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음속 17배 속도로 4000㎞ 거리 표적 정밀 타격

입력 2024. 12. 24   15:52
업데이트 2024. 12. 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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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미 장거리 극초음속 활공무기 ‘다크 이글’


예측불가 극초음속 활공 비행 요격 불가

2023년부터 실전 배치 시작 전력화
최종 시험 발사 성공 전투 적합 앞둬
반접근·지역 거부 전략 상쇄할 카드
미 육군 “중국 견제할 새로운 무기”

 

현재 미 육군이 실전 배치 중인 다크 이글은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았지만 초정밀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미 육군 홈페이지(www.army.mil)
현재 미 육군이 실전 배치 중인 다크 이글은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았지만 초정밀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출처=미 육군 홈페이지(www.army.mil)

 

 

2024년 12월 12일, 미 육군은 다크 이글(Dark Eagle)로 명명된 장거리 극초음속 활공무기(LRHW: Long-Range Hypersonic Glide Body)의 최종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시험 발사는 사격지휘소와 이동형 발사대(TEL·Transporter Erector Launcher), 그리고 AUR(All-up Round)로 불리는 완성형 발사체 등 LRHW 체계 전반의 신속 전개, 유기적 연동, 정상 작동 및 표적 타격 등 기능 전반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변이 없는 이상 2025년 상반기로 예정된 전투용 적합 판정 역시 문제 없이 승인될 전망이다. 


미 육군의 새로운 전략타격수단

미 육군이 2023년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하고 전력화를 서두르고 있는 다크 이글은 1987년 미국과 옛소련 간 체결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이후 처음으로 개발되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미 육군과 해군이 공동으로 개발 중이며 록히드마틴과 노드롭그루먼이 양산을 담당하고 있다.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았지만, 초정밀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2단 로켓으로 C-HGB(Common Hypersonic Glide Body)로 불리는 극초음속 활공체를 가속 및 상승시켜 음속의 5배에서 최대 17배의 속도로 사정거리 3000㎞ 이상 거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참고로 미 의회 조사국(CRS)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다크 이글의 사정거리는 약 2776㎞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초음속 활공 방식의 장점을 극대화할 경우 최대 4000㎞ 거리의 표적도 공격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극초음속 활공 비행 방식 때문에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및 요격체계 중 다크 이글을 요격할 방어 수단은 없다. 이처럼 놀라운 능력을 갖춘 미 육군의 다크 이글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미 육군의 다크 이글 개발 이면에는 INF와 9·11 테러가 있다.


INF와 9·11 테러

미 육군은 INF 이후 보유 중이던 사정거리 500~5500㎞급 중거리 탄도미사일 및 지상 발사형 순항미사일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2006년부터 9K720 이스칸데르를 실전 배치하고, INF가 효력을 잃으면서 2018년 10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INF를 파기한다. 이후 미 육군은 해군과 공동으로 LRHW로 명명된 새로운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2021년 7월, 그 효용성과 신무기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미 육군은 다크 이글이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다.

미 육군이 최우선 현대화 과제인 장거리 정밀화력 강화를 위해 2024년까지 LRHW 개발에 투자한 예산은 12억 달러(약 1조4641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와는 별개로 미군 내에서 극초음속 무기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필요성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0년대 초 미국을 강타한 9·11테러를 기점으로 저강도 분쟁에서 사용 가능한 극초음속 무기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됐다.

2018년 이후 미 국방부는 극초음속 기술 및 무기 개발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극초음속 무기 연구에 전년도 대비 136% 증가한 2억5700만 달러(약 3136억 원)의 국방예산을 쏟아부었다. 막대한 예산 투입은 미 국방부와 육군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성공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상징한다.


사격시험 성공에 고무된 미 육군

종단간(End-to-End) 시험으로도 불리는 이번 최종 시험 발사는 포대의 전개-발사준비-표적식별 및 발사-비행-표적 타격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실전과 같이 연속으로 진행한 것이 특징이다.

