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입력 2024. 12. 17   15:35
업데이트 2024. 12. 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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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석 국방부 군종정책과 육군중령(진)·신부
유한석 국방부 군종정책과 육군중령(진)·신부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인간의 본성을 보여 주는 듯해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인데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은 내겐 무척이나 관대한 잣대를,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을 일컫습니다.

나와 남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은 왜 그런 걸까요? 자기객관화가 안 돼서입니다. 과장을 좀 보태면, 사실 자기객관화를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난 모든 사람은 자기객관화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기객관화를 잘하는 이는 아무도 없더라는 말입니다. 저도 그런 착각을 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비난이나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자조적인 또는 꾸며 낸 겸손을 내보이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정말 자기객관화를 잘하는 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자기객관화를 못한다고 인생이 망가지는 건 아닙니다. 또 못하는 사람이라고 다 동일한 것도 아니지요. 누구는 조금 못하고, 누구는 적당히 못하고, 누구는 아예 못합니다.

대부분이 자기객관화를 못하면서 잘한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많은 이가 나와 남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은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고 착각한다는 말입니다.

천주교에는 ‘금육재’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육식을 금한다는 것인데, 왜 육식을 금지할까요?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믿음의 대상인 예수님께서 고통받고 돌아가신 날 우리가 호화로운 식사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식사 비용을 아껴 불우이웃을 돕는 등 선행을 베풀라는 것입니다. 첫째는 특정한 날 강제되는 규정이고, 둘째는 매주 금요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규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식사 비용을 아껴 불우이웃을 돕는 등 선행을 베풀라는’ 규정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고기를 안 먹는다는 행위일까요, 선행을 베푼다는 행위일까요? 치기 어린 이가 아니라면 누구나 후자라고 답하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많은 사람이 고기를 먹지 않은 것을 자랑스러워하거나 고기를 먹은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실상 올바른 것은 선행을 베푼 일을 자랑스러워하거나 선행을 베풀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내로남불’과 ‘금육재’,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착각’입니다. 그것도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한 착각입니다. 이 착각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착각의 정도가 심한 이는 언제나 피해의식에 휩싸이고 타인에게 공격적입니다. 특히 본인이 바라는 게 본인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불치병에 빠져 버립니다.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사람은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데, 가족과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고 드디어 마시게 된다면 행복해질까요? 아니겠지요.

착각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도가 심한 사람은 극복이 안 됩니다. 예방이 훨씬 중요합니다. 예방은 어떻게 할까요? 사람을 통해야 합니다. 그 사람은 적어도 내가 함부로 대하는 이는 아닐 겁니다. 사람을 함부로 대할수록 결국 이 불치병에 빠지고, 사람을 귀하게 대할수록 이 착각이라는 불치병을 잘 예방합니다. 사람을 귀하게 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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