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 .0 시대의 글로벌 안보 ④
바이든 행정부 중동 정책 대부분 실패
인권·민주주의 등 가치외교 한계 명확
무기·방산 협력 거래적 접근법 떠올라
이란 핵무기 능력 보유 저지 총력 전망
가자지구 충돌 신속한 종식 의지 표출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중재도 재점화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의 미국 대외정책은 중동 역내 질서에 복합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거래적 접근법이 투영된 역내 협력의 방향이 주목된다. 둘째,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인해 이란과의 갈등 고조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셋째, 평화 창출의 관점에서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종식과 함께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수립에도 주력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와 지역질서 파급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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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외교 지양과 거래적 접근법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일방적이고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동 정책에서만큼은 총체적 실패 모습을 보여줬다. 이란 핵협정 재협상과 복원,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 수교 중재를 통한 ‘에이브러햄 협정(Abraham Accords)’ 완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종식을 위한 ‘2국가 해법’ 도출, 시리아 내전과 예멘 내전 종식 등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패의 이면에는 가치외교에 기반한 미국 정책으로 인한 갈등 구도가 존재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왕정국가인 아랍 걸프 산유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역내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와의 갈등도 초래됐다.
따라서 가치외교에 기반한 전통적 접근법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전임 행정부의 총체적 실패를 부각하면서 차별화된 방향성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가치외교의 논리를 지양하면서 거래적 접근법에 기반한 역내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접근법은 왕정체제 유지에 민감한 동시에 재정 능력을 보유한 걸프 산유국과의 무기 거래 및 방산 협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이란 최대 압박 정책
올해 11월 미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후보를 겨냥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암살 모의가 발각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이란 해커들이 트럼프 후보 자료를 해킹해 민주당 선거 캠프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이란의 거부감과 부담감을 보여준 동시에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명명되는 핵협정을 체결했다. 이란의 핵물질 개발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중동 역내 안정을 담보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핵협정이 이란의 군사력 향상과 역내 위협을 고조시켰다고 비판하면서 2018년 5월부로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또한 협정에 따라 유예된 제재를 재개 및 강화하는 동시에 협정에서 허용한 핵 활동 제재에도 들어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이란과의 핵협정 복원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 능력을 발전시키면서 ‘핵 문턱 국가(nuclear threshold state)’에 진입했다고 평가된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은 고강도 제재와 함께 군사 행동까지 동원해 이란의 핵무기 능력 보유를 저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양국 충돌 국면 형성을 초래하면서 역내 갈등을 고조시키는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에 따른 이란 온건·개혁파의 입지 약화 역시 역내 불안정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압박 정책과 2020년 1월의 쿠드스(Quads)군 사령관 암살에 따른 미국과의 갈등 고조를 배경으로 실시된 총선 결과 이란 혁명수비대 계열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국내 정치적 장악력이 견고해졌다.
진보층이 대거 기권한 올해 4월의 총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에 따른 역내 안보위기로 군부와 강경 보수파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결과 온건·개혁파 성향으로 평가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입지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이란의 국내정치 상황은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에 반발하는 군사 모험주의 노선이 거세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평화 창출의 로드맵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7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취임식이 될 2025년 1월 20일 이전까지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의 신속한 종전 추진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가자지구에서 양측의 영구적 휴전이 성립될 경우 이스라엘-헤즈볼라 무력충돌 종식 등 역내 전체에서 연쇄적인 평화 창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1차적 관건은 현재 진행 중인 가자지구 휴전협상의 쟁점 해소다. 핵심 쟁점은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군사적 통제 여부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의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을 하마스의 무기와 물자가 밀수되는 핵심 통로로 지목하면서 휴전 이후에도 이 지역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하마스는 휴전협상 타결과 함께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전 시 전투 중단이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에 관한 이견도 쟁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임기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중재 노력이 휴전협상 타결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을 수립하기 위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접근법도 주목된다. 관련해 미국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상징적 주둔을 허용하는 동시에 하마스에 파격적인 보상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강력한 압박과 파격적 제안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평화를 창출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행보에 따른 역내 반발도 예상된다. 이스라엘-이란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지속 관리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이란 강경정책을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중동정책의 최대 성과인 에이브러햄 협정의 역내 완결판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주목해야 한다.
2020년 9월 체결된 동 협정은 이스라엘과 아랍 4개국 간 평화협정과 수교 성사에 합의한 내용이다. 그 연장선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중재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을 계기로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수교 논의를 중단하면서 에이브러햄 협정의 확장을 통해 역내 평화를 달성하려는 접근법이 도전받게 됐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안보 공약과 함께 핵에너지 개발과 관련한 지원을 요구했다. 특히 후자는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서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사우디 친화적 행보는 이스라엘과의 수교 중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중동 역내 평화를 창출하려는 미국의 향후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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