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더 빛난 美 최장수 대통령 ‘지미 카터’ 별세

입력 2024. 12. 30   17:10
업데이트 2024. 12. 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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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100세…장례식은 국장으로
재임 중 잇따른 악재에 재선 실패
퇴임 후 평화·인권 증진 활동 앞장
1차 북 핵 위기 때 직접 평양 찾기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39대 미국 대통령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

카터재단은 이날 카터 전 대통령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아들 칩 카터는 성명을 내고 “아버지는 나뿐만 아니라 평화, 인권, 이타적 사랑을 믿는 모든 사람의 영웅이었다”면서 “우리 형제·자매와 나는 이런 공통의 신념을 통해 전 세계와 부친을 공유했다. 이 신념에 따라 살며 아버지를 기리는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암 투병을 비롯한 여러 건강 문제를 겪던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부터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가정에서 호스피스 완화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워싱턴DC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국장으로 공개 진행될 예정이다. 카터재단은 구체적인 공개 행사 및 운구 경로 등은 미정이며, 자세한 일정은 관계 기관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안팎의 어려움을 겪으며 재선에 실패했지만, 퇴임 이후 세계 평화를 위해 앞장서며 노벨평화상을 받는 등 ‘가장 위대한 전직 미 대통령’이라는 박수를 받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62년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경쟁자가 부정선거로 자격을 박탈당해 극적으로 상원의원이 되며 정계에 데뷔했다. 이후 조지아주지사를 거쳐 197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현직이었던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에 승리하며 39대 대통령이 됐다.

재임 기간에는 이집트·이스라엘 정상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 평화협정을 주선해 중동 평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물가·실업률 상승을 막지 못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며 다음 대선에서 연임에 실패했다.

 

29일(현지시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사망이 알려진 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조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사망이 알려진 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조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퇴임 이듬해 세운 카터 센터를 중심으로 평화·민주주의 증진과 인권 신장, 질병 퇴치 활동에 나서며 재임 기간보다 더 빛나는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한반도와도 오랜 시간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한 1차 북 핵 위기 때 직접 평양으로가 북·미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0~2011년에는 미국인 억류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3차례 방북했다.

이 밖에도 에티오피아, 수단, 아이티,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 국제 분쟁 지역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중재자로 나섰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카터 전 대통령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며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현지의 추모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부고 성명을 통해 “새달 9일을 카터 전 대통령 애도일로 지정한다”며 “그날 각자의 예배 장소에 모여 카터 전 대통령에 경의를 표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과 미 전역의 모든 공공건물 및 부지, 군 주둔지와 해군 기지, 해군 함정, 해외 대사관 및 군사 시설 등에 이날부터 30일간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SNS에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우리 모두는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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