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방개혁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군은 1969년 ‘군특명검열단’을 창설하고 개혁을 추진했다. 1970년엔 ‘자주국방의 초석’이라는 기치 아래 국방과학연구소가 창설됐고, 1974년에는 율곡사업을 출범시켜 전력증강사업의 체계적 추진을 모색했다. 이후 1988년의 ‘818위원회’, 1998년의 ‘국방개혁위원회’가 개혁의 맥락을 이어갔다. 국방개혁이 획기적 전환점을 맞은 시기는 2005~2007년이다. 2005년 비로소 최초의 국방개혁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국방개혁 기본계획, 이른바 ‘국방개혁 2020’이 수립됐다. 2006년에는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후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정부 교체와 국방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진 최초의 기본계획인 ‘국방개혁 2020’은 현 정부에서 ‘국방혁신 4.0’의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금의 한국군은 외형적으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의 군사력 평기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의 군사강국이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벌어지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단적으로 사람의 문제만 보더라도 병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초급간부 확보 또한 날로 어려워지고 있으며, 장교·부사관·군무원을 막론하고 군을 떠나는 이탈현상도 심각하다. 이런 상태로는 준비태세가 완비된 장병과 부대로 육성하는 건 고사하고 적정 국방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국방개혁의 관점과 방향, 과제와 추진방식을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 강군 육성 노력 역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개혁의 인식과 관점을 바꿔야 한다. 개혁을 과거의 관성을 뛰어넘어 강한 군대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인식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각 군, 각 병과, 기능별로 ‘발전계획 차원의 개혁’이 돼서는 안 된다. ‘국군’의 질적 혁신을 담보하는 개혁이 되도록 인식과 전략을 맞춰야 한다.
둘째, 당면 문제 해결방식의 접근에서 벗어나 조직혁신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첨단 기술 중심의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는 ‘군사혁신(military revolution)’, 효율성 중심의 지휘구조나 부대 편성을 강조하는 ‘군구조 개편(military reform)’, 무기체계나 물자와 관련해 국방관리·운영의 변화에 초점을 둔 ‘국방운영 혁신(defense reform)’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셋째,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개혁은 교리부터 부대구조·편성, 훈련, 국방행정·운영, 조직문화, 인재 양성에 이르기까지 상호 연계된 과제의 성격을 갖는다. 무엇보다 민간 부문에서의 싱크탱크 육성이 필요하다. 민간전문가 양성으로 이들이 독립적이며 다각적인 관점에서 국방문제를 분석하고 제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개혁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인식과 사고가 바뀌지 않는 한 개혁은 의미가 없다. 교육을 통해 개혁의 중장기적 동력을 확보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와 연계해 인재 육성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변화를 읽고 이에 적응하며, 나아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 인재 육성을 위한 예산은 ‘비용’이 아니라 ‘인재(asset)’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군대, 사기와 활력이 넘치는 군대, 준비태세가 완비된 강한 군대를 만들어 나가는 게 국방개혁의 핵심이자 본질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저물고 있다. 2025년 을사년 새해, 국군의 발전과 장병의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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