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2025 글로벌 안보정세 전망 ① 다중분쟁의 확전 통제와 종식 노력 지속
더 강력해질 트럼프의 ‘美 우선주의’
4년 차 접어든 러-우크라 전쟁에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 강조하지만
나토 반발 등 조기 종식 가시밭길
극단적 친이스라엘 기조 유지 관측
하마스와 휴전협정 체결 종용할 수도
대이란 강경정책 전환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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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의 전격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서방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에 러시아가 병합한 점령 지역을 거점으로 방어태세 구축에 주력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trench warfare)을 연상시키는 교착국면이 전개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2023년 6월부로 대공세를 개시했지만, 러시아의 강력한 방어작전에 막히면서 사실상 실패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이 2024년 8월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인 쿠르스크에 전격 진격하면서 양측의 교전이 이어졌다.
중동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Hamas)가 이스라엘에 전면적 기습공격을 감행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통치 역량을 와해하기 위한 가자지구 진입 작전에 착수했다. 역내 확전도 본격화됐다. 첫째,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Hezbollah)가 이스라엘 북부 국경 일대에 공격을 감행하면서 양측의 교전이 격화됐다. 둘째, 시리아·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와 미군의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도 시작됐다. 셋째, 예멘 후티(Houthi) 반군이 하마스와의 연대를 명분으로 홍해 일대에서 공격을 감행하자 미국·이스라엘은 반군 거점 지역에 공습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이 동시 전개되는 다중분쟁의 국면으로 인해 글로벌 불안정성이 고조됐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중대한 도전을 초래할 수 있다. 유럽·중동 지역에서 동시 전개되는 분쟁 대응에 주력할 경우 전략경쟁의 관점에서 최우선적 중요성을 부여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제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세 지역에서 동시 전개되는 복합 도전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대응하기 위한 안보·국방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전략적 동시성(strategic simultaneity)’의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전략적 동시성의 도전이 미 국방전략에 초래할 도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 국방전략서(NDS)’는 ‘2012 국방전략지침(DSG)’을 통해 제시된 ‘승리와 저지(Win and Hold)’ 개념을 전략경쟁의 맥락에 맞게 변용했다. 전시 상황 발생 시 미 합동군을 총동원해 하나의 수정주의적 강대국이 감행한 공격을 격퇴하면서 다른 지역에서의 기회주의적 공격도 억제하겠다는 내용이며, 2022 NDS에도 투영됐다. 이러한 국방전략의 핵심 논리는 유일한 전략적 경쟁국으로 규정한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미·러 관계의 불안정성 해소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성립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이러한 전제가 도전받으면서 미 국방전략의 딜레마를 초래했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을 계기로 중동 지역의 억제력 강화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군사적 운용의 여건 제약에서 미국은 유관 국가들과 함께 2025년의 동시다발적 분쟁 국면을 관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1월 20일부로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24년 11월 대선의 유세 과정에서 유럽·중동의 전쟁을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으로 규정하면서 재선할 경우 조기 종식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언은 미 차기 행정부가 극단적인 자국 실리주의의 관점에서 다중분쟁의 종식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무한정의 자금·무기 지원으로 전쟁을 끝낼 수 없으며,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취임 후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조속한 종전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러시아의 점령지 인정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유예·포기를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자국 영토의 할양을 강요받게 될 우크라이나의 저항, 유럽 안보에 초래할 부정적 영향에 따른 나토의 반발, 러시아의 협상력 제고 행보 등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예단하기 어렵다. 또한, 미국의 글로벌 지도력과 안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을 초래하면서 자유주의 진영의 안보 우려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을 안정적으로 관리 및 종식하려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폭증하면서 조속한 휴전 필요성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하마스 양측은 2023년 11월 22일부로 일시적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휴전협정 위반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전투를 재개하면서 7일간의 임시 휴전이 종료됐다. 이후 미국·카타르·이집트의 중재를 바탕으로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을 위한 3단계 휴전안이 제시됐다. 특히 임기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미 바이든 행정부의 중재 노력이 주목됐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서의 이견이 조율되지 못하면서 휴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요구를 상당 부분 충족시키면서 하마스와의 휴전협정 체결을 종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에 파격적인 보상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친이스라엘 행보에 따른 반발로 휴전협정 도출이 어려울 수 있다. 중동 평화를 위해서는 이스라엘-이란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지속 관리해야 하며, 미국의 대이란 강경 정책을 전환할 필요성도 제기될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팔레스타인 문제다. 국제사회는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제시한 ‘2국가 해법’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규정해 왔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아랍인이 별도의 국가를 건설하고 이스라엘과 평화적으로 공존한다는 논리이다.
반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미국은 이스라엘과 공동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을 통해 대안적 접근을 시도했다. 동 구상의 핵심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건설해 온 유대인 정착촌 지역에 주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지역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과 주변 아랍국들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추진하겠다는 보상 방안도 밝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측이 거부하면서 동 구상의 추동력이 상실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러한 선례를 참고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의 또 다른 창의적 해법을 추진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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