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오지 부대를 찾아서 … 기획 총결산
‘산 넘고 물 건너 격오지를 가보자!’ 시작은 거창했다. 문명과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을 만나보자는 취지였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임에도 격오지 부대만의 낭만과 끈끈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폭설로, 높은 파고로 여객선이 결항된 게 여러 차례.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흡사 귀신의 집 같은 곳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국방일보는 올 한 해 ‘격오지 부대를 찾아서’를 통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다루며 이들을 응원했다.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에 기획을 총결산하고, 취재 후일담을 정리해본다. 글=이원준/사진=이경원·김병문 기자
1. 작지만 강함
국방일보 창간 60주년 ‘군, 기 살리기’ 특별 캠페인의 하나로 시작한 ‘격오지 부대를 찾아서’는 이름 그대로 격오지(隔奧地), 그중에서도 육지와 떨어진 도서지역을 주 무대로 했다. 격오지 장병들의 △강인한 임무·훈련 현장 △건강하고 즐거운 병영생활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모습 등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부대 섭외 과정에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격오지라 부를 만한 외딴곳일 것. 둘째, 지역주민이 있는 유인도일 것. 이러한 기준 아래 동·서·남해 전역에 걸쳐 총 6개 도서 지역을 찾았다. 울릉도(해군1함대 118조기경보전대)를 시작으로, 덕적도(해군2함대 전탐감시대)·흑산도(해군3함대 해상감시장비운용대)·볼음도(해군인방사 전탐감시대·해병대2사단 볼음소초)·백령도(해병대6여단)·추자도(해군3함대 해상감시장비운용대)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6개 도서의 공통점은 모두 육지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섬을 오가는 모든 교통편은 선박을 이용했다. 1박2일 일정은 기본이고, 2박3일 취재 일정(울릉도·흑산도 등)도 있었다.
2. 차별성
이들 부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가 도시락 배달이다. 책임해역 감시·조기경보, 도서방어 등 임무를 수행하는 격오지 부대에는 ‘작전기계실’이라고 불리는 시설이 있다. 레이다를 비롯한 감시장비를 운용·관리하는 곳이다.
한 가지 문제는 작전기계실이 통상 도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점이다. ‘격오지 안의 격오지’인 셈이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가 나 있는 곳은 소수고, 대부분 30분가량 산길을 걸어서 오르내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기계실 근무 장병을 위한 도시락 배달이 격오지 부대에선 일상이다. 아침·점심·저녁으로 식사 시간이 되면 보온 용기에 밥과 국, 반찬을 담아 도시락 가방을 채운다. 이렇게 채운 가방은 작전케이블카(삭도기)로 기계실로 옮겨진다. 삭도기는 미니 케이블카 장비로서 인원 이송은 불가능하지만, 수십㎏에 달하는 물자를 실어 나를 수 있다. 놀이공원에서 볼 법한 모노레일을 운용하는 부대도 있다.
3. 상생
격오지 부대는 지역주민과의 상생에도 힘쓰고 있다. 농번기 대민지원, 해양환경정화, 단체체육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장병들은 5월 볼음도에서 모내기 일손을 보탰고, 8월 추자도에선 초등학교 제초 작업을 도왔다. ‘흑산JC’(족구), ‘추자콕’(배드민턴) 등 개성 넘치는 민·군 합동팀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4. 아름다운 자연
격오지 부대에선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뱃멀미를 참아가며 찾아간 겨울 울릉도에선 일출을, 서해 최서북단 백령도에선 바다를 붉게 물들인 낙조를 감상했다. 흑산도와 추자도에서 바라본 남해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푸르렀다. 볼음도의 명물 저어새, 흑산도에 서식하는 흑염소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 땅과 바다를 철통같이 지키는 것이 격오지 부대의 임무다.
5. 즐거운 병영
국방일보가 찾아간 대다수 부대는 부대·병력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전 부대원이 40~50명 남짓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소수정예를 자처한다. 나 혼자가 아닌 전우와 함께하기에, 힘든 격오지 생활을 이겨내고 있다.
울릉도에서 만난 김승찬 중사는 초·중·고등학교를 울릉도에서 나온 토박이다. 해병대 장교였던 아버지 영향을 받아 해군 부사관의 길을 선택한 그는 해·육상부대에 근무하다 14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고 했다. 김 중사는 “울릉도 출신이지만 격오지 근무는 함정·육상과 또 다른 환경”이라며 “나에게 ‘초심’과도 같은 울릉도 근무를 성실하게 마친 뒤 해외 파병도 가고, 지금껏 하지 못한 군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흑산도 전진기지대 조리장 이유미 중사는 격오지 근무의 매력으로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특식을 장병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흑산도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전복죽과 해물라면 등 특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중사는 “흑산도에 있는 여러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새 메뉴를 탐색하고, 입맛에 맞으면 조리법까지 물어 가며 배우고 있다”며 “‘가장 밥맛이 좋은’ 전진기지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6. 긴장
해병대6여단 최주은 중위는 매너리즘을 경계했다. 섬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정해진 임무를 하는 일과가 반복된다. 그는 “그래서 작전 임무에 나설 때만큼은 긴장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또 언제·어디서·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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