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트럼프 2 .0 시대의 글로벌 안보 ⑤
미·일 넘어 쿼드·오커스 등 포위망 확대
인·태 지역 네트워크형 안보협력 강화
동남아 국가엔 소극적 관여 지속 예상
관세 압박 가시화 땐 갈등 초래 불가피
기회 노린 중국 경제적 유인책 가능성
미 패권 견제 러시아 행보도 주목해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최우선적 중요성을 부여하면서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견제에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거래적 접근법으로 인해 역내 동맹·우방국 네트워크가 이완될 가능성이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대한 미국의 관여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기회로 중국·러시아가 역내 영향력 확장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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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국 견제
트럼프 1기 시기 미국은 자유와 탄압이라는 글로벌 질서의 두 가지 비전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자유롭고 열린(free and open)’ 지역 질서 유지가 미국의 지역 전략에서 최우선적 중요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역 질서의 비전을 정치·경제·군사·안보적 차원에서 달성하기 위한 정책 방향도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역시 국가안보전략 관점에서 이 지역이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지역 질서 증진, 지역의 번영·안정·회복력 담보와 연결성 강화 등 일련의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트럼프 2.0 시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이러한 지역 전략 목표와 정책 방향을 견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견제에 들어갈 것이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고조된 중국 위협을 국가안보전략의 최우선적 도전으로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이 경제·가치·안보적 측면에 초래한 도전에 주목하면서 관여(engagement)가 아닌 ‘원칙적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에 기반한 대중국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연장선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외교·군사·기술력을 결합해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국”인 중국의 도전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거세졌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위협 인식이 투영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동맹·우방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비대칭적 우위를 구축하려는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미·일 동맹을 핵심축으로 역내 격자형(lattice-like)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했다. 양자 동맹 및 쿼드(QUAD), 오커스(AUKUS), 미국·일본·호주, 한·미·일 등 기존 소다자 협의체와 함께 대중국 포위망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한 미·일·필리핀 협의체 등 역내 동맹·우방국 협력 범위를 방위산업·신흥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학대해 네트워크형 안보협력체계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거래적 접근법이 투영된 미국의 동맹정책은 이러한 지역 전략 추진에 제약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비롯한 역내 주요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공약에 무임승차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비용 분담의 대폭적 확대를 요구했다. 동맹·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국익에 대한 투자라기보다 비용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투영된 거래적 접근법을 강요할 경우 역내 동맹·우방국 네트워크의 결속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대아세안 관여 약화
아세안으로 대표되는 동남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여 양상도 주목되는 점이다. 냉전기 미국은 대소련 봉쇄전략 측면에서 동남아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하지만 탈냉전과 함께 관여 수준이 현격히 낮아졌다.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함께 지역 관여가 재개됐다. 하지만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에 대한 지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관여 수준은 지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줬다. 특히 트럼프 1기 시기 미국은 이 지역에 사실상 무관심했다. 1기 행정부 시기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아세안이 주도하는 대표적 협의체인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에 소극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미국과 동남아 국가의 관계가 현재보다 더 소원해질 것이며, 지역 연합체인 아세안의 약화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 결과 이 지역 국가들의 대미 신뢰도가 손상되면서 미국의 역내 리더십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관여 약화 역시 리더십 약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무역을 통한 경제성장에 주력하는 동남아 개발도상국의 관점에서 미국 시장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트럼프 1기 시기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 시장 접근을 위해 기대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역내 경제적 관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창설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압박이 가시화하면 이 지역 국가들과의 갈등 초래가 불가피하다.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확장 행보
트럼프 1기 이후 미국에 대한 동남아 국가의 신뢰도 수준은 지속 하락해 왔다. 더욱이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국가 관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국면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 온 것으로 인식됐다. 여기에 미국 신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경제적 관여 약화가 가시화되면 이 지역 국가들의 반감 초래에 따른 갈등 고조가 불가피해진다. 동남아 지역에서 압도적인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은 이러한 미국과 이 지역 국가들의 결속력 약화를 공략하면서 경제적 유인책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결국 인도·태평양 역내 미국의 동맹·우방국 다수에 기회 요인보다 도전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배경으로 중국은 인도·태평양 역내 미국 주도의 군사적 포위망 구축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차원에서 군사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행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 행보에도 주목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5월의 집권 5기 시작과 함께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북한, 베트남을 방문하는 광폭 행보를 보여줬다. 특히 6월 러·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공동으로 국제사회 제재를 무력화하면서 미 패권주의에 결연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베트남 국빈 방문 역시 미국 견제 행보의 의도를 보여줬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관계 강화에 주력해 온 베트남을 상대로 서로의 적대국과 동맹을 체결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올해 러시아의 행보는 미국·서방 주도의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장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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