미 육군은 앞서 2024년 6월 진행된 첫 번째 시험에서도 하와이 카우아이의 태평양 미사일 사격장에서 발사된 다크 이글이 약 3218㎞ 거리의 마셜제도에 설치된 표적을 정확히 강타했다고 밝혔다. 개발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최종 시험 발사 이후 그 성능에 크게 만족한 미 육군 지휘부는 다크 이글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크리스틴 워무스 육군장관은 “미 육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었다”며 “다크 이글을 통해 미 육군은 더욱 강력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육군과 해군이 전력화를 서두르고 있는 LRHW는 새로운 미국 국방전략의 핵심이다. 야전 지휘관에게 적의 군사행동을 억제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위협에 대해서도 원거리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목표다. 미군 지휘부 내에서는 LRHW를 중국의 반접근(A2·Anti-Access) 및 지역 거부(AD·Area Denial) 전략을 상쇄할 비장의 카드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 육군과 해군이 같은 무기체계를 획득함으로써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개발비용 절감 및 상호운용성 확보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극초음속 활공 무기는 만능이 아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미 육군의 다크 이글을 포함한 러시아와 중국이 실전 배치 중인 극초음속 활공 무기들은 결코 새로운 국면전환자(Game Changer)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일례로 대기 중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활공 무기들은 상당한 항력으로 인해 속도와 운동에너지를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음속의 5배 속도로 비행하는 물체는 일반 음속으로 비행하는 물체에 비해 100배 이상 가열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열처리 기술을 필요로 한다. 마찰에너지로 인해 극초음속 활공 무기 표면에 발생하는 열은 그 자체로 재앙이며 은밀한 비행을 불가능하게 한다. 고정형 표적에 대해서는 치명적일 수 있지만, 이동능력을 갖춘 표적 혹은 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춘 표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핵탄두 장착 미사일은 표적에서 벗어나도 큰 문제가 없지만,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극초음속 활공 무기의 경우 표적에 명중하지 못하면 그 위력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크 이글에 대한 미 육군의 기대는 확고하다. 더는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이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고, 반대로 표적만 족집게처럼 골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초정밀 타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미 육군의 새로운 전략 

시대 변화와 첨단 과학기술의 확산으로 인해 강대국을 중심으로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극초음속 지대지미사일의 개발 및 확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 육군의 경우 적과의 접촉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전쟁을 억지하거나 혹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현재의 미 육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형태의 병력과 무기의 막대한 소모전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최소한의 희생으로 전쟁을 억지하거나 종결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됐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 육군은 적과의 본격적인 지상전에 앞서 원거리에서 적의 전략시설을 정밀타격하고 적 수뇌부의 전쟁 수행 의지를 붕괴하기 위한 목적으로 LRHW의 획득 및 실전 배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는 부대는 기존의 육군 전투부대와 조직 자체가 완전히 다른 다영역 기동부대(MDTF·Multi Domain Task Force)가 담당하게 된다. MDTF 직할 장거리사격대대(LRFB)에 배치되는 다크 이글 1개 포대는 오시코시(Oshkosh) M983A4 HEMTT(Heavy Expanded Mobility Tactical Truck) 트럭으로 견인 가능한 M870 TEL 4대와 지휘 및 통제를 담당하는 1대의 이동식 지휘소(BOC·Battery Operation Center), 작전 지원 차량 1대 등으로 구성된다. M870 이동식 발사대에는 각각 2발의 다크 이글 발사관이 설치돼 있다. 이론상 1개 포대가 동시 발사 가능한 다크 이글 숫자는 8발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미 육군은 AFATDS(Advanced Field Artillery Tactial Data System)로 불리는 첨단 야전 포병 전술정보체계를 활용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표적도 타격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문제는 역시 예산이다. 2023년 1월 의회예산국(CBO) 보고서에 따르면 LRHW 혹은 이와 유사한 성능의 극초음속 미사일 1발을 획득하기 위한 예산은 최소 4100만 달러(약 596억 원) 수준이다. MDTF 직할 장거리사격대대(LRFB) 1개 포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극초음속 미사일 구매에만 3억2800만 달러(약 4764억8232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BOC와 TEL 등 LRHW 체계 전반을 구성하고 장교와 필수 운용 요원 교육 등의 예산을 고려하면 비용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한다. 미 국방부 비용 평가 및 프로그램 평가 사무소는 2022년 초, LRHW의 개발에 44억 달러, 생산에는 25억 달러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불행히도 이 금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 육군의 입장은 확고하다. 다른 지대지미사일보다 조달 및 배치 비용이 130% 정도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다크 이글 외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 육군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논란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 육군이 다크 이글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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