고 들어가 정찰·시료 수집을 숙달했다. 훈련을 받으면서 화생방전에서 극복해야 할 것은 공포감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실제 신경작용제 경험이 흔치 않으므로 흔히 화생방전의 제한사항으로 임무형 보호태세에 따른 비전투력 손실, 기동성 저하, 의사소통 제한 등을 떠올린다. 이에 더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감도 하나의 제한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병력 중 혹여 작용제에 노출돼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다른 병력이 더욱 공포감을 느끼며 작전을 거부하는 등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점을 인지하고 전투 리더로서 본인뿐만 아니라 부하들의 공포감을 어떻게 극복시켜 줄지 고민해 보면 좋을 듯하다.
훈련을 마친 뒤 우리가 사용하는 보호의·방독면에 깊은 신뢰감이 생겼다. 2시간가량 신경작용제에 노출돼 있었는데, 모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잘 착용만 한다면 보호의·방독면이 화생방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신속하고 올바른 방독면·보호의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미군의 교리·전술을 배우고, 한국에선 해 볼 수 없는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넓은 시야를 갖출 수 있었다. 나아가 병과와 우리 군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미군과 연합작전을 하는 우리 군에 미군과의 소통에 익숙해지는 일은 성공적인 작전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함께 교육받은 미군들에 한국군의 강인한 군인정신과 우수한 기량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 군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도 될 수 있다. ‘한국군을 신뢰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 성적우수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미군 동기가 “한국군을 처음 봤지만 같이 교육받으면서 한국군에 신뢰가 생겼다”고 말해 뿌듯했다.
이번 교육을 받으면서 배우고 느낀 점을 원동력 삼아 성공적인 한미 연합작전과 ‘쓰레기풍선’을 비롯한 적의 화생방 테러 위협으로부터 강력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춘 군이 되는 데 튼튼한 기둥이 되는 장교